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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 Sep 15. 2023

긍정의 힘

#5. 자폐아이 육아 방식

아이 키우기 어떠세요?


여름방학이 오기 전, 학교에서 1학년 학부모 전체 간담회가 있었다. 

대화하기 좋아하시는 선생님께서 돌아가면서 육아에 대한 고민을 나누자고 제안하셨다. 


육아에 대한 "고민"이라.. 

우리 아들을 키우는 걸 "고민"이라는 단어에 담을 있을까. 


어느 수준까지 "고민"이라고 말해야 하나 그야말로 "고민"하는 찰나

내 차례가 되었다. 


"우리 아이 이름만 내뱉어도, 눈물이 쏟아질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아이를 품에 다시 꼭 안고, 다시 우리 아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지금은 우리 아이를 받아드리고, 아이의 나아가는 모습만 봐서 행복합니다."


내가 우리 아들을 키우는 보이지 않는 치열함을

구구절절 쏟아내봤자 의미가 없기도 했고,

정말이지 지금 나는 육아에 대한 "고민"이 없기도 했다. 


그저.

아이가 느리지만 나아가고 있는 그 자체에 만족스럽다.  



문어의 꿈


우리 아들이 몇 년째 좋아하는 노래다. 


주목해야 하는 건, 노래를 좋아하는 방식의 변화이다. 


작년만 해도 아들이 노래를 좋아한다는 건

전주 구간을 수 도 없이 반복재생하거나, 1시간 넘는 운전시간 동안

같은 노래를 5,200번 들어야 하는 것이었다. 

(그 전에는 두 귀를 막고 소리를 듣는 아이러니한 모습이었다)


발화가 늘어가고, 한글을 깨우치면서

가사를 읽기 시작했다.

멜로디에 상관없이 랩처럼 쏟아내는 문어의 꿈.


그러다, 노래방이라는 신세계를 만나더니,

지금은 마이크에 대고 노래방 신호에 맞춰

박자를 즐기며 문어의 꿈을 나름 열창한다.


몇 년째 반복해서 만나고 있는 문어의 꿈이지만,

아들의 발전과 함께 늘 새로와지는 꿈같은 노래이다.



저의 육아 만족도는 100점입니다.


이제 누가 아이키우기 어떠냐고 물어보면,

나의 답은 정해져있다.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는 남편과 언니들도 고맙고,

아들을 있는 그대로 봐주는 선생님들도 고맙고, 

무엇보다 모든 치료와 운동을 지치지 않고 해주는 

우리 아들이 기특한 하루하루다.


한 단어, 두 단어 말이 이어지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고,

엄마를 보면서 방긋 웃는 아들 얼굴만으로도

나의 육아 만족도는 최상이 된다. 


다른 아이들 대비 부족한 모습보다는

우리 아들이 스스로 나아가는 모습에 집중하면서


기나긴 육아 마라톤을

오늘도 웃으면서 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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