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ream May 19. 2024

꿈꾸는공작소 파이팅!

이렇게 살아도 되네 < 연재 17편 >

 2007에 처음 문을 열어 2024년 현재까지.

현리리 시골 마을 입구, 윗마을로 가는 길모퉁이에, 이름 하나 달랑 걸어놓고, ‘저긴 뭐지?’ 하며 호기심 어린 눈길을 던지게 하는 2층 건물. 

오래전에 알았던 사람들 중에는 ‘아직도 하고 있나?’ 의문이 들기도 할 꿈꾸는공작소.     

 17년이란 시간이 말해주듯, 너무나 많은 연구와 고심, 낙담과 보람의 순간이 있었다. 어느 것 하나도 그냥 주어지는 건 없었다. 조형물 제작으로 시작한 공작소는 여러 상황의 변화에 따라 점차 체험을 주로 하게 되었다.     

 바쁘게 일하고 있는 우리 곁에서 혼자 놀고 있는 딸이 뭐 하나 궁금해서 보니 자투리 나무로 나무토막 인형을 만들고 있었다. 아이 곁에는 토끼도 있고, 무당벌레랑 애벌레도 있었다. 쓱싹쓱싹 톱질하고 망치로 송곳을 두드려 구멍도 내고.  재미있게 폭 빠져서 놀 때의 바로 그 분위기가 아이 주변에 몽글몽글 피어있었다. 

  어린이 목공에 관한 자료를 뒤져보니 유럽에는 목공을 학교에서 중요한 교육과정으로 다루는 나라도 있었으나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어린이 목공 관련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대구의 공구상점을 뒤져서 어린이의 손과 체구에 맞는 공구를 찾고 안전하게 목공 작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연구했다. 정교하게 만들어 실생활에 쓰기 위한 목공이 아니라, 아이들이 상상력을 발휘하며 즐겁게 놀 수 있는 목공프로그램을 개발했다. 

 구상부터 마감까지 전 과정을 아이들이 스스로 할 수 있다. 직접 공구를 써서 나무를 자르고 붙이며 꾸민다. 아이들 마다 결과물이 다 다르다. 자기가 상상한 것을 형상화하는 과정이기에. 공작소 특유의 목공프로그램에 매력을 느낀 선생님과 부모님의 손에 이끌려 수많은 아이들이 다녀갔다. 만들기를 좋아하는 어떤 아이들은 꿈꾸는공작소를 천국이라고 했다. 

 목공과 더불어 사계절 시골마을 속에서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놀며 배우는 ‘꿈꾸는 아이들‘, 여름과 겨울방학 캠프, 학교와 단체들의 현장체험학습 등으로 많은 아이들을 만났다. 초기에 다녀간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성인이 되었다. 그 아이들에게 꿈꾸는공작소는 어떤 느낌으로 기억될까?    


 시골에서도 문화적으로 재미있게 살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전기 없는 야생 숲에서 연 ‘숲 속 음악회’. 어린이날, 가족이 함께 목공작품을 만들고 만든 것을 가지고 놀며 작은 시골마을에서 하루를 보낸 ‘목공놀이 축제’와 ‘여러 명목의 파티’들.

 사람들이 스스로 자기 집을 고치고 가꾸는 것을 즐거운 취미로 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마을 공작소’, ‘수요일에 꿈꾸는 마을’, ‘아끼는 주방도구’ 등 주민들을 대상으로 하는 목공클래스들을 열었다.

 시골공방의 일상을 경험해 보며 쉬어갈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우리가 좋아하는 일을 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사람들이 즐거운 경험을 할 수 있게 마련하는 일. 생계의 전환은 이렇게 이루어졌고 우리는 그럭저럭 잘 살고 있다. 


코로나 기간 동안 꽤 공백기가 있었지만 우리에겐 충전을 위한 휴식기가 되었다. 이제 새롭게 힘을 내어 그동안 일구어 놓은 바탕을 기반으로 더 신나고 재미있게 시골 공방 꿈꾸는공작소를 꾸려가기 위해 궁리하며 평온함 속에 한발 한발 나아가고 있다.   

작가의 이전글 좋아하는 일로 – 꿈꾸는공작소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