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선배의 결혼식이다.
눈치를 보다 부서 사람들의 테이블로 기어간 후배. 상사의 자리를 잡아 놓는 사람들. 축의금을 두고 주판알을 튕기는 사람들. 친해서가 아니라 빠지면 안 될 것 같아서 찾아온 사람들. 형식적인 회사 인간관계의 형식미가 최고조로 폭발하는 자리.
서약의 내용에는 관심이 없다. 축사의 내용에도 관심이 없다. 웅성웅성 거리는 소리들. 핸드폰을 보는 사람들. 볼륨 조절이 안 된 축가 소리가 귀를 아프게 한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마주친 길 고양이 사라지듯이, 순서도 기억나지 않는 결혼식이 끝나고 신랑과 신부가 퇴장을 한다.
박수소리가 시원치 않다. 사회자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이 박수를 유도하고 또 부탁한다. 기계적으로 박수를 치는 하객들은 참 간단하게 끝났다며 만족스러운 마음을 나눈다.
직계가족의 사진을 찍는다. 친지들의 사진을 찍는다. 친구들의 사진을 찍는다. 직장동료의 사진을 찍는다. 뒤로 갈수록 친밀도가 떨어진다. 그마저도 나가지 않는다.
친밀도가 떨어질수록 음식에 대한 관심은 높아진다. 좌우 양쪽의 물 잔 중 어떤 잔이 나의 것인지 머리를 굴린다. 시급 구천 원에 주말을 반납한 직원들이 접시를 나르기 시작한다.
애피타이저를 먹는다. 음식 맛은 다음 세 가지로 기억된다. 맛있다. 보통이다. 맛없다.
사회자가 친구와 직장동료를 부른다. 거울을 보고 머리를 매만진 결혼 적령기의 남녀들이 매력을 발산하며 단상 위로 오른다. 자리 배치를 둔 잠깐의 신경전 끝에 대형이 완성되고, 그들은 완벽한 배경이 되어준다.
그들의 빈자리에 접시가 치워지고, 다음 코스인 수프가 등장한다.
앞에서는 신부가 부케를 던진다. 부케를 받는 이를 처음 본 친구와 직장동료들이 활짝 웃으며 박수를 친다. 다시 던진다. 다시 박수를 친다.
신랑 신부를 둘러싼 박수소리, 홀 가득히 떠들어대는 사람들의 웅얼거림, 접시를 나르는 직원들의 소음이 스테레오처럼 귀를 울린다.
부케 다음은 키스다. 한껏 멋을 낸 직장동료들의 손뼉 치는 모습은 아웃포커싱 되고, 신랑과 신부의 입맞춤이 카메라 렌즈에 담긴다.
단상의 젊은이들이 개미가 흩어지듯 자리로 돌아간다. 이미 식어버린 수프를 몇 스푼 뜨지도 않았는데, 메인 요리가 나오기 시작한다.
메인 요리도 마찬가지 맛이다. 맛있다. 보통이다. 맛없다.
어느새 옷을 갈아입은 신랑 신부가 다시 등장해 2부의 시작을 알린다. 초에 불을 붙인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초들의 불이 이어 불붙으며 가운데로 모인다. 중앙의 커다란 초가 횃불처럼 타오른다. 무슨 의미인지는 모르겠지만,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신랑과 신부가 커다란 칼을 잡고 케이크를 자른다. 케이크가 너무 커 칼이 잘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도 축하의 박수를 보낸다.
건배를 해야 한다. 여기저기 잔이 비어 있는 사람들이 직원을 부른다. 레드 와인이다. 이름은 모르지만 맛은 익숙하다. 레드 와인이다. 생전 처음 본, 다시는 보지 않을 사람들과 한 테이블에서 건배를 한다.
주인공을 빼고는 생전 처음 본, 다시는 볼 일 없을 사람들이 인사를 돌기 시작한다. 신랑이 고맙다는 말을 건넨다. 이미 피로가 극에 달하고 정신이 없을 거라는 걸 알기에, 그와 눈이 마주치지도 않았음은 그리 서운하지 않다.
후식과 커피가 나온다. 후식 역시 마찬가지 맛이다. 맛있다. 보통이다. 맛없다.
식사를 마친 사람들이 하나 둘 자리를 뜨기 시작한다. 식장 밖에는 꽃을 포장하는 테이블이 마련되었고, 눈치를 보던 사람들이 테이블의 꽃을 챙기기 시작한다.
그나마 익숙한 커피 맛을 음미하고 있을 때, 다른 테이블에서 꽃을 차지하지 못한 누군가가 불쑥 와서 꽃을 집으려 한다. 오른손에 커피잔을 든 채 쓰러지는 꽃병을 왼손으로 잡아낸다.
뿔뿔이 흩어진다. 결혼식이 어땠네. 신랑은 어디를 다니네. 신부는 어땠네 라는 말을 주고받으며 뿔뿔이 흩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