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프롤로그 1>
퇴직을 했다.
10년을 넘게 한 일을 그만두자 결심하기까지는 두 달밖에 걸리지 않았다.
주변 사람 10명이면 9명이 말리는 퇴직을 할 줄은, 더구나 코로나 시대에 직장을 박차고 나가게 될 줄은 몰랐다.
오해를 받고, 풀어낼 방법을 찾고, 선택을 후회하며, 두려워하면서 미워한다는 건 참 힘든 일이었다. 평생 굳건할 것만 같던 체중계의 숫자가 점점 내려가고 마음속에 자꾸만 퇴직의 유혹이 파고들었다. 두 번째 사유서의 첫 번째 ‘빠꾸’를 맞이했을 때 비로소 결심이 섰다. 최종 사유서를 본 동료 언니에게 “글 잘 쓰네.” 란 얘기를 들었을 때는 주책맞게도 기분이 쪼끔 좋았다.
내 발로 나왔지만 쫓겨난 것만 같은 퇴직을 하고 난 뒤 예상보다 큰 상실감이 기다리고 있었다.
빠져나갈 곳을 헤매고 있었던 그 해 늦은 봄, <순정 책방>의 익명의 글쓰기 모임을 만났다.
그곳은 마치 나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있었던 것만 같았다.
글쓰기에 대한 오래된 갈망을 글쓰기 책을 모으거나 강의를 듣는 것으로 풀며 그저 여러 해를 흘려보내기만 했는데 이제는 무엇이든 쓸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퇴직을 한 덕분에 글쓰기 모임을 찾아냈다. 그리고 일 년 동안 소소한 글쓰기를 시작할 수 있었다.
이젠 퇴직하길 잘했어 너스레를 떤다.
<프롤로그 2>
퇴직을 하고 나서 부엌에 있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자꾸 뭔가 새롭게 해보고 싶고 해주고 싶습니다.
그렇게 부엌일을 하다 보면 하고 싶은 말들이 자꾸 떠오릅니다.
파를 다듬다가, 국을 끓이다가, 무를 썰다가, 쌀을 씻다가, 설거지를 하다가 문득 문장이 하나 머릿속에 스쳐 지나갑니다. 그때는 주저하지 말고 책상으로 달려가야 합니다. 잊어버리기 전에 공책에 노트북에 적어놓은 한 문장으로 글을 쓰기 시작합니다.
떠오른 것들은 대부분 음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맛있는 음식들을 먹은 그날 음식의 재료와 향과 맛, 같이 먹었던 사람들, 느꼈던 생각과 감정들.
음식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습니다. 좋은 사람들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행복합니다. 맛있는 글을 하나 쓰고 나면 월급날 같은 충만함을 느낍니다.
그렇게 쓴 글을 모아보았습니다. 한 번쯤은 군침이 도는 소화 잘 되고 부담 없는 밥상 같기를 바랍니다.
보리밥에 구수한 아욱 된장국같이
달큰한 제철 무생채 비빔밥처럼
새우젓 넣은 짭조름한 계란찜 같은
들기름 반 식용유 반 섞어 구운 김에 싸 먹는 식은 밥 같았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