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플러스 앱 서비스 UXUI 분석
<오징어 게임>이 세계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데도 넷플릭스를 다시 구독하지 않았다. 올해 초에 무료 이용 혜택으로 한 달간 일부 콘텐츠를 감상했지만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해 바로 정기결제 취소를 감행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런칭 당일 바로 구독을 시작했다. 디즈니 플러스가 한국에 런칭한다는 소식을 듣고, 아니, 2019년에 미국에서 디즈니플러스 런칭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약없이 기다릴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렇다, 디즈니와 마블 영화가 개봉하면 일단 영화관으로 달려가는 나는 디즈니와 마블의 팬이다. 마침내 내 손 안에 들어온 디즈니플러스를 2주간 사용하면서 앱 서비스를 향한 여러 궁금증이 생겼다. 그 질문의 답을 찾아보고 고민해 본 이야기를 이번 글에 담았다.
1. 디즈니는 왜 디즈니플러스를 만들었을까
1) 미디어 시장과 소비 변화
2) 소비자와 직접 연결되는 접점
3) 디즈니 전체 사업 지원 수단
2. 디즈니플러스에 질문하기
1) 홈
2) 6개 브랜드와 컬렉션
3) 관심 콘텐츠
4) 재생
3. 앞으로 중요한 건 '고객 유지'
디즈니플러스에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기 전에 디즈니는 왜 디즈니플러스를 만들었는지부터 알아봤다. 배경을 알면 전반적인 비즈니스는 물론, 서비스와 디자인에 대한 의도를 파악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기 때문이다. 조사 과정에서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이라는 책을 발견했다. 디즈니플러스 뿐만 아니라 디즈니 전반의 과거와 현재, 미래 비즈니스 구조까지 폭넓게 다루어 이번 글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얻을 수 있었다.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를 왜 만들었을까'에 대한 내용은 상당 부분 책에서 발췌 및 요약한 점을 밝힌다.
디즈니는 지금까지 TV・케이블 같은 미디어 네트워크와 테마파크・리조트를 통해 매출을 창출했다. 하지만 전체 매출 43%를 차지하는 미디어 네트워크의 케이블 가입자 수와 TV 시청자 수가 점점 감소하기 시작했다.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2016년 즈음 부터 소비자 관심과 미디어 소비 방식이 스트리밍으로 급변했기 때문이다.
미디어 네트워크의 매출 하락은 광고 매출에도 영향을 미치며 미디어 영역 전체 매출의 하락으로 이어졌다. 디즈니에게 가장 중요한 양질의 콘텐츠 제작을 어렵게 하는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상황. 더이상 기존 시장에 안주할 수 없다는 판단 하에 디즈니플러스 제작에 착수한 것이다.
미디어 시장과 소비 변화에 따라 온라인 접점의 중요성이 높아졌다. 콘텐츠 생산자이자 배급자였던 디즈니는 디즈니플러스 이전까지 고객과 직접 만나는 온라인 접점은 전무했다. 자사 콘텐츠를 극장, TV, DVD, 심지어 넷플릭스를 포함한 중간 유통 플랫폼에 공급하며 소비자와 만났기 때문이다. 고객과 직접 연결된 사업은 디즈니랜드와 리조트, 디즈니스토어 같은 오프라인 접점 뿐이었다.
'엔터테인먼트의 미래는 콘텐츠 제작자와 소비자 사이 직접적인 관계에 의해 정의될 것입니다.'
2017년 8월 디즈니는 분기 실적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당시 회장이었던 밥 아이거가 말했다. 이어서 넷플릭스와 콘텐츠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하며 2년 뒤 2019년에 디즈니만의 스트리밍 서비스를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디즈니플러스가 출시되자 많은 사람들이 경쟁 상대로 넷플릭스를 거론했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의 전략은 넷플릭스를 이기는 것이 아니라, 디즈니를 더 강력하게 통합하는 데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오리지널 콘텐츠로 구독자의 충성도를 획득한 후, 그 힘을 디즈니랜드와 디즈니스토어, VR, 게임 등으로 전이시키려는 목적을 가진다. 디즈니플러스가 구독자를 보다 공격적으로 유치하고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계획을 줄지어 발표하는 이유다. 그들은 코로나가 서서히 사라지고 디즈니랜드로 사람들이 모이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위와 같은 배경을 가지고 만들어진 디즈니플러스는 어떻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왜 이렇게 설계했는지 질문을 던져볼 차례다. 전체적으로 살펴보면 가격과 콘텐츠 빼고는 넷플릭스나 티빙 같은 타 스트리밍 플랫폼과 UXUI가 유사하다. 현재 고객의 눈높이에 맞춰 쉽게 자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도록 이미 시장을 점유하고 있는 선례를 차용한 것이다. 하지만 컴포넌트나 에셋 단위로 나눠 보면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짧은 식견이지만 그 지점에 질문을 던지고 답해보려 한다.
다른 플랫폼과 눈에 띄게 다른 건 6개 브랜드 버튼이다. 마치 TV를 볼 때 채널 이동을 위해 사용하는 리모콘 같다. 버튼을 홈 상단에 배치해 이 모든 브랜드가 디즈니 패밀리임을 인식시키고, 그로 인한 강점인 다채로운 콘텐츠를 강조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한국에서 디즈니의 위상을 이야기 할 때 잊지 말아야 할 점은 한국에는 디즈니랜드가 없다는 것이다. 즉 디즈니가 완성시켜 놓은 디즈니 생태계의 일부 고리가 빠져 있다. 한국인 중에는 마블 영화가 디즈니 소유라는 것은 모르는 사람들도 제법 많다. 반면 디즈니랜드가 있는 국가에서는 디즈니 패밀리에 대해 명확히 이해하고 있다. 디즈니랜드 가면 모든 캐릭터가 모여 있기 때문이다. - 240p
디즈니에게 고품질 브랜드 콘텐츠를 창출하는 일은 월트 디즈니 시절부터 지금까지 가장 중요하게 여겨졌다.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한 미디어 그룹으로 성장하기 위해 위기에도 콘텐츠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했다. 뛰어난 애니메이션 기술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가진 픽사, 7,000개 이상의 캐릭터를 보유한 마블, 할리우드에서 가장 잘나가는 프랜차이즈인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과 심슨을 보유한 폭스, 지역별 오리지널 콘텐츠와 성인 대상 콘텐츠를 다루는 스타까지. 전 연령을 다루는 압도적인 콘텐츠를 자랑한다. 디즈니플러스 출시 선언 당시 이미 영화 400개 이상, TV프로그램 7,500편, 오리지널 시리즈 25개를 공개하기로 했고, 더불어 매년 50편이 넘는 오리지널 시리즈를 새로 제작할 예정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게다가 디즈니가 보유한 대부분 콘텐츠에는 디즈니플러스 훨씬 이전 부터 함께 해 온 강력한 팬덤이 있다. 특정 브랜드의 팬층에 속하는 사용자가 원하는 브랜드로 쉽게 접근하도록 돕는 기능이기도 하다. 이러한 방향은 앱 서비스 내 다양한 방식으로 반영되어 있다. 하나씩 더 살펴보기로.
디즈니플러스는 노출되는 배너가 무려 15개다. 티빙은 평균 5개, 넷플리스는 1개다. 배너는 개수와 상관없이 공통적인 목적을 가진다. 사용자의 이목을 단숨에 사로잡을 만한 중요한 콘텐츠를 다룬다.
넷플릭스의 경우 개수는 1개지만 홈과 동일한 구조의 장르별 페이지가 존재해 장르에 맞는 신규나 인기, 혹은 사용자가 찜한 콘텐츠를 배너에 보여준다. 넷플릭스가 나눈 장르는 15개 이상이니 어찌보면 디즈니플러스보다 많다고 할 수도 있겠다.
티빙은 독특하게 실시간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으로 보통 배너의 40%를 현재 ON AIR 중인 콘텐츠에 할애하고, 또 다른 40%에는 신규 콘텐츠를 다룬다. 나머지 20%에는 수능, 영화제 등 특정 주제를 가지고 자체적으로 큐레이션한 리스트 묶음을 소개한다.
디즈니플러스도 신규 콘텐츠를 소개하는 데 사용하지만 전체 15개 중 30%에 불과하다. 그외엔 특별한 이슈가 없는 콘텐츠다. 런칭 초기에 유입된 사용자에게 다양한 콘텐츠를 보유하고 있다는 특장점을 보여주려는 의도로 보인다. 여기서 또 하나 알 수 있는 사실이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누구를 타겟으로 하느냐다. 배너를 6개의 브랜드로 나눠보면, 15개 중에 마블이 5개, 스타가 5개, 디즈니와 픽사가 3개, 스타워즈와 내셔널 지오그래피가 각각 1개다. 마블과 스타가 전체 중 각각 30% 씩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아래 콘텐츠 리스트를 어떤 순서로 배치했는지에서도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콘텐츠 리스트는 오리지널, STAR 하이라이트, 그 다음이 시청 중인 콘텐츠 순이다. 오리지널도 앞자리를 차지하는 건 마블이고, 시청 중인 콘텐츠 다음은 또 마블 추천작이다. 디즈니플러스가 두 브랜드를 얼마나 강조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앱 밖에서도 마찬가지다. 디즈니플러스의 인스타그램 계정 뷰포트에 보이는 12개 피드 중 60% 이상이 마블과 스타 관련 콘텐츠 홍보 피드다. 런칭 후 유일한 오프라인 팝업 행사도 마블의 <완다비전>. 왜 이렇게 마블과 스타를 홍보하는 걸까?
바로 MZ세대를 사로 잡기 위해서다. 디즈니플러스는 본래 가족 친화적인 서비스라는 점을 강조한다. 키즈・교육 콘텐츠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감동을 주는 애니메이션이 있어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 한국에서 성공하려면 MZ세대의 선택이 중요한 변수가 된다.
2020년 컨슈머인사이트 조사에 의하면 디즈니플러스가 월 만원 내외로 출시된다면 이용할 의향이 가장 높은 세대가 20대였다. 디즈니플러스 콘텐츠 선호도에서도 마블은 20-30대 남자, 디즈니는 10-30대 여성이 높았다. - 241p
디즈니플러스는 젊은 성인층과 연결고리를 강력하게 만들기 위해 마블은 제작이 확정된 오리지널 시리즈만 12개고 (물론 오리지널 IP를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 STAR 브랜드에서 <워킹데드>, <킹스맨>, <데드풀> 같은 성인을 위한 콘텐츠를 제공해 적극적으로 노출시키고 있다.
디즈니플러스는 시청 중인 콘텐츠의 컴포넌트가 에피소드 단위다. 넷플릭스와 티빙처럼 보통 시리즈 단위로 보여주는 방식과는 다르다. 크기에도 차이가 있는데 시리즈 3개를 보여줄 만한 면적에 에피소드 1개를 보여준다. 왜 시청중인 콘텐츠를 에피소드로, 그것도 크게 보여주어야 했을까? 두 가지 이유를 생각해 봤다.
첫 번째는 바로 이어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특정 시리즈를 선택해 들어가면 넷플릭스와 티빙은 첫 화 혹은 가장 최근에 본 에피소드 썸네일과 함께 플레이어가 있다. 화면 속 재생 아이콘을 클릭하거나 넷플릭스의 경우 하단 [재생하기] 버튼으로 재생한다.
하지만 디즈니플러스는 동일한 위치에 캐릭터를 강조한 이미지와 개성 있는 타이포그래피를 활용한 배너를 배치했다. 콘텐츠 별 개성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그 점을 강조하려는 목적에서 비롯된 설계라 생각한다. 에피소드를 재생하려면 배너 아래 [재생하기] 버튼을 누르거나 스크롤을 내려 리스트에서 선택해야 한다.
만약 시청 중인 콘텐츠의 컴포넌트가 시리즈라면 재생까지 두 단계가 필요하다. 더욱이 디즈니플러스는 이어보기 버튼이 있긴 하지만 시리즈 페이지 상단이 플레이어가 아니기 때문에 주목성이 다소 떨어진다. 때문에 홈에서 한번의 클릭으로 에피소드를 이어볼 수 있도록 설계했으리라 생각한다.
두 번째는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것도 어찌보면 바로 이어볼 수 있게 돕는 요소다. 재생 바를 이용해 어디까지 봤는지 대략적인 정보를 제공하는 것 뿐만 아니라, 몇 분 남았는지 까지 정확하게 알려준다. 재생을 위해 계산적으로 접근이 가능해 끝까지 보게 만든다. 예를 들어 잠시 생긴 여유시간에 40분 이상 남은 건 자기 전에 보고 지금은 20분 남은 걸 먼저 봐야겠다, 같은 생각이 든다.
컴포넌트 우측 하단에는 관람 연령을 안내하는 아이콘이 있다. 앞서 말했듯이 디즈니플러스는 가족 친화적인 서비스를 모토로 한다. 내가 본 콘텐츠 관람 연령까지 정확히 기억하는 사용자는 드물테다. 바로 이어보기 전 가족과 함께 볼 수 있는 콘텐츠인지를 확인할 수 있게 만들었다. 콘텐츠로 젊은 성인층을 포함한 다양한 연령대를 섭렵하되, 사용성에는 가족 모두가 함께 즐길 수 있도록 설계했다.
디즈니플러스의 홈 내비게이션은 간단하다. 넷플릭스와 티빙의 경우 상하단 모두에 내비게이션이 있는데 말이다. 디즈니플러스에는 없고 넷플릭스와 티빙에만 있는 탭에 질문을 던지면 간단해진 이유를 알 수 있다. 상단과 하단을 나누어 이야기해보도록 하자.
먼저 상단.
넷플릭스와 티빙은 TV프로그램・영화 같은 미디어 형식과 장르・카테고리를 나눈 것과 달리, 디즈니플러스는 아무것도 없다. 물론 나누기는 했지만 탐색 탭에 속해 있어 접근성과 중요도에 차이가 있다. 디즈니플러스에게 미디어 형식과 장르에 따른 구분은 크게 유용하지 않다. 디즈니플러스의 콘텐츠는 연결된 스토리와 세계관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마블 콘텐츠를 영화와 오리지널로 구분해서 보기 보단, 아이언맨이 나온 영화를 골라 보고 싶다거나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 (MCU) 시간 순서대로 보고 싶은 사용자가 더 많을테다. 꼭 마블 뿐 아니라, 디즈니와 픽사 애니메이션도 영화와 스토리가 연결되는 단편을 다수 제작해왔다. 때문에 디즈니플러스는 컬렉션이라는 장치를 만들었다 (컬렉션은 아래서 자세히 다뤄보기로 하고). 그에 반해 넷플릭스와 티빙은 연속 시리즈 콘텐츠가 드물고 대부분 개별 콘텐츠이기 때문에 통용적인 미디어 형식과 장르로 나누는 것이 효과적일테다.
그다음, 하단을 살펴보자.
넷플릭스의 New&Hot은 말 그대로 새로 공개되거나 가장 인기있는 콘텐츠를 알려주는 탭이다.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홈 배너가 그 역할을 한다. 무려 15개나 되니 말이다. 그에 반해 넷플릭스는 배너가 한 페이지 당 1개만 존재하고 평소 관심없는 장르라면 접근성도 떨어진다. 때문에 별도 탭을 만들어 전체 장르의 신규와 인기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넷플릭스 상단 카테고리 토글과 티빙의 하단 카테고리 탭 역할을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탐색 탭이 대신한다. 탐색하기 전에 미디어 형식과 컬렉션을 제안해 선택을 돕는다.
인풋창에 제목과 캐릭터를 검색하라는 문구도 같은 역할을 하며, 캐릭터와 스토리 별 확고한 팬을 보유한 디즈니 콘텐츠의 위력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겨울왕국’이라고 검색해도 나오지만 ‘엘사’라고 검색해도 원하는 결과가 나온다. 다만, 스토리 연관성에 의한 정확도는 떨어지는 편이다. '메리포핀스'라고 검색했을 경우 1964년 원작과 2018년 리턴즈만 나올 뿐, 1964년 원작 영화 실제 제작기를 바탕으로 한 영화, '세이빙 MR. 뱅크스'는 검색되지 않는다. 영화를 선택하고 추천작 탭에 들어가면 제공되는 정보지만 검색 시에는 적용되지 않는다는 점이 아쉬웠다.
마지막으로 '저장한 콘텐츠'는 넷플릭스와 동일하다. 두 서비스 모두 하단 내비게이션에 둔 목적은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자사 앱을 사용하게 해 체류하는 시간 즉, 콘텐츠를 소비하는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다. 다만, 넷플리스의 사용성이 더 돋보인다. 디즈니플러스는 저장한 콘텐츠가 없을 경우 흐름이 끊기지만, 넷플릭스는 콘텐츠를 저장하면 어떤 점이 좋은지를 부드럽게 제안하는 Writing과 콘텐츠 탐색을 유도하는 장치로 흐름이 이어진다.
개인적으로 디즈니플러스 홈에 있는 콘텐츠 리스트는 다소 건조하게 다가왔다. 예를 들어 '마블 추천작', ' 애니메이션 영화', '놓칠 수 없는 히트 영화' 같은 형식적인 네이밍. '가슴 뭉클한 한국 드라마' '어두운 분위기 TV 스릴러' 처럼 디테일하게 장르를 묘사한 넷플릭스와는 대조된다. 디즈니플러스 탐색 탭에 오리지널과 영화, 시리즈로 나뉜 미디어 형식에 따른 분류 또한 구독 시작 후 사용해 본 적이 없다.
하지만 브랜드 별 페이지에 있는 리스트와 컬렉션은 달랐다. 캐릭터와 스토리를 기준으로 알맞게 큐레이션되어 있어 특정 콘텐츠 팬인 사용자에게 특히 유용했다. 디즈니플러스도 그런 유형을 메인 사용자로 보고 세부적인 큐레이션을 했으리라 생각한다. 예를 들어 마블 브랜드 페이지 속 리스트를 살펴보면, MCU 페이즈대로 나눈 것도 보자라 MCU 연대순으로 구성했다. 마블의 팬인 나는 실제로 처음 마블 영화를 정주행할 때 개봉일 순이 아닌, 세계관 속 시간순대로 감상하기 위해 포털사이트를 검색해 감상했다. 런칭과 함께 공개된 마블 오리지널 3개도 그 흐름에 맞춰 보려고 사전에 정보를 찾았다.
브랜드 속 콘텐츠는 컬렉션으로 한 번 더 분류된다. 예를 들어 디즈니 브랜드 페이지에 들어가면 디즈니의 영화 혹은 오리지널 같은 미디어 형식으로도 리스트업했지만, '특별한 생쥐 미키'나 '디즈니 프린세스 모음' 같은 스토리나 캐릭터를 중심으로 나눈 컬렉션이 있다. 각 브랜드 페이지에서도 볼 수 있지만, ‘모든 컬렉션 보기’에서 더 재미있는 컬렉션을 찾아 볼 수 있다. 다만, 브랜드 페이지에서 컬렉션으로 바로 가는 장치가 없어 컬렉션의 접근성을 높이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구독을 시작하자마자 오리지널과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마구 찾아 관심 콘텐츠로 체크해 두었다. 몇 개쯤 체크해 두었나 확인해 보려는 순간, 어디 있는지 찾을 수가 없었다. 홈에 가서 스크롤을 내려봐도 '00님의 관심 콘텐츠' 같은 이름을 가진 리스트는 보이지 않았다. 이리저리 눌러보다 프로필 안에서 발견한 관심 콘텐츠.
넷플릭스도 찜한 콘텐츠 메뉴가 프로필 안에 위치해있다. 하지만 홈은 물론이고, 다양한 장르별 페이지에서 '내가 찜한 콘텐츠' 라는 이름으로 노출된다. 게다가 상단 배너에 내가 찜한 콘텐츠를 제일 먼저 크게 보여주기까지. 찜한 콘텐츠는 그야말로 나중에 보고 싶은 콘텐츠로, 눈에 띄면 띌수록 재생을 유도해 사용자의 체류시간을 늘릴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티빙이 가장 예측 가능한 위치에 있다고 생각했다. 매우 익숙한 유튜브와 같은 위치에, 티빙도 ‘보관함’이라는 이름으로 시청내역부터 찜한 콘텐츠, 구매와 다운로드 한 콘텐츠까지 몰아서 볼 수 있는 탭이 있다. 사용 데이터를 모두 모아 볼 수 있어 굉장히 편리한 탭이다.
디즈니플러스도 관심 콘텐츠 리스트를 홈과 브랜드 페이지에서 보여주면 어떨까 싶었다. 디즈니플러스가 홈에서 6개의 브랜드를 강조한 만큼, 관심 콘텐츠 탭에서도 브랜드 별로 나눠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했다. 무분별하게 하나씩 하나씩 계속 쌓이다 보니 또 다시 선택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시작한다. 고객을 추측해 '당신은 분명 이걸 좋아할 거예요!' 라며 브랜드가 보여주고 싶은 콘텐츠를 추천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사용자 중심에서 보고 싶은 콘텐츠를 적절히 보여주면 탐색 시간을 줄이고 바로 재생으로 이끌 수 있지 않을까.
드디어 영상을 재생했다. 오프닝 없이 바로 스토리가 진행되는 콘텐츠도 있고, 그러다 중간에 오프닝이 나오는 경우도 있고, 케이스가 다양해서인지 '오프닝 건너뛰기'와 '줄거리 건너뛰기' 기능이 있으나 매번 제공되지는 않았다. 마지막에 '크레딧 건너뛰기'도 있지만, 마블 같은 경우 워낙 쿠키영상이 랜덤하게 섞여 있는 바람에 처음엔 건너뛰었다가 뒤늦게 유튜브에서 쿠키영상의 존재를 알게 된 적도 있다. 그뒤로는 재생 바를 천천히 드래그하면서 썸네일로 쿠키영상의 여부를 확인하며 보기 시작했다. 쿠키영상이 있는 콘텐츠에는 '크레딧 건너뛰기'를 탭하면 쿠키영상이 시작되는 지점으로 이동시키거나, 수동적인 작업이긴 하나 '쿠키영상 바로보기' 같은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영상을 재생하면 바로 전체화면이 적용된다. 세로로 쥐고 있던 스마트폰을 자연스럽게 가로로 돌려 큰 화면에서 감상을 시작할 수 있다. 하지만 감상을 중단할 때 불편함을 겪었다. 특히 보고 있던 에피소드가 지루해서 다른 에피소드를 보고 싶을 때, 시리즈 정주행을 하다가 남은 에피소드가 몇 개인지 확인하고 싶을 때 말이다. 시리즈 페이지에 재생화면 없이 바로 전체화면이 적용되기에 '전체화면'이나 '화면축소' 기능이 없다. 감상을 중단하고 좌측 상단에 '< (나가기)'를 통해 아예 재생 화면 밖으로 나가야 하는, 즉 감상의 흐름이 끊기는 경험을 하게 된다.
티빙의 경우, 유튜브처럼 재생화면 밖으로 나가도 화면 하단에 콘텐츠를 계속 재생해주는 것 뿐아니라 앱을 나가도 팝업 모드를 설정해 계속 시청을 이어갈 수 있다. 흐름을 끊지 않으면서 사용자가 콘텐츠와 앱 탐색이 가능하다. 적어도 넷플릿스처럼 재생 화면에서 에피소드 목록을 제공하는 건 필요하단 생각이 들었다.
바야흐로 멀티 구독 시대, 한 사람당 유로 구독하는 스티리밍 서비스가 평균 3개에서 5개 사이라고 한다. 다양한 서비스와 콘텐츠 경쟁에서 비롯된 일이다. 하지만 점차 구독자 수가 줄고 있다는 분석이다.
고객들은 구독 수를 줄이면서, 서비스 비용과 품질, 콘텐츠를 꼼꼼히 고르기 시작했다. 팬데믹 기간 동안 20%에 불과했던 구독 중단 시도가 37%로 증가했다. 딜로리이트 분석에 의하면 구독자 한 명을 획득하는 비용이 약 200달러 수준이라 한다.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는 구독자를 1년 이상 잔류시켜야 한다. 팬데믹 시대의 스트리밍 경쟁은 구독자를 모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고객 유지'가 더 시급한 전략이 되어야 한다. 자신들만의 매력적인 콘텐츠와 플랫폼의 구속 요소를 명확히 만들어야 한다. -237p
이런 시기에 디즈니플러스가 가진 돋보적이며 다채로운 콘텐츠는 그들의 자랑이자 시장을 이끌어 갈 동력이 될테다. 앞서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통해 디즈니플러스에 그 점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반영하고자 했는지 살펴볼 수 있었다.
다만, 사용성은 크게 고려하지 못했다는 느낌을 받아 아쉬움도 컸다. 디즈니랜드라는 오프라인 접점에서 주는 친절하고 환상적인 경험과 달리, 디즈니플러스라는 온라인 접점에서는 그 경험이 부족했다. 최근에 논란이 된 자막 이슈가 대표적이다. Direct-to-Consumer(고객 직접 연결)의 중요성으로 탄생한 디즈니플러스, 고객이 좋은 경험을 얻으면 플러스가 되지만 나쁜 경험을 얻으면 곧바로 브랜드 가치와 이미지에 직격타를 맞는다.
세상에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한다. 크고 작은 완성이 계속 이어지며 나아갈 뿐이다. 앞으로 꾸준히 사용자 데이터와 리뷰를 수집하고 분석하면서 그렇게 자부하고 또 중요한 콘텐츠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경험으로 개선되길 바라 본다!
참고 - 책 : 김종원, <디즈니플러스와 대한민국 OTT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