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다음은 날개. 이 모든 것은 함께 먹는 사람과 약속이 되어 있어야 한다. 그래서 치킨 한 마리를 둘이 먹을 때가 가장 평화롭다.
갓 튀겨져 나왔을 때, 쭈욱 나오는 뜨끈한 육즙과 기름의 맛도 좋지만 냉장고에 뒀다 먹는 치킨도 맛있다. 기름에 분명 찌들어 있지만 금방 튀긴 것과 달리 뜨거운 육즙이 나오지 않아 담백하다는 착각이 들기도 한다. 주로 남긴 부위가 가슴살 같은 퍽퍽 살이라 그럴 수도 있겠다.
치킨과 함께 먹는 것 중 최고는 정육각형 모양의 새콤달콤한 치킨 무다.
아니다. 좀 성급했다.
시원한 생맥주다.
날이 따뜻해지면 치킨집 앞 파라솔만 봐도 곧 저기서 함께 치맥을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면서 가슴이 두근거린다.
치킨은 많은 추억을 같이 했던 음식이다.
가장 먼저 김이 나는 통닭이 접시에 놓여 있는 그림이 그려진 비닐봉지 안에 기름이 배고 습기에 눅눅해진 누런 봉투가 떠오른다. 그 귀했던 옛날통닭부터 지금의 이토록 다양한 맛의 치킨을 먹기까지 나에게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나.
생일파티를 해 본 적이 없는 어린 시절을 보냈었는데 첫 생리한 날은 어찌 된 일인지 엄마가 통닭과 양념통닭을 시켜주셨지.
서울 애들이 켄치라고 줄여 부르던 패스트푸드점의 세련된 치킨은 튀김옷이 유난히 꼬소하고 바삭했어.
남동생 군대 면회 갔을 때 치킨을 한 보따리 사갔었는데 생각보다 많이 먹지 못하더라. 회식으로 삼겹살을 잔뜩 먹고도 2차로 간 호프집 치킨이 어찌나 맛있던지 술과 함께 술술 들어갔었네.
구운 치킨이 유행이었을 땐 일인 일 닭이 충분히 가능했지.
광주 야구장에서 먹던 누런 박스에 담아주던 시장 치킨은 먹어도 먹어도 바닥이 보이지 않더라.
수영 끝나고 먹던 치킨과 맥주는 위장에서 그냥 바로 흡수되는 것 같았구.
딱히 뭐 먹을지 생각이 안 나면 치킨을 먹고 특별히 먹고 싶어서 저녁 먹고도 주문했던 치킨.
그동안 참 많이 먹기도 했구나.
치킨만큼 닭발도 맛있다. 참 좋아한다.
내가 닭발을 먹는 방법은 푹 삶은 국물 닭발이든 불향 가득한 구운 닭발이든 발가락을 다 뜯어먹고 나서 살집이 가장 많은 발바닥 살을 발목 아래에서 훑어서 한입에 먹는 것이다. 쫄깃한 발바닥 살을 가득 씹으며 이래서 닭발을 먹지 한다. 다 발라먹은 발목뼈를 그릇에 달그락 떨어뜨리고 다음에 먹을 닭발을 탐색한다. 그중에서도 발이 크고 실한 것이 있다. 당연히 발바닥 살이 훨씬 많고 맛있다. 이 감칠맛은 발 본연의 맛에서도 나오겠지만 결정적인 건 적절하게 첨가된 msg의 맛이다.
닭발과 함께 빠삭하다 못해 딱딱하기까지 한 튀긴 만두를 빨간 닭발 양념에 찍어 와그작! 입가심으로 막걸리를 한 입 마시면 캬! 군침이 도는 환상의 궁합이다. 너무 매울 땐 주먹밥이나 계란찜으로 입안을 달랜다. 그렇게 잠시 휴식 뒤엔 뜯기와 와그작과 캬의 반복.
뼈 없는 닭발보다 뼈가 있는 닭발을 선호한다. 닭발을 먹는 목적은 뜯어먹는 행위 그 자체인지도 모른다. 발의 모양을 자세히 들여다보고 이 작은 발로 여기저기 다녔겠지 상상을 한다 해도 난 여전히 닭발이 맛있다.
결혼 전 살던 동네 시장 끝에 있던 작은 닭발집이 가게 이름처럼 아직까지 내 인생 닭발집이다. 아쉽게도 오래가지 못하고 문을 닫아 버려 한참 동안 그 맛을 못 보고 살았는데 재작년에 비슷한 가게를 찾았다. 예전 그 집처럼 어머니와 아들이 직화로 구운 닭발을 판다. 중독성 있는 그곳의 닭발을 부디 오래도록 즐길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