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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Jun 01. 2024

스틸 앨리스

영화를 보고

스틸 앨리스     

너무나 똑똑하고 현명한 앨리스.

그녀는 언어학자로서 훌륭한 업적을 남기고 대학에서 멋진 강연을 하는 학자다.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아름답고 매력 넘치는 사람.


 어느 날 덜컥 찾아온 조발성 알츠하이머의 발병은 그녀의 완벽한 삶을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트린다. 반짝이는 생각들이 정연하게 쏟아져 나오던 머릿속은 텅 빈 것처럼 멍해진다. 방금 들은 말도, 어떤 약속도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소중한 삶의 흔적들이 하나하나 사라져 간다. 그녀의 두뇌가 서서히 죽어간다. 병은 발버둥 쳐 볼 여지도 없이 성큼성큼 그녀의 두뇌를 삼켜버린다.


 줄리언 무어의 연기는 너무나 뛰어나서 영화를 보는 내내 앨리스의 기분과 심정이 너무 공감되었다. 내가 그런 상황에 빠지기라도 한 듯 막막하고 두려웠다.

 나는 왠지 어렸을 때부터 뭘 잘 잊어버렸고 요즘도 그렇다. 머리가 둔하고 멍할 때는 치매인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게다가 언제부터인가 폐쇄공포증이 생겼다. 조금 심할 땐 나도 머릿속에 두려움만 남고 나를 잃어버릴 것만 같은 심정이 들기도 했다. 


 “차라리 암이었으면!.”

 하고 앨리스는 절규한다. 가족과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단절되는 알츠하이머는 암보다 더 절망적인 상황을 그녀에게 안겨주었다. 기억을 잃는 것은 이전의 나를 잃는 것이고 나와 소통해 온 너를 잃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두고 앨리스의 기억은 사라져 간다.


 그때, 진로 문제로 의견이 엇갈려 서로 마음이 불편했으나 엄마를 사랑했던 딸 리디아가 엄마를 돌보기 위해 집으로 돌아온다. 지금의 순간순간만 존재하는 앨리스 곁에서 다정하게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아직 ‘사랑’ 이 남아있다고 말해준다. 그러므로 앨리스는 지금도 ‘앨리스’라고. 모든 것을 잃어도 사랑이 남아 있다면 인생은 살 만하다는 인간 삶의 가장 중요한 본질을 말해주는 영화.


 영화를 보고 자려고 누웠는데 내 머릿속의 기억도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아 두려웠다. 머릿속의 문들이 꽉꽉 닫혀버리고 그 문들은 우주 저 멀리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았다. 심호흡을 하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다행히 아침에 깨었을 때는 머릿속에 반짝이는 것들이 보이는 듯했다. 전기 작용이 활발하게 일어나는 걸 말해주듯.

 ‘휴, 다행이다!’     

 노인성 치매가 조금씩 진행되고 있는 엄마는 지금 어떠실까. 엄마에게 좀 더 잘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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