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온 걸 마트에서도 느낀다. 이상하게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올 때가 되면 파릇파릇한 걸 먹고 싶어 진다. 냉이, 달래, 돌나물, 봄동, 쑥, 두릅이 그것들이다. 차갑고 딱딱한 흙에서 봄의 기운을 최대한 빨아들여 돋아난 식물들은 향기만으로도 겨울의 나른하고 묵은 기분을 날려준다. 마트 진열대에 매끈하게 포장되어 앉아있는 냉이와 달래가 싱싱해 보이기에 홀린 듯 사 왔다. 손질이 꽤 번거롭고 시간이 걸리지만 오늘은 기꺼이 시간과 정성을 쏟을 마음이 든다.
애기 양파처럼 생긴 달래 머리에 붙은 뿌리들이 실하다. 그런데 뿌리도 먹는 거였던가? 갑자기 혼돈이 생겨 ‘달래 손질’을 검색한다. 음, 역시 먹는 거였군. 달래 머리의 약간 누런 겉껍질을 벗겨내면 하얀 속살이 드러난다. 뿌리와 머리 사이에 낀 작은 흙덩이같이 생긴 알갱이도 손톱으로 파내면 똑 떨어진다. 물에 여러 번 헹궈 낸 달래의 알뿌리를 칼 옆면으로 눌러 으깨서 다지고 줄기와 뿌리도 남김없이 잘게 자른다. 알싸하고 싱그러운 향이 코끝을 사알짝 스친다. 간장과 고춧가루, 깨를 넣고 달래 양념장을 만들어 둔다.
냉이는 다듬음의 경계가 참 애매하다. 잔뿌리가 많고 그 사이사이 흙먼지가 껴있다. 굵은 뿌리를 남기고 잔뿌리는 긁어낸다. 냉이 뿌리의 한 겹이 벗겨지는 순간 향이 훅 느껴진다. 맞아, 이거였어! 봄 냄새! 냉이 한 뿌리 그대로 입에 넣어보고 싶을 만큼 향긋하다. 뿌리와 잎 사이의 까만 부분도 칼로 살짝 도려낸다. 도려낼 정도의 부피는 아니니 긁어낸다고 해야 할까. 깨끗하게 씻어낸 냉이는 된장찌개로 변신을 준비한다. 작은 냄비에 엄마가 만들어 주신 멸치 새우가루와 시어머님이 담가주신 집 된장을 푼다. 양파, 애호박, 감자, 양파, 당근, 새송이버섯, 두부를 숭덩숭덩 잘라 넣는다. 한소끔 끓이면 올라온 거품을 걷어내고 마지막으로 냉이를 넣는다. 냉이 된장국 하나만 있어도 밥 한 그릇 거뜬히 먹겠다.
됐다. 오늘 저녁은 무밥에 달래 간장, 냉이된장국과 고등어구이로 결정했다.
겨울무가 아직 달큰할 때라 여기저기 넣어 부지런히 먹고 있다. 무밥에 달래 간장 넣고 쓱쓱 비벼 한 입, 냉이 한가득 넣은 된장국 한 입 먹으면 입 안 가득 봄이 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