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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Mar 29. 2024

 정착

이렇게 살아도 되네 8편

   

내가 커서 엄마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꾸밀 거예요

넓은 뜰엔 꽃도 심고 고기도 길러..

내가 커서 아빠처럼 어른이 되면 우리 집은 내 손으로 지을 거예요

울도 담도 하나 없는 그림 같은 집... 

    

 어렸을 때 즐겨 부르던 노래는 우리 가족의 일상 풍경이 되었다.

 세 들어 살 때는 집을 마음대로 개조할 수 없었다. 공들여 꾸며도 나올 때 다 원상 복구해야 하니 집 꾸미기에 한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 집이다. 손대는 대로 차곡차곡 변해갈 것이다.


 인접한 두 집을 부동산에서 사들여 하나로 합쳐 판 것이라, 63평 땅에는 세 칸짜리 살림집이 두 채 자리 잡고 있었다. 그 밖에 농사용 창고, 바깥 화장실, 별채의 작은방도 하나. 포클레인을 불러 싹 정리를 했다. 작은 옛집 두 채 사이에 넓고 훤한 마당이 생겼다. 햇빛이 잘 들고 바람도 잘 통했다. 아무런 소음이 들려오지 않고 뒷산에 지저귀는 새소리만 간간이 들려오는 마당에서는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해도 그냥 좋았다.     


 살림집은 입식 부엌으로 고쳐져 있었고 부엌 한쪽의 작은 문을 열면 욕실이었다. 방의 나지막한 윗면을 걷어내 대들보와 서까래가 드러나게 하니 천장이 높아졌다. 두 개의 작은 방 사이 벽 가운데를 큼직하게 틔워내 하나의 큰 방으로 만들었다. 천장의 먼지를 닦아내고 단풍잎이 붙어 있는 한지로 벽을 발랐다.

 난방은 기름보일러였는데 스위치만 누르면 금세 방이 데워지고, 자면서 땀이 날 정도였다. 사무실 건물에서 우리는 얼마나 추웠을까.     


 마당 뒤쪽 산과 인접한 자리에 돌을 쌓고 흙을 채워 밭을 만들었다.  손바닥  만한 텃밭에 열무랑 상추 같은 채소 씨앗을 뿌렸다. 앞마당에는 풍각 장터에서 홍매와 작약을 사다 심었다. 헐티재를 넘어 대구를 자주 오가면서 산 길 가에 있는 묘목장 울타리에 주황빛으로 환하게 피어있는 꽃송이에 반했다.

 "와! 이게 무슨 꽃이에요?" 주인에게 물었다.

 "능소화요."

 "혹시 살 수 있어요?"

 "한 뿌리 드리지요." 

 묘목장 주인이 흔쾌히 한 뿌리를 나누어 주셨다. 

 홍매와 능소화, 작약은 여러 차례 담장을 개조하면서 이리저리 옮겨 심느라 치였을 텐데도 30년이 다되어 가는 지금까지 잘 살아 주었다. 봄에는 홍매와 작약이, 여름에는 능소화가 어여쁜 꽃을 활짝 활짝 피워 우리 집을 환하게 밝혀준다.

   

 돌담을 쌓을 돌을 모으기 위해 티코를 몰고 근처 개울로 갔다. 담장 쌓기 좋은 돌을 고르다 보면 어느새 자그마하고 색이 고운 돌을 손에 들고 있곤 했다. 돌밭이 펼쳐진 너른 하천 가에 온 식구가 이리저리 헤매며 좋은 돌을 골라 줍는 건 억만금의 보물 찾기와 다를 바 없이 설레는 일. 

 집 꾸미기는 우리 가족에게 즐거운 이벤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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