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를 허하라
언제부턴가 언론에서 사라진 표현이 여의도 몇 배라는 관용구다. 해당 표현은 본래 기사 제목이나 부제에서 지나치게 넓은 넓이를 단순화하여 비교할 때 등장했다. 독자들이 구체적인 단위와 비교할 수 있도록 안내해야 된다는 것이다.
http://english.hani.co.kr/arti/opinion/column/606252.html
하지만 몇 년전부터 언론에서는 여의도 몇 배라는 표현을 안쓰기 시작했다. 서울중심주의라는 지적이다. 여의도는 서울에 있는 지명이니 수도권 사람들만 알고 다른 지역에서는 잘 모른다는 거다. 심지어는 서울 사람들도 여의도 면적을 모른다는 주장도 있다.
그래서 최근에는 축구장에 비교해 면적을 설명하고 있다. 축구장은 원래 여의도보다 작은 면적을 표현할 때 쓰였던 비교 대상이지만 요즘에는 더 큰 면적도 '축구장 몇 만개'로 표현하고 있다. 하지만 축구장 몇 만개는 사람이 가늠할 수 없는 면적이다.
따라서 축구장보다 더 큰 비교 단위가 필요한게 사실이다. 그런데 축구장 보다 넓은 것은 지명으로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인간이 만든 보편적인 구조물 중에 서울, 지방을 가리지 않고 비교 가능한 것이 축구장 이상으로는 없기 때문이다.
다시 여의도를 쓰자.
영국이 섬인지 모르는 사람이 있을 수 있다. 여의도 면적을 모르는 것 사람이 있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그런 사람이 있다는 이유로 축구장 몇 만배라는 도움이 안되는 표현을 쓰면서 여러 사람 힘들게 하는 것은 반지성주의적 태도다.
서울 중심적이라는 주장은 반대로 너무 지방중심적이다. 대한민국의 수도는 서울이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는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이 거주한다. 지명을 우리가 기준으로 삼을 때 여의도를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명을 비교대상으로 쓸 때 수도권이 아닌 다른 지역의 지명을 쓴다면 오히려 공평하지 않기 때문이다. 강원도 해안면 펀치볼의 몇 배라는 비교 단위는 강원도가 아닌 다른 지역 사람들이 가늠하기 힘든 단위가 된다. 지명을 써야 한다면 수도권의 지명을 쓰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오히려 축구장 1만개, 10만개, 100만개가 일반인이 가늠하기 힘든 개념이다. 축구장 한 개의 넓이는 7920제곱미터라고 한다. 어차피 여의도 면적은 모르는 사람은 축구장 1만개 면적도 가늠할 수 없다.
축구장이라는 기준을 버리자는게 아니다. 위의 기사처럼 축구장이라는 단위로 독자들이 어림잡음이 가능할 때는 단위기준으로 쓰고 상위의 보편 단위기준으로 여의도를 쓰자는 거다.
축구장 13만개 면적 보다는 여의도 355배가 이해하기 쉽다. 1029제곱킬로미터는 인천광역시 면적과 비슷하다. 그걸 축구장 13만개로 표현해봐야 독자들은 이해할 수 없다. 초등학교에서는 면적을 가르칠 때 1제곱센티미터를 가르치고 교실의 면적을 제곱센티미터로 표현하면 수십만제곱센티미터가 되기 때문에 제곱미터라고 가르친다. 그리고 제곱미터와 제곱킬로미터의 관계도 마찬가지로 가르친다.
축구장만 계속 면적 비교단위로 삼는데는 한계가 뚜렷하다. 여의도 몇 배를 쓰는 것은 서울중심주의이기에 쓰면 안되는 표현이라는 금기는 납득할 수 없다. 언론이여, 여의도를 다시 허하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