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자폐아이 교육하기
우리 부부는 준비된 "극성 학부모"였다.
우리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지만,
우리 자식은 풍요롭게 키우고 싶었다.
남들처럼 영어유치원도 보내고, 사립초등학교도 보내고,
기회되면 외국 연수도 보내고,
공부까지 잘해준다면 외고/과학고 준비도 시켜주고,
엄마아빠 직업인 회사원보다 조금 나을 것 같은
전문직으로 가는 길을 부모가 직접 열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아들이 7살이 되도록 "엄마" 한 마디 제대로 뱉지 못하고,
일반 초등학교도 특수반으로 겨우 입학한
"장애아동 학부모"였다.
우리 아들이 하루에 먹는 영양제 개수나,
일주일에 소화하는 치료스케쥴을 누구가에게 말해주면,
으레 한 번은 듣는 말이다.
언어와 인지치료 주 4회,
감각간 협응을 돕기 위한 특수체육 주 3회,
특기 발굴을 위한 수영레슨 주 2회, 인라인 강습 주 1회,
방과후 교실로 함께 하는 요리와 난타 주 3회,
그리고 거의 매일 가는 뇌파치료와
아침저녁 먹고 있는 영양제 15알.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
비록 영어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를 못 갔지만,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누군가 인사를 하면 나도 인사를 해야 하는 것도,
내 차례가 아니면 흥분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줄넘기를 위해서는 두 발을 모아 뛰어야 하는 것도,
내이름 석자를 쓰는 것도,
1+1은 2인것도.
그 어떤 누구보다 더 많이 반복적으로,
오랜기간 가르쳐 줘야 한다.
서울 SKY 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들의 독립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나는 기꺼이 "극성 장애 학부모"가 되었다.
가끔 아들 하교를 하러 갈 때면, 선생님들께 듣는 반가운 이야기다.
초등학교 적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학교 병설 유치원을 몇 개월 먼저 다녔는데,
유지원 겨울방학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한 아들이
7살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좀처럼 흥분하지도 않고,
차분히 앉아서 글씨도 쓰고,
선생님들 말에 귀도 한 번 기울여 주고,
웃으면서 놀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만의 자유로운 SKY 캐슬 시간표에
묵묵히 따라오며 기분좋은 희망고문을 해주는 아들.
나는 오늘도 기꺼이
다음 달 스케쥴표를 엑셀로 빼곡히 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