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ream May 24. 2024

내 인생의 선택

이렇게 살아도 되네 < 연재 18편 >

   프레시맨. 그 이름에 걸맞게 자유롭고 희망에 차고 두려울 게 없고 무언가 대단한 걸 이룰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에 차 있던 대학 1학년.

 뻔히 예상되는 길 말고, 뭔가 특별한, 예상되지 않지만 살아가는 그 순간 가슴 두근거리며 기대감에 차 눈이 반짝이는 그런 인생을 살고 싶었다.

 자라면서 충분히 고민해 보고 알아보지 못했던 인생의 여러 가지 문제들에 기웃거리느라 어느 하나를 붙잡고 깊이 파고들지는 못했다. 사랑, 낭만, 음악, 종교, 존재의 이유,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 무엇을 하면서 살지 등등 생각해야 할 주제가 너무 많았다. 연구원이 되겠다고 선택한 전공인 유전공학은 수업과 시험 때 외에는 저만치 밀어 두고 예술대, 인문대, 체대까지 관심 가는 대로 다양한 수업을 들으러 다녔다.


 대학 4학년, 도서관에서 자리를 잡으려고 이리저리 둘러보다가 멈칫했다. 자리마다 하나도 빼놓지 않고 영어책과 영어 사전이 놓여 있는 것이었다. 인생이 이렇게 단순한 거였던가? 모든 사람이 영어를 공부해야 하는가? 지금 생각하면 그것도 여러 과정 중의 일부일 뿐이었고 대학생도 그리 비율이 높지 않을 때라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지만, 그때 내겐 좀 충격이었다. 인생은 너무나 다양하고 무궁무진한 미지의 세계라고 생각하던 때였으니까.

 나는 영어책을 덮었다. 다들 가는 길을 나까지 갈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다 같이 맹렬히 빨려 들어가는 소용돌이에 동참하지 않고 나는 나대로의 소용돌이를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내 인생의 방향을 그렸다.     


 무엇이 나의 길일까, 무엇을 하며 살면 후회 없이 나를 사는 걸까를 끊임없이 고민했다. 이대로 이름 없는 풀꽃처럼 구석진 산골짜기에 살다가 가녀린 꽃 한 송이 홀로 피우고 아무도 모르게 지는 건 아닐까 두려웠다. 지금 생각하면 그러면 또 어떤가 싶기도 한데. 


 내가 선택해 온 모든 순간이 길이 되어 지금까지 나대로의 삶의 궤적을 이루었다. 지금도 자주 길을 잃고 다시 길을 찾으며 살고 있지만 길을 더듬어 찾는 그 자체가 인간의 삶이 아닌가.

 작곡을 하고, 살아가는 이야기를 글로 풀어내려고 한다. 텃밭의 잡초를 뽑고 화초와 작물을 돌보고, 수확한 것을 버리지 않고 먹으려고 갈무리하고, 그러다 보면 시간이 훅 간다. 글 써야 되는데, 하며 부담 가져 보았자 이것저것 하다 보면 집중할 여력이 남지 않게 된다. 이제는 그것도 괜찮다 싶다. 내가 꼭 어떤 업적을 남겨야 할까? 내가 아니어도 이 세상에 대단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인생을 누리는 것에 더 집중해도 괜찮을 것 같다. 그러다가 글이 나오면 글을 쓰고 노래가 나오면 노래를 짓자.     


 내가 사는 곳에서 해가 뜨고 지고 별과 달이 뜨고 지고, 어느 날은 은하수가 펼쳐지는 밤하늘에 마음을 빼앗기고, 어느 날엔 영롱한 무지개에 넋을 잃고. 

끝없이 밀려오는 파도가 그리우면 바다로 가고, 낯선 길을 헤매고 싶으면 모르는 도시로 여행을 가자. 속에서 흘러나오는 대로 노래를 흥얼거리고 산책길에 ‘휘’ 휘파람도 불어보자.

 이렇게 살아도 괜찮다. 내 머리 위에는 태초부터의 대우주가 펼쳐져 있지 않은가. 나는 이미 우주의 자식이고 우주의 일부이니 소리 없이 한 송이 꽃을 피우고 진다 해서 우주가 모르겠는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하루하루 자신과 대화하며 가족과 벗들과 함께 일구어가는 삶의 밭. 모드처럼 내게도 서로 지지해 주는 사랑하는 사람들이 있다. 삶을 담는 노래를 지을 수 있고, 사람들과 함께 즐거움을 나눌 수 있는 꿈꾸는공작소가 있다. 내가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이 여기에 다 있다.

작가의 이전글 꿈꾸는공작소 파이팅!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