핼러윈 직전 불금의 무지막지한 인파
이태원 주민으로 가장 이태원스런 날을 맞아 편하게 짧게 브런치에 끄적임을 남기려합니다. (요새 머리 아픈 일도 많아 브런치를 좀 많이 쉬었고 지금도 머리는 아파서...)
핼러윈의 분장과 파티문화는 당연히 미국에서 온 것이라 외국인 거주지가 많은 이태원에서 처음으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소개된 건 자연스런 일입니다. 하지만 이태원 거주 20년이 넘은 제 기억에도 지금같은 핼러윈 파티와 분장인파가 생긴 건 그렇게 오래된 일은 아니었습니다. 외교관들이나 주재원들이 아니라 영어강사들 같은 젊은 외국인들이 유입돼 그들이 멋지고 또 섹시하게 분장해 남녀들의 파티를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 2000년대 후반쯤부터 시작된 것 같습니다. 또 그때는 동시에 영어유치원의 붐과도 맥을 같이합니다. 영어유치원에서 핼러윈이 가장 중요한 행사가 되고 아이들은 그 핼러윈 분장 특히나 공주옷에 열광하고 부모들은 아이들의 바람대로 꾸며주기 위해 노력하면서 그 문화가 아주 자연스럽게 퍼진 것이죠.
또 불금마다 DJ들이 선곡하는 댄스파티를 열던 클럽이나 바가 해밀턴호텔 주변에 포진하는 시기와도 일치합니다. 문화의 유입자에 사회적, 경제적 필요까지 다 결합해 버린 셈이랄까요.
그러나 코로나시대를 맞아 작년엔 건너뛴 상황이었습니다. 이태원발 코로나의 여파가 매우 컸고 전체적으로 모이는 것 자체가 죄악시됐으니까요. 그러나 이번은 원래의 그 이태원 핼러윈이 돌아왔습니다. 핼러윈인 당일인 10월 31일과 그리고 그 핼러윈 직전의 가장 가까운 불금에 집중적으로 분장한 젊은이들이 몰리고 술집들이 밤샘파티를 하고 특히나 해밀턴 호텔 골목은 '밟혀죽을' 정도의 인파가 몰리던 그 시절.
물론 밤샘파티는 하지 않지만 거의 오늘은 정말 '밟혀죽을 인파'는 다시 돌아왔더군요. 그래서 호루라기와 경광등을 든 경찰 기동대가 밤 10시를 기해 '해산유도'를 하기 위해 연도에 대기하는 모습까지 펼쳐졌는데 과연 지금쯤 다 해산들 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어제 오늘 본 이태원 해밀턴 호텔 뒤편의 '핼러윈 풍경'을 좀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