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가리와 캐럴

어울리지 않음이 어울릴 때

by 검정고구마

바쁜 크리스마스 이브였다. 각기 다른 일행들과 호텔에서 점심을 먹었고, 와인바에서 술을 마셨고, 허름한 동네 술집에서 노가리에 맥주를 마셨다.


호텔은 연말이라며 추가 요금을 받았고, 와인바는 물을 제때 주지 않았고, 동네 술집은 배추전을 서비스라며 내주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시간이 가장 좋은 것은 어쩔 수가 없다. 그리고 그 시간의 배경이 동네 허름한 술집이었던 것 역시, 나와 그의 관계가 편한 사이인 것과 또 맞아 떨어졌다. 동네 술집에서의 짧은 한 시간이, 호텔과 와인바에서 보낸 몇 시간 보다 더 즐겁고 편안했다.


모든 것이 완벽했다. 노가리 세 마리를 시켰지만 네 마리를 구워준 사장님의 마음도, 서비스로 나온 기름에 살짝 부친 소박한 배춧잎도, 그걸 자르며 나눴던 대화도, 한 잔을 더 시켜 나눠먹자던 고민도, 소나기에 빌려 쓴 우산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노가리를 뜯을 때 촌스러운 인테리어의 가게에 머라이어 케리의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묘하게 어울린 순간. 너무 완벽한 크리스마였다.


Merry Christma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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