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인머스켓을 사들고
좋은 사람이 되면 다 괜찮아질까
만나기로 한 장소에 황금 보따리를 들고 나타난 용이. 여자 친구 집에 보낼 명절 선물이라는 황금 보따리의 정체는 뜬금없게도 샤인머스켓이었다. 용이는 샤인머스켓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쏟아내다가 결국 20만 원이라고 결론지었다. 직구를 운운하던 용이가 백화점까지 방문해 자신의 쫀심을 바탕으로 하필 산 게 샤인머스켓이었고 나는 그런 청포도 따위 가격에 놀라 하고 있었다. 용이는 명절인데 여자 친구네 집에 그냥 아무거나 보낼 수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누가 뭐랄까. 네 생각이 맞다. 명절이라면 응당 청포도과의 한 종류로 씹을수록 달콤한 맛이 나는 게 꼭 내가 고대 그리스의 신이 되어버린 양 당장이라도 하프를 다단조로 연주하며 춤사위를 당기고 싶어 지는 샤인 머스켓이야 말로 한가위에 걸맞은 선물이라고 해주었다. 하지만 용이의 표정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았다. 왜일까. 그냥 빠져버린 앞니의 임플란트 작업이 5개월이나 걸린다는 비보를 들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용이와 나는 어김없이 소주를 마시며 지나간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이야기하면 할수록 우울한 현실과 곧 다가올 암담한 미래에 대해 말했다. 또 나는 온전치 않은 마음에 대해 이야기했고 그런 이야기를 용이는 진지하게도 들었다. 용이는 자신도 또라이라고 나와 같이 묶어 버렸고 그런 용이의 또라이같은 면모를 사랑하기에 친구라고 생각했다. 이 세상은 진정 제정신으로 살기 어려운데 나만 미친 게 아니고 똑같이 미친 동지가 있다는 사실이 외로움을 덜어주고 있으니 너무 좋은 일 아닌가!
용이는 앞으로 먹고살 일과 결혼에 대해서도 고민했다. 그런데 둘 다 모르겠다고 말했다. 알지도 못하면서 멀 고민하는 걸까 싶었는데 단지 말로 다 표현하기 어려워서라고 생각했다. 왜냐면 앞으로의 살림과 결혼에 대해 유난히 '뭐랄까'라는 말을 많이 섞어 쓰던 용이의 속내를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어찌 됐든 평범하게 일을 하고 가정을 꾸려 토끼 같은 자식 키우며 어여쁜 아내와 힘든 일도 좋은 일도 함께하고 싶은데 자신은 좋은 사람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건 내가 연애나 결혼이 두려운 이유와도 같아서 너무 이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가 좋은 사람이 되면 다 좋아질까 라는 생각도 했다. 다 좋아지는 게 세상에 있기나 할까? 어쨌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던 둘은 술을 좋아하는 사람만 되어있었고 지나친 과음에 치이고 있었다.
용이는 너는 착한 아이라고 말했다. 잠시 제정신이 아니어서 쿨한척하고 센 척하는 거지 착하고 순하다고 했다. 나도 맞다고 맞장구를 쳤다. 하지만 나는 안다. 착하다기보다는 바보라는 걸. 그리고 용이는 좋은 사람이 충분히 되어있다는 걸. 그리고 이후는 잘 기억이 안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