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아메리카나> 리뷰
"책읽는청담"은 이번 (2020년) 여름, 이주에 한 번씩 진행되는 인문학 모임이다. 담당 이장님이 있고, 매 회마다 모임을 이끌어주는 리더가 지정된다. 나는 세 번째 모임 때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라는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에세이집을 읽고 리더로 참여했었다.
네 번째 모임의 주인공은 이민과 차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아메리카나>였다. 나이지리아인 작가가 쓴 소설로, 미국이라는 새 터전에서 살아가는 여주인공 이페멜루의 성장기를 다루었다.
자연스럽게 참여 멤버들이 겪은 해외 생활에 대한 이야기, 한국에 살면서 해외 이민자와 난민들을 바라보는 관점, 그리고 편견과 차별에 대한 생각을 나누었다.
<아메리카나>는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3번째 장편 소설이다. 치마만다는 <우리는 모두 페미니스트가 되어야 합니다>와 <엄마는 페미니스트>라는 논픽션의 책도 썼지만, <태양은 노랗게 타오른다>, <보라색 히비스커스>, <숨통>과 같은 소설로 알려져 있다.
그녀는 아메리카나가 ‘사랑’에 대한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렇다. 아메리카나는 그렇고 그런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인종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녀는 나이지리아인이라는 자신의 뿌리를 통해 세상을 본다.
나이지리아를 떠나기 전에는 생각해보지 못했다던 ‘소속감 belonging’. 치마만다는 나이지리아에 방문할 때마다 반대로 미국을 그리워한다고 한다. 관계에서 상대방을 바라보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하는 그녀는 어쩌면, 자신이 속한 공간을 떠나고 나서야 그 공간을 처음 제대로 마주하게 된 것이 아닐까.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의 Ted 토크 영상, “The Danger of A Single Story”는 2009년 이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아왔다.
작가는 무대에서 하나의 이야기만으로 사람, 공동체, 나라, 그리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서 설명했다. 이러한 선입견에 있어서 자신도 책임을 느낀다며, 멕시코에 대해 작가 본인이 가지고 있었던 이미지와 실제 멕시코를 방문했을 때 본 멕시코 사람들의 모습을 들려주었다.
그녀는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환경에서, 매우 행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난민 보호소에서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해 세상을 떠난 사촌도 있다.
All of these stories make me who I am. But to insist on only these negative stories is to flatten my experience and to overlook the many other stories that formed me. The single story creates stereotypes, and the problem with stereotypes is not that they are untrue, but that they are incomplete. They make one story become the only story.
이런 모든 이야기가 나를 만들었습니다.
부정적인 이야기에만 치중하는 것은 나의 경험을 단조롭게 하고,
나를 형성한 다른 많은 이야기들을 간과합니다.
단 하나의 이야기는 선입견을 창조합니다.
선입견의 문제는 선입견 자체가 진실이 아니라는 것뿐만 아니라,
불완전하다는 것도 포함합니다.
단 하나의 이야기를 유일한 이야기로 만들어 버리기 때문입니다.
치마만다는 토크의 마지막에 미국인 작가 Alice Parker의 이야기를 인용한다. 남부에 사는 친척들이 북부로 이사했을 때의 상황이었다.
They sat around, reading the book themselves, listening to me read the book, and a kind of paradise was regained.
그들은 둘러앉아서 책을 읽었고, 내가 책을 읽는 소리에 귀 기울였다.
그러자 천국과도 같은 무언가가 회복되었다.
하나의 이야기란 세상 어디에도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그 하나의 이야기를 거부하면
우리 모두는 천국을 다시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치마만다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책읽는청담 네 번째 모임에서 나누었던 참여자들의 경험, 이야기, 관점, 제안을 모두 다시 떠올려 보았다.
인종과 나라에 대해 가진 편견들은 사실 무효한 것이 많다. 내 경험에 의해 굳어진 기준이 언제나 오류를 품고 있을 수 있다는 걸 인정하면, 많은 대화의 문들이 열릴 것이다. 유연한 사고방식과 품을 줄 아는 관점이야말로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화 시대에 먼저 갖추어야 할 준비물이 아닐까 싶다.
하나의 이야기가 만들어낸 선입견에 갇혀서 딱딱하게 굳어진 사람으로 살아가는 건 그저 당사자만의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한 사람씩 자신만이 가졌을법한 소소하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그 내용들이 모여 각 장르마다 다채로운 농도의 이야기들을 쌓게 될 것이다.
사람마다 취향이 다르고 표현 방식이 달라서 누군가의 눈에는 나의 이야기가 고리타분하게 보일 수 있고, 누군가의 귀에는 시끄럽게 들릴 수도 있다. 그래도 우리는 우리 자신만의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들이 공유되고 전달될 때 선입견은 무너지고 틀은 깨어지니까.
편견과 차별은 소통의 부재에서, 이해하려고 시도조차 하지 않고 굳게 닫아버린 마음의 문 밖에서 일어난다. 작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는 소설 <아메리카나>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 있다.
마음의 문을 열고, 작지만 힘이 있는 입을 열어 우리만의 이야기를 하라고.
Source:
Cover image by The Nation
Interview by Guardi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