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 예찬

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by 덩이

여름의 기운을 머금고 냉동된 옥수수를 한겨울에 깨운다.

찜통에 돌덩이 같이 딱딱하게 언 옥수수를 올리고 십여 분을 쪄낸다. 구수하고 은은한 옥수수향이 집안에 퍼지면 얼른 달려가서 뚜껑을 조심스레 연다. 뿌연 김이 한바탕 날아가면 열기를 가득 받아 알갱이가 탱글하게 깨어난 한여름의 옥수수가 인사한다.

-안녕, 보고 싶었어. 잘 있었니?

커다란 스텐 집게로 알갱이가 으깨지지 않도록 조심해서 끄집어내면서 그 향기에 벅차오른다. 조금 식혔다가 먹어야 하니 마음이 더 급해진다. 아이는 별 관심 없이 쳐다보는데 나 혼자 괜히 ‘뜨거우니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먹자’한다. 아마도 나에게 하는 말이리라.

손에 쥐었다가 ‘앗 뜨거!’하면서 내려놓을 정도로 반 김만 식으면 오두방정을 떨며 절반을 뚝 자른다. 커다란 걸 통째로 먹는 것보다 반 자른 옥수수를 먹는 게 더 재미있다. 그 정도의 크기가 손에 쥐고 입으로 뜯어먹을 때 가장 적당하고 좋다. 앞니로 알갱이와 알갱이 사이를 파고들어 서너 알 정도를 뜯어먹고 나서부터는 위로 아래로 골고루 아무 데나 뜯어먹는다. 가끔 옥수수 껍질이 이 사이에 끼어 굉장히 신경 쓰이게 하지만 그것도 먹으면서 빼면 된다. 문제 될 것 없다.

정신없이 물고 뜯고 씹다 보면 옥수숫대 네댓 개가 쌓이는 건 일도 아니다. 신랑이 옥수수를 먹을 때마다 ‘너는 북한 사람이니?’ 그러면서 듣는 북한 사람 기분 나쁠 수도 있는 발언을 하지만 나로선 칭찬 같다. 그토록 옥수수를 사랑하는 사람이니까.

이제 바닥이 드러난 냉동실의 보물창고는 여름을 기다린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깊이 품은 옥수수들이 두 다리 쭉 뻗고 겨울을 기다릴 수 있을 만큼 충분히 넓은 공간을 내어주려 한다. 올여름이 무척 기대된다.

전도 예찬해

2022년 8월 현재 아직 한여름

옥수수가 그득한데 자꾸 밖에서 파는 옥수수에 눈이 간다.

냉동실의 옥수수가 한겨울까지 남아있을 수 있었던 이유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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