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재영 Aug 05. 2021

쇼핑의 적은 우울

쇼핑 욕구 극복 일지 : 15일 차

똑 같은 하루지만 특별히 우울한 날이 있다. 날이 궂어서도 아니고 큰 일이 벌어져서도 아니다. 햇빛이 찬란한 날 문득 앞날이 캄캄해지면서 급격한 우울감이 밀려오고 거대한 어둠 속으로 잠긴다. 오늘이 그런 날이다. 

가끔 내 우울의 근원을 찬찬히 살펴보는데 여러가지가 있지만 '불안'이 가장 크다. 남과의 비교, 일에 대한 회의, 현재에 대한 불만 이런 것들이 모두 불안에서 시작되고 불안은 우울을 불러 온다. 


우울한 날 가장 많이 했던 건 쇼핑 사이트에 들어가 옷을 사는 것이었다. 알록달록 화려한 것들을 보며 잠시 불안을 잊지만 구매버튼을 누르고 뒤돌아 서면 새옷이 오는 기대보다 계획되지 않은 소비에 대한 한심함이 앞섰다. 결국 옷을 사고도 우울은 사라지지 않고 기분만 더 가라앉는다는 걸 잘 알면서도 도저히 클릭을 멈출 수 없었다. 


극복해보려 해도 잘 되지 않는 우울의 감정이 밀려든다. 인생은 생각보다 길거나 짧고 희망은 없다. 언제쯤 이런 불안정한 마음이 편안해질까? 가끔은 팬데믹이 끝나는 것도 두렵다. 얼레벌레 팬데믹에 묻혀 요즘 그럴 때니까 하고 넘어가고 있는데, 정리된 후 나만 계속 이렇게 살까봐 겁이 난다. 남들은 재빨리 새로운 세상에 새로운 일을 하며 새로운 인생으로 갈아탔는데 나만 여전히 아니 뒤로 뒤로 밀려날까 무섭다. 


아직 오후 4시. 쇼핑 욕구를 잠재우며 잘 참고 있지만 오늘은 너무 우울하고 그래서 지금의 나는 매우 위험하다. 부디 내일 작은 성공의 기쁨을 만끽하며 극복 일지를 계속 쓸 수 있게 되기를. 




작가의 이전글 언제쯤 자유롭게 미술관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