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찌개, 네 이 녀석, 요망한 것!

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by 덩이

김치찌개는 약이다.

추운 겨울날, 푹 끓인 김치찌개의 김치 이파리 부분을 집어 뜨끈한 밥에 얹어 입에 넣고 국물 한 숟가락 떠먹는 순간만큼은 만사가 다 형통해진다.


김치찌개는 변신술에 능하다.

삼겹살, 목살, 뒷다리살 등 돼지고기를 넣으면 기름지고 풍부한 맛의 묵직한 찌개가 되고, 캔 참치를 넣으면 시원하다. 국 멸치에 들기름만 넣어 끓여도 개운하고 깔끔하다. 햄이나 소시지를 넣으면 감칠맛이 폭발한다. 떡이나 당면, 라면, 두부를 넣어서 먹으면 별미다. 김치와 김칫국물을 많이 넣어 끓인 진한 김치찌개에는 떡국용 떡이나 두부가 잘 어울린다. 국물과 함께 떡을 건져먹으면 쫀득한 질감의 탄수화물에서 나오는 단맛이 계속 숟가락을 움직이게 한다. 매콤하고 칼칼한 국물을 머금은 두부는 끓일수록 단단해지기 때문에 처음 끓일 때 먹어야 보들보들하게 먹을 수 있다. 당면이나 라면은 불기 때문에 국물을 넉넉히 잡아 심심하게 끓인 김치찌개에 잘 어울린다. 사실 우리가 먹는 식재료 웬만한 것들은 김치찌개에 들어가도 위화감 없이 잘 어울릴 거라 자신한다.


김치찌개는 사골국 같다.

큰 솥에 끓여야 더 맛있다. 고기며 떡이며 라면이며 다 넣고 끓이려면 작은 냄비론 어림없다. 조금만 끓여야지 하고 작은 냄비에 시작해도 이것저것 넣다가 결국 큰 솥으로 옮기고야 만다. 겨울에 사골국처럼 큰 냄비에 끓여 두면 삼사일은 두고 먹는다. 건져먹고 남은 라면, 당면, 떡이 김치찌개의 전체적인 모양새를 우습게 만들긴 하지만 퉁퉁 불은 면과 떡은 또 그것대로 맛있다.

이틀째부터 김치찌개는 김치가 더 흐물흐물해지고 국물이 면과 떡으로 인해 찐득해진다. 뜨겁게 데워서 찬밥에 비벼 먹던가 뜨거운 밥에 데우지 않은 국물을 얹어 먹으면 또 뚝딱 맛있게 한 끼가 해결된다.


김치찌개는 약이자,

변신술에 능하며,

오래 두고 먹는 사골국 같다.

어제와 오늘 저녁밥을 두 대접이나 먹은 이유를 길게 변명해 보았다.

후루룩

2022년 8월 15일 현재,

오늘은 광복절

말복

날은 덥지만

그래도 난 김치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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