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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짐니 Sep 27. 2021

내가 쓴 글 스스로 다듬는 법 (1)

디자이너의 글쓰기 연습


내 문장은

왜 어색할까


대충 의미는 전달되는 듯한데 어딘가 부자연스럽다.

고칠 수만 있다면 고치고 싶은데 어디가 문제인지 모르겠다.


브런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자주 한 생각이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은 맞는데 어딘지 모르게 어색한 문장이 많았다. 전문 작가처럼 유려하게 쓰지는 못해도 물 흐르듯 읽힐 정도로는 쓰고 싶은데 말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을 찾던 중 이 책을 만났다.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20여 년간 교정 교열을 해온 저자가 그간 작업을 통해 발견한 어색한 문장을 분석하고 다듬는 방법을 책으로 정리했다. 이론은 가능하면 실행으로! 책을 이정표 삼아 브런치에 올린 글 6개를 스스로 다듬어 보았다.


문제는 습관적으로 반복해서 쓰는 데 있다. 어떤 표현은 한번 쓰면 그 편리함에 중독되어 자꾸 쓰게 된다.

- 22p


책에서 소개한 방법을 발췌해 10가지로 요약했고 예시로 내 브런치 속 문장을 가져왔다. 여러분도 본인 글을 점검하는 시간을 가져 보길 바란다.




목차

1. 적・의를 보이는 것・들

2.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3.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4. 내 문장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5.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

     → 2편에서 계속




내가 쓴 글

스스로 다듬기



 1  적・의를 보이는 것・들

접미사 '-적'과 조사 '-의' 그리고 의존 명사 '것', 접미사 '-들'이 문장 안에 습관적으로 쓰일 때가 많으니 주의해서 잡아내야 한다는 뜻으로, 교정 교열자 사이에서 오랫동안 공식처럼 여겼다고 한다. 사람들이 얼마나 많이 쓰면 공식이 있을까 싶었는데 실제로 내 글을 교정 교열하면서 통감했다. 저자가 표현한 대로 문장 사이사이 잡초나 자갈처럼 많이도 끼어 있었다. 여기저기 의의의 것것것... 예시를 하나씩 가져왔지만 정말 많은 문장을 다듬었다.



l -적

'그 성격을 띠는, '그에 관계된', '그 상태로 된' 이라는 뜻을 지닌 접미사다. 무조건 뺄 수는 없지만 쓰지 않아도 되는데 쓴다면 빼버리는 게 좋다.


     수정 전 : 수평 관계

     → 수정 후 : 수평 관계



l -의

'-의'를 빼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의' 대신 다른 표현을 사용하고 문장을 다듬으면 의미를 더 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다.


     주로 2인석이었는데 2명이 자리에 앉으면 여분의 의자가 없어 가방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 주로 2인석이라 2명이 자리에 앉으면 남는 의자가 없어 가방을 둘 곳이 마땅치 않다.



l -것

의존 명사 '-것'이 지닌 뜻은 아래와 같다.

 

① 사물, 일,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이르는 말.

② 사람을 낮추어 이르거나 동물을 이르는 말.

③ 그 사람의 소유물임을 나타내는 말.


문제는 첫 번째 용례를 남용할 때다. 추상적으로 이르기 위해 사용한 게 아닌 쓸데없이 명사절로 만들어 주어나 목적어처럼 보이게 만들곤 한다. 심지어 '-것'을 쓰기 위해 '-한다'까지 붙여 간접화법처럼 보이게 만드는 경우도 문제다.


     동종 업계에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 동종 업계에 수많은 브랜드가 존재하는 이유다.


일을 예상하거나 다짐할 때도 '-것'을 많이 쓴다. 이럴 땐 '-리라고' 또는 '-겠다고'로 바꾸어 쓰면 좀 더 부드러워진다.


     결국 브랜드 디자이너가 필요했던 것이라 생각한다.

     → 결국 브랜드 디자이너가 필요했으리라 생각한다.



l -들

접미사 '-들'을 남발하는 문장은 대부분 번역 문장이다. 복수형으로 쓰인 걸 그대로 옮기다 보니 우리말 문장에도 '들들들'을 붙인다. 다른 글쓰기 책에서도 이 문제를 다룬 게 기억난다. 서양말은 주어가 단수냐 복수냐에 따라 동사 어미가 달라지기 때문에 주어 형태가 중요하다. 우리말은 분명히 드러내야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사용하지 않아도 되는데 굳이 추상명사까지 복수형으로 만들곤 한다.


     여담으로 오랜 시간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들과의 협업 굿즈도 맥락에 잘 맞을 거란 생각도 들었다.

     → 여담으로 오랜 시간 기술을 갈고 닦은 장인과 만드는 굿즈도 맥락에 잘 맞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2  굳이 있다고 쓰지 않아도 어차피 있는

'있다'는 동사일 때는 동작을, 형용사일 때는 상태를 나타낸다. 상태가 계속 진행되거나 지속된다는 의미를 이루는 보조 동사로 쓰기도 한다. 때문에 행위가 진행될 수 없는 동사에 보조 동사 '있다'를 붙일 수는 없다. '출발/도착/의미하고 있다'가 아니라 '출발/도착/의미했(한)다'가 맞다. 문법엔 문제가 없으나 어색해 보이는 문장도 더러 있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소셜 계정으로 다른 서비스에 쉽게 가입하고 로그인할 수 있는 '소셜로그인'.

     → 기존에 사용하는 소셜 계정으로 다른 서비스에 쉽게 가입하고 로그인하는 '소셜로그인'.


보조 동사로 쓰는 '있다'를 '소셜계정'라는 명사, 곧 체언을 꾸미는 관형사로 만들어 썼다. 관형사형은 본동사 '사용하다'만 가지고도 문장을 만들 수 있다.


     브랜드 산업군과 관련된 취미활동을 1년 이상 이어오고 있었다.

     → 브랜드 산업군과 관련된 취미활동을 1년 이상 이어왔다.


술어에 별 의미 없는 '있었다'를 쓰는 경우가 의외로 많다. 문장을 바꾸면 '있었다'가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하는 걸 알 수 있다.




 3  지적으로 게을러 보이게 만드는 표현

지적으로 보이게끔 포장하지만 사실은 게으름을 그대로 드러내는 표현이 있다. 더 명확히 표현할 수 있지만 고민하지 않고 기대도록 만드는 표현말이다.



l -대한

'-대한'은 동사 '대(對)하다'의 관형형이다. '대하다'가 가진 뜻은 아래와 같다.  


① 마주 향하여 있다.

② 어떤 태도로 상대하다.

③ 대상이나 상대로 삼다.


대부분 세 번째 뜻에 기대어 사용할 때 문제가 된다. 지나치게 포괄적이어서 많은 뜻을 포함하거나 아니면 한 가지 뜻도 제대로 갖지 못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많다. 쓸 필요가 없는데 쓰는 경우는 빼버리면 되지만 무조건 빼는 게 능사는 아니다. 문장의 뜻을 분명히 전할 수 있는 다른 표현을 생각해보자.


     그래도 친환경에 대한 목소리를 내고자 하는 브랜드인데 (...)

     → 그래도 친환경 생활을 지향하는 브랜드인데 (...)



l -들 중(가운데) 하나/어떤

'-들 중 하나/한 사람'을 쓰지 않으면 표현이 정확해지지 않는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보자. 주어의 형상이 사라지는 것도 아닌데 문장을 굳이 길게 늘일 필요가 있을까?


     졸업 작품 중 하나로 취미 앱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기도 했다.

     → 졸업 작품으로 취미 앱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기도 했다.



l - 같은 경우

    하지만 나 같은 경우 카톡 알림을 꺼놓고 사용한다.

     → 하지만 나는 카톡 알림을 꺼놓고 사용한다.


이렇게 쓰면 '나'와 '경우'가 동격이 된다. 반복해서 사용할 필요 없다. 굳이 '경우'를 써야겠다면 '내 경우에는'이라고 쓰는 게 낫다.



l -에 의한, -으로 인한

'의(依)하다', '인(因)하다' 모두 한자어를 품고 있다. 우리말로도 얼마든지 표현할 수 있는데 굳이 한자어를 고집할 필요는 없다. '의하다'는 '따르다'로, '인하다'는 '때문이다' 또는 '비롯되다', '빚어지다' 따위로 바꿔 쓸 만하다.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결제 단계에서 원인 모를 에러로 인한 이탈율을, (...)

     → 한 전자상거래 사이트의 결제 단계에서 원인 모를 에러에서 비롯된 이탈율을, (...)




 4  내 문장은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걸까

조사 중에서 방향이나 경로를 나타내는 조사는 문장의 움직임을 표현하는 데다 문장의 몸이랄 수 있는 체언이 어디를 향하는지 결정하는 터라 잘 가려 써야 한다.



l -에, -으로/-로

     업무를 하는데 회사 동료 모두가 모인 메신저 채널 메시지가 왔다.

     → 업무를 하는데 회사 동료 모두가 모인 메신저 채널 메시지가 왔다.


'채널에'는 '왔다'라는 동사의 움직임을 표현하기엔 정적이다. '채널로'라고 쓰니 동적인 문장으로 변했다.



l -에, -을(를)

'에'는 처소나 방향 등을 나타내고, '을(를)'은 목적이나 장소를 나타내는 격 조사다. '가다'나 '보내다' 같은 동사에 맞는 방향을 나타내야 할 땐 당연히 '-에'를 붙여야 자연스럽다. 내 글에는 적합한 문장이 없어 책에서 예시를 인용했다.


     학원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 학원 보낸다고 성적이 오르는 건 아닙니다.



l -에, -에게, -에게서

'-에'는 무생물에, '-에게'는 생물에 붙인다. '-에게서'는 '-에게'와 '-에서'가 합쳐진 조사인데 쓰임에 따라 표현이 어색해질 수 있으니 가려 써야 한다.


     특히 규모가 작은 신생 브랜드에게 인스타그램은 고객과 가장 먼저 만나는 접점이 되었다.

     → 특히 규모가 작은 신생 브랜드 인스타그램은 고객과 가장 먼저 만나는 접점이 되었다.



l -(으)로부터

'-로'는 체언이 움직여 가는 방향을 나타내는 조사인 반면 '-부터'는 출발점을 뜻하는 조사다. 그러니 '-로부터'라고 쓰면 방향이 서로 어긋나는 셈이다. 이번에도 책에서 인용했다.


     친구로부터 선물을 받았다.

     → 친구에게 선물을 받았다.




 5  당하고 시키는 말로 뒤덮인 문장

당하는 말이나 시키는 말, 피동과 사동은 모두 동사와 관련된 말이다. 문제는 모든 동사가 당하는 말과 시키는 말을 갖는 건 아니라는 데 있다.

 


l 당할 수 없는 동사

     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콜라보다.

      → 절로 고개가 끄덕이는 콜라보다.


'끄덕이다'는 '고개 따위를 아래위로 가볍게 움직이다'는 뜻의 동사다. '끄덕여지다'처럼 당하는 말로 쓸 수 없다.



l 두 번 당하는 말

당하는 말을 한 번 더 당하게 만들어 쓰는 경우도 많다. '-이-, -히-, -리-, -기-'를 붙여 당하는 말로 만든 동사에 다시 '-아(어)지다'를 붙여 두 번 당하게 만드는 경우다.


     하지만 명료한 텍스트까지 곁들여진다면 사용성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 하지만 명료한 텍스트까지 곁들인다면 사용성은 더 높아지지 않을까?


'곁들이다'는 동사 '곁들다'에 '-이-'를 붙인 사동사다. '곁들여지다'는 '곁들이다'에 다시 '-어지다'를 붙여 두 번 당하게 만든 것이다.



l -시키다

     그것을 또 어떤 기술과 결부시켜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지켜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 그것을 또 어떤 기술과 결부해 색다른 콘텐츠를 만들어낼지 지켜볼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부하다'는 '일정한 사물이나 현상을 서로 연관시키다'라는 뜻의 동사다. 뜻 풀이에 이미 '-시키다'가 들어있다.



↓ 6번부터 10번은 2편에서 이어집니다.


참고 - 책 : 김정선,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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