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우울은 늘 나와 함께 있다.
기쁠 때도, 슬플 때도, 밥을 먹을 때도, 길을 걸을 때도,
행복하다 느낄 때도 늘 나와 있다.
그 우울은 늘 잠복해 있어서 언제 파도처럼 커질지 모르기 때문에
항상 예의주시해야 한다.
기뻐도 크게 기뻐할 수가 없다.
그 다음에 우울에 빠지면 어디까지 추락할지 알수가 없어 무섭다.
난 왜 기뻐도 크게 기뻐지지가 않는 걸까.
어떤 우울은 술안주가 되기도 하고
어떤 우울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가 되기도 한다.
그 상처를 몸과 마음이 기억한다.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나도 상처가 다가오면 소스라치게 놀라게 된다.
상처가 깊고 오래갈수록 감정표현에 무뎌진다.
우습게도 기쁨에만 무뎌지고 슬픔과 고통은 더 깊은 상처로 파고 들어간다.
이렇게 무언가를 쓸 수 있는 건 그나마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다.
쓰는 것조차 할 수 없던 때가 있었다.
어쩌면 이게 조금 나아졌다는 증거일수도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