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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드카피 May 16. 2024

046. 보육과 교육 그 사이 어딘가

뭐니?! 왜 점점 더 어렵니 왜?!


한창 유행하던 말이 있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라서. 첫 아이가 7살이 되고 머리가 커가고 마음이 커가는 요즘 이 말이 어찌나 와닿는지 모른다. 대체 이럴 땐 뭘 어떻게 해야 하냔 말인가.


신생아 시절은 몸이 고됐다. 잠이 부족하고 내 시간을 쪼개야 하는 일련의 과정들이 원망스러울 때도 많았다. 아이가 걸음마를 떼면서는 순발력을 키우느라 고생했다. 그 짧은 다리가 어찌 그리 빠른지 개탄스러워하면서. 그리고 혼자 밥을 먹기 시작하고 혼자 화장실을 가려고 하는 요즘, 말을 너무 잘하고 생각도 커가는 요즘. 더 이상 보육이 아닌 교육을 해야 하는 요즘. 요즘은 몸이 고된 게 아니라 머리가 고되다. 


어른인 상태가 너무 익숙해져 버린 나는 아이의 생각과 마음을 읽는 게 어렵다. 나도 아이 시절이 있었을 텐데 떠올려보려 해도 쉽지 않다. 아이의 눈높이는 대체 어디쯤인가 가늠해 보지만 눈금 없는 줄자만 하염없이 문지르는 느낌이랄까. 

아이들의 다툼에 어른의 마음으로 발끈할 때가 있다. 하지만 몇 차례의 경험을 통해 깨달은 건 지켜봐야 한다는 것. 선배 엄마들과 얘기해도 비슷한 결론이다. 지켜봐야 한다. 


보육은 엄마의 적극적인 개입이었다. 내 손을 쓰고 내 몸을 써서 기저귀를 갈고 맘마를 챙기는 개입. 교육은 지켜보다가 적재적소에 딱 들어가야 하는 상황들이 많다. 너무 과해도 안되고 너무 내버려 두어도 안된다. 훈육이 잔소리와 질타가 되는 건 한순간이고 기다림이 지나쳐 방임이 되는 것도 종이 한 장 차이다. 정답이 없는 이 세계에 발을 들인 나는 내 생애 엄마가 처음이라 버벅댈 수밖에. 


아이들이 아직 말로써 이해하기 어려운 감정들을 구체적으로 잡아주는 게 요즘 나의 일이다. 질투, 분노, 성취, 열등, 우울, 연민, 미련... 마음에 두둥실 떠다니는 구름 같은 감정들을 아이가 눈앞에 볼 수 있도록 하나씩 잡아들이고 있다. 쉽지 않다. 어른인 세월이 길어서 이미 익숙해진 그 감정들을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그려내고 설명하는 일 말이다. 1+1이 왜 2인지 증명하는 것만큼 어렵다. 


그래도 이 시기에 엄마가 고생하는 만큼 아이의 마음이 단단해질 거라며 위로해 본다. 한껏 나태해져 있는 나의 뇌와 마음에게도 심심한 위로를 건네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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