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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맑 May 22. 2023

우리만의 자유로운 SKY 캐슬

#4. 자폐아이 교육하기


"남들 해주는 건 다 해줄꺼야"


우리 부부는 준비된 "극성 학부모"였다.


우리는 그렇게 자라지 못했지만,

우리 자식은 풍요롭게 키우고 싶었다. 


남들처럼 영어유치원도 보내고, 사립초등학교도 보내고,

기회되면 외국 연수도 보내고, 

공부까지 잘해준다면 외고/과학고 준비도 시켜주고, 

엄마아빠 직업인 회사원보다 조금 나을 것 같은

전문직으로 가는 길을 부모가 직접 열어 주고 싶었다.


그러나, 우리가 맞닥뜨린 현실은 


아들이 7살이 되도록 "엄마" 한 마디 제대로 뱉지 못하고,

일반 초등학교도 특수반으로 겨우 입학한


"장애아동 학부모"였다.



"그렇게까지 해야해?"


우리 아들이 하루에 먹는 영양제 개수나,

일주일에 소화하는 치료스케쥴을 누구가에게 말해주면,

으레 한 번은 듣는 말이다. 


언어와 인지치료 주 4회, 

감각간 협응을 돕기 위한 특수체육 주 3회,

특기 발굴을 위한 수영레슨 주 2회, 인라인 강습 주 1회,

방과후 교실로 함께 하는 요리와 난타 주 3회,

그리고 거의 매일 가는 뇌파치료와

아침저녁 먹고 있는 영양제 15알.


이렇게까지 해야 한다.


비록 영어유치원과 사립초등학교를 못 갔지만,

자폐를 가진 아이들은 나름대로의 조기 교육이 필요하다.


누군가 인사를 하면 나도 인사를 해야 하는 것도,

내 차례가 아니면 흥분하지 않고 기다려야 하는 것도,

줄넘기를 위해서는 두 발을 모아 뛰어야 하는 것도,

내이름 석자를 쓰는 것도, 

1+1은 2인것도.


그 어떤 누구보다 더 많이 반복적으로,

오랜기간 가르쳐 줘야 한다.


서울 SKY 대학을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아들의 독립적이고 행복한 삶을 위해서 

나는 기꺼이 "극성 장애 학부모"가 되었다.



"겨울방학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거에요?"


가끔 아들 하교를 하러 갈 때면, 선생님들께 듣는 반가운 이야기다.


초등학교 적응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학교 병설 유치원을 몇 개월 먼저 다녔는데, 

유지원 겨울방학부터 조기교육을 시작한 아들이

7살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좀처럼 흥분하지도 않고,

차분히 앉아서 글씨도 쓰고,

선생님들 말에 귀도 한 번 기울여 주고,

웃으면서 놀기도 하니 말이다. 


우리만의 자유로운 SKY 캐슬 시간표에

묵묵히 따라오며 기분좋은 희망고문을 해주는 아들.


나는 오늘도 기꺼이

다음 달 스케쥴표를 엑셀로 빼곡히 그려본다.



아들 5월 스케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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