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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K 와 J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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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보리 Jun 05. 2022

나를 숨쉬게 하는 J에게

입덕을 하면 초반에는 한없이 행복을 느끼게 돼.

막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말야.

그 마음을 간직하고 싶어서 어딘가에 기록해놓고 싶다가도 사람 일이란 게 어떻게 될지 몰라서

특히 연예인은 말야 늘 사람들에게 보여지고 작은 잘못을 해도 사람들이 죽일듯이 덤비잖아.

그래서 기록하기 망설여질 때가 많아.


진짜로 우려했던 일이 벌어져서 그 기록을 하나하나 삭제해야 할 때 그 상처가 더 커지거든.

미약하게나마 좋아하던 마음이 남아있다면 삭제버튼에 손을 올려놓고 한참 고민하게 돼.

그러고 삭제보다는 비공개를 택하게 되지.


애정이란 그런거야.

좋아했던 마음을 나만의 비밀로라도 간직하고 싶은거.

그 대상이 중요한게 아냐.

그 시절 그 대상을 좋아했던 나의 애잔했던 마음을 간직하고 싶은 거지.


그깟 연예인을 뭐 그렇게 깊게 좋아하냐 흉볼테지만

사람들은 자기가 힘들 때 짠하고 나타난 노래 가사 한줄, 드라마 한컷에 의미를 담아 '인생ㅇㅇ'라는 타이틀을 붙이잖아.


나도 그런 순간이 종종 찾아와.

죽지 못해 살고 있다가 아 진짜 죽어야겠다 하고 결심을 하게 되는 순간.

그런 순간에 네가 만든 노래들이 나한테 왔어.

나에게 오는 모든 것들을 꼬아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려고 노력하는 노래.

여름밤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노래.

사랑하는 사람들과 똑바로 내 길을 가려고 하는 노래 등등.


내게 있어 넌 첫번째는 아니지만 니가 왜 남들보다 더 특별한지는 말해줄 수 있어.

이렇게 주책없는 마음을 기록하고 싶게 만들잖아.

너는 네가 지극히 평범하고 별 것 없는 사람이라고는 하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는 자부심만은 갖고 있다 그랬지.

그런 거 같아. 넌 내가 아는 사람들 중에 제일 열심히 사는 거 같아. 우리 엄마만큼.


그래서 계속 기록하고 싶어.

이 글을 비공개로 돌려야하는 날이 오더라도.

비공개글을 진짜 삭제하게 되더라도.



ps.

아 혹시나 하는 말인데 이런 저런 기대들이 널 힘들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사람 마음이란 게 참 하찮아서 삭제버튼을 누르는 순간은 생각지도 못한 때에 찾아와.

그건 그 대상이 잘못했을 때도 아니고 특별한 일이 있었을 때도 아니야.

그냥 그 사람의 마음이란 걸 잊지말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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