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늑대?

2022년에 꺼내 먹는 2021년의 글 <읽는 먹방>

by 덩이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기는 양고기다.

양꼬치를 처음 알게 된 건 수영장 언니를 통해서였다. 커다란 한자와 온통 붉은색으로 꾸민 식당의 간판과 외관은 처음 접하는 양고기만큼 낯설었다. 약간은 어둑하고 연기로 뿌연 가게 안의 풍경은 중국 영화 속에 들어온 것만 같았다.

뾰족한 쇠꼬챙이에 정육면체 모양으로 잘라서 끼운 양꼬치는 1일분에 10개로 4인분을 주문하니 커다란 접시에 꼬치가 한가득 담겨 왔다. 숯 불판 위의 홈에 꼬치를 일렬로 끼워 살살 돌려가며 구우니 기름이 뚝뚝 떨어지며 고기가 점점 쪼그라든다. 기름 떨어지는 냄새부터 심상치 않았다. 언니를 따라 젓가락으로 훑어 꼬치에서 빼낸 기름이 지글지글하고 있는 고기를 쯔란에 잔뜩 굴려서 묻혀 첫 입 먹었을 때 우와! 육즙과 함께 탄성도 터졌다. 이국적이지만 꿈꿔왔던 맛이다. 냉장고에서 금방 꺼내온 커다란 칭다오 병맥주를 따서 유리컵에 따라 양껏 한 모금 마셔주면 ‘캬, 오늘 내가 앞의 양꼬치를 다 먹을 수 있을 거 같다’는 도전적인 식욕이 샘솟는다.

처음 맛 본 고소한 양의 기름 맛은 나를 매혹시켰다.

곁들이는 반찬과 요리들도 색달랐다. 짜사이의 꼬들꼬들함에 반해 한 접시를 식전에 다 비웠다. 고소하고 짭짤한 튀긴 땅콩도 별미였고 탕수육과는 조금 다른 달콤, 바싹, 쫀득한 꿔바로우도 처음 맛보았다. 계란볶음밥은 별거 안 들어 있는데 왜 이렇게 맛있는지. 따뜻한 김치말이 국수 같기도 한 온면의 개운함에 매료되었다.

다 먹은 꼬치에 껍질째 내온 마늘을 끼워 불에 구워 먹는 것도 재미있다. 쉴 새 없이 손과 눈과 입을 움직여야 하기에 매우 치열한 식사였다. 정신을 차려보니 뾰족한 빈 쇠꼬치가 무서울 정도로 내 앞에 수북하다. 어머, 나 얼마나 먹은 거야.

양꼬치를 접한 뒤 또 한동안 양꼬치 전도사가 되었다.

-양꼬치 먹어봤어? 괜찮으면 먹어 볼래?

작년 봄, 아이와 둘이 가서 양꼬치 4인분을 먹고 온 뒤로 한 번도 가질 못했다. 글을 쓰면서도 군침이 넘어간다. 전생에 양 한 마리 제대로 사냥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 늑대가 아니었다 싶다.

그립다. 양의 맛.

조만간 만남의 장소로 양꼬치집을 추천해야겠다.

가볍게 한 스무 개부터 시작할까

2022년 올해는 한 번도 가질 못했네

양꼬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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