포도의 일생
포도의 일생
거의 모든 포도나무는 남아메리카의 고산지대에서 자라는 포도나무 일부를 제외하고, 1년을 주기로 하여 열매를 맺는다. 따뜻하고 계절의 변화가 뚜렷한 프랑스의 경우, 포도 농사는 대체로 다음과 같이 진행된다.
2월과 3월은 포도나무가 생장하기 시작하는 초기이며, 가지치기가 끝나고 잘린 부위에서 물방울이 맺힌다. 물방울이 맺히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흙이 따뜻해지면서 나무뿌리가 다시 생명 활동을 시작한다는 증거이다.
3월과 4월에 접어들어 평균 기온이 10℃를 넘어가는 날이 계속되면 눈이 자라나기 시작하고 얼마 안 있어 파란 싹이 올라오는데 이것을 발아 현상이라고 한다. 돋아난 싹이 다 자라는 데에는 약 4개월이 걸린다.
6월이 되면 꽃망울이 맺히고 곧이어 나뭇잎도 돋아난다. 수정된 꽃은 얼마 안 있어 곧 작은 열매를 맺는데 이때가 결실기이다. 초기의 열매는 작고 녹색을 띠지만 성장하여 익기 시작하면 적갈색으로 변한다. 열매는 보통 8월이면 완전히 다 익는다. 포도송이가 자라는 동안 나뭇잎도 무럭무럭 자라 광합성을 통해 열매에 당분을 공급해 준다.
이후 나뭇잎이 떨어질 때가 되면 푸르던 잔가지는 목화(木化) 현상이 나타나며 갑자기 딱딱한 나뭇가지로 변해 버린다. 딱딱한 나뭇가지 안에는 녹말이 저장되어 있다. 수확이 끝나면 포도나무는 잎사귀를 모두 떨어뜨리고 비축해 둔 녹말로 겨울 휴지기를 보낸다.
그리고 이듬해 봄이 되면 포도나무는 이 녹말을 영양분 삼아 다시 싹을 틔운다.
포도 농사에서 중요한 작업 중의 하나인 가지치기는 수확 이후부터 시작해서 날이 풀리기 전까지 포도밭에서 해야 하는, 대부분 손으로 해야 하므로 작업량이 많은 단계의 일이다. 보통 한 나무에 작년에 나온 가지 중에서 한두 개만 남겨 놓고 80~90%의 가지들은 모두 다 잘라 버린다.
‘가지치기를 어떻게 하느냐’는 지역적인 특성, 품종과 가지 묶는 방법 등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가지치기한 것을 보면 이미 가을에 수확할 양을 가늠할 수 있다. 수확량은 포도주 품질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 중의 하나이기 때문에, 크게 보면 포도주의 품질을 결정하는 첫 번째 단계라고 볼 수 있다.
설명하자면 한 나무에 너무 많은 가지, 즉 눈을 너무 많이 남겨 놓으면 수확량은 많아지지만 나무가 모든 포도를 잘 익게 할 힘이 부족해서 품질이 떨어질 수 있고, 너무 적게 남겨 놓으면 포도가 너무 커지거나 잎사귀가 적어서 광합성 작용이 충분하지 못해 높은 품질의 포도를 얻을 수 없다. 다시 말해 나무와 품종의 특성에 따라서 적당한 가지치기를 해야 하고, 또 그렇게 해야만 나무의 생명과 생장력도 잘 유지될 수 있다.
참고자료
창해 편집부, ABC북 맛보기 사전-와인, 창해, 2012
황만수, 포도밭의 일 년, 베를린 리포트(독일 동포 미디어), 20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