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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Jan 31. 2023

028. 다음 겨울엔 썰매 안 탈 거야

태어나 첫 썰매를 탄 너의 울음



눈이 적당히 내리고 햇살이 적당히 따뜻하던 지난주 주말. 아이들이 각각 태어나서 5년 만에, 태어나서 4년 만에 첫 썰매를 탔다. 한 녀석은 웃었고 한 녀석은 울었다. 차이가 있었다면 엄마와 탔느냐 아빠와 탔느냐였다. 


아이들 아빠와 큰 딸이 먼저 출발하고 나와 작은 아들내미가 뒤이어 출발하도록 줄을 섰다. 나도 오랜만에 타는 썰매가 너무 두근거렸다. 작은 아이는 처음 타보는 썰매인지라 이거 괜찮아? 를 연발하며 나를 계속 바라보았다. 반면 딸아이는 워낙 씩씩해서 재미있겠다 하고 계속 히히 웃었다. 우리 모두 기분이 좋았다. 출발하기 전까지는. 

"자 아이들과 부모님, 출발!"

안전요원의 구령에 맞춰 아이들 아빠와 딸이 먼저 출발했다. 슈우우웅- 꽤나 빠르게 내려가는 걸 보자 나는 더 신이 났다. 아래 도착해서 서로 손을 잡고 걸어가는 두 사람의 모습이 개미처럼 보였다. 자 이제 우리도 출발이다. 아들내미는 내려가는 내내 시원해라며 첫 썰매의 소감을 노래했다. 날리는 눈가루는 시원했고 햇살은 겨울 썰매장답게 쨍쨍했다. 기분 좋게 바람을 느끼며 내려온 우리는 두리번두리번 먼저 간 일행을 찾았다. 다시 타려고 줄을 서있거니 했는데 웬걸, 매점으로 어서 오라는 아이 아빠의 전화를 받았다. 


"더 안 탄데? 왜 여기 있어?"

"말도 마. 울고 불고 하는 거 겨우 달랬어."

다시 보니 딸은 머리카락 끝이 푹 젖어 있었고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어 있었다. 입에는 별사탕을 오물오물 먹으면서 눈도 그렁그렁하면서. 


사건은 이러했다. 스키를 잘 타는 아이들 아빠는 썰매도 스키 같으려니 하는 생각을 했나 보다. 안전요원의 출발구령을 기다리며 아이에게 재밌을 거야를 연신 반복하던 아빠는 출발과 동시에 딸내미를 눈사람으로 만들고 말았다. 발 뒤꿈치로 눈밭을 지지하며 내려가자 눈들이 튀어 오르면서 앞에 탄 딸을 덮친 것이다.

"이게 뭐야아!"

내려가는 내내 울고 내려서도 울고 별사탕으로 겨우 달래서 매점에 앉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아이고. 발바닥 전체를 눈 위에 딱 붙여야 눈이 안 튀는데."

"그걸 어떻게 알아?"

"안내문에 쓰여있어."


집에 돌아오는 동안 다행히 딸아이는 기분이 풀렸다. 아빠가 자기를 눈사람으로 만들었다며 오히려 아빠를 놀리면서 말이다. 그리고 덧붙였다. 자기는 다시는 눈썰매 안 타겠다고. 그래서 내가 다시 꼬시기 시작했다. 

"그래? 그럼... 다음 겨울에는 스키 탈까?"

스키? 눈을 반짝이며 재미있겠다는 표정을 하는 작은 두 녀석을 보니 눈썰매의 공포는 진즉에 끝나버렸나 보다. 역시 애들은 애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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