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점심상에서

시어머니도 결혼식을 위해 다이어트를 한다.

by 양미숙

코로나가 창궐하는 명절이어도 한가위만 같으라며 친정을 찾은 고모. 고모가 오신다는 소식에 엄마는 아침부터 준비를 하시더니 어제와 다른 건 잡채뿐이었다. 고모와 고모부가 사이좋지도 않게 나란히 오셨고 출근인사 같이 대충 서로의 안부를 물은 뒤 나는 밀린 일처럼 사과를 깎았다. 나는 참 고모의 외형을 그대로 닮았지만 손재주나 살림 재주는 누구를 닮아서 저 모양인지 모를 소리를 들어가며 사과를 깎았고 고모부는 그래도 깎은 것이니 달게 먹겠다고 하시고는 사과는 드시지 않고 커피만 드셨다. 나는 참 고모와 가까운 사이다. 서로 닮기도 했고 성격도 비슷하고 명절에 만나면 맥주 한 짝은 끝장낼 정도로 술도 좋아하니 안 통할 수가 없다. 이날도 풍성한 한가위를 맞아 맥주를 송편 집듯 집어 들어 꽉 찬 보름달 마냥 기울였다. 고모는 한 달 후 며느리를 들이는 척 아들을 장가보낸다. 나는 우스갯소리로 결혼식 당일 아들의 연락처를 삭제하고 아들 하나 잃어버린 셈 치라고 했는데 고모는 진짜 딸도 없이 아들이 하나였다. 고모는 한 달 남은 아들의 결혼식을 위해 다이어트를 하겠노라 밝혔다. 당신도 결혼식의 조연으로 한복을 우아하게 입고 화촉을 향한 워킹을 하겠노라 선언하시면서 갈비를 드셨다. 나는 예비 시어머니인 고모의 계획이 꽤나 근사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좋다는 타트체리를 추천했고 고모는 먹기만 해도 허리사이즈가 줄어 바지가 돌아간다는 나의 영업에(광고 아님) 홀랑 넘어가 있었다. 이따 아들이 오면 주문해 달라고 해서 아침저녁으로 먹겠다는 고모를 위해 바로 핸드폰을 열어 주문을 하고 결제까지 하며 명절 선물이라고 말씀드리자 소녀처럼 기뻐하셨다. 그리고 결혼식에는 적당히 이뻐야 하므로 너무 무리한 다이어트는 하지 말라고 당부드렸다. 고모는 알겠다고 하시면서 오늘이 마지막 맥주라며 냉장고에 있는 맥주를 다 털어오라고 하셨다. 그러자 고모부는 갑자기 담배를 태우러 나가시고는 한참을 돌아오지 않으셨고 고모는 다리까지 뻗으며 편하게 드시기 시작했다. 엄마는 동생을 장가보낼 때 대여했던 한복가게를 추천하셨고 오늘이 마지막 술자리인 고모는 한복 대여는 나중일이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직 한 달이나 남았으니 말이다. 그렇게 고모는 마흔을 꽉 채운 아들을 여우면서 생에 두 번째 결혼식을 준비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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