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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May 15. 2024

좋아하는 일로 – 꿈꾸는공작소

이렇게 살아도 되네 <16편>

  

   

 남편 지인의 의뢰로 작은 금빛 나비 60개를 만들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나비는 너무 예뻐서 만드는 동안 마음이 환했다. 예쁜 것을 만드니 그 자체로도 즐거운데 이런 일로 먹고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같은 생각을 또 한 번 하게 되었다. 지인이 공연에 필요한 소품 제작을 해줄 수 있는지 물었다.  우리는 당연히 소품을 만들어 줄 수 있어야 했다.  생활비를 벌어야 했으니까. 제작을 위해 넓은 공간이 필요했다. 마침 마을에 옛 마을 회관 건물이 비어 있어서 마을 이장님께 잠시 빌려 쓸 수 있을지 여쭈어 보았다. 마을 분들은 마을 끝에 조용히 살면서 동네 어르신들을 만날 때마다 열심히 인사를 하는 젊은 부부에게 마을 회의를 통해 건물을 쓰게 해 주셨다.

     

 해가 지고 나면 통행하는 사람 하나 없는 캄캄한 시골의 밤. 

 마을 들머리, 불을 환히 켜놓은 40평 공간에 온갖 소품들이 쌓여 있다. 탈이며 단지, 목마 등, 공연 소품은 스토리에 따라 다양했다, 남편과 나, 미술에 소질이 많던 여동생까지 합세해서 신기한 소품들을 밤늦도록 만들었다. 일상적이지 않은 상상의 소품을 만드는 일은 새로운 아이디어를 창안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었지만 흥미롭고 무척 재미있었다.


 문득, 손발이 착착 맞아 돌아가는 작업장 풍경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참이었다. 겨울이어서였을까? 우리가 일하고 있는 공간이 언젠가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산타할아버지의 선물 공장 같다는 착시가 일어났다. 끊임없이 바쁘게 돌아가는 컨베이어벨트, 신기한 선물들이 하나씩 툭툭 완성되어 모이고. 선물 받을 아이들의 즐거운 표정을 상상하며 일하는 이들은 즐겁게 노래 부르며 신이 났다. 

  선물을 만드는 공장이라니!  즐겁고 설레는 분위기가 뭉게뭉게 피어나는 느낌이 들었다.

 ‘이런 일을 하며 먹고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남편과 나, 여동생이 모두 같은 생각이어서 함께 공방을 열기로 했다. 

 이름은 뭘로 할까? 그날도 밤늦게까지 작업을 하고 있는데 국문학을 전공한 남동생에게서 전화가 왔다.

 “꿈꾸는 공작소 어때?”

공작소라고? 게다가 꿈꾸는?

나는 더 이상 꿈만 꾸며 사는 건 싫다며 반대했다. 하지만 더 나은 대안이 떠오르지 않았고, 다른 사람들은 모두 좋다고 해서 공방 이름을 꿈꾸는 공작소로 정했다.

 그즈음, 나무문 제작 일을 하시던 남편 큰 형님이 공장을 정리하면서 쓰시던 목공 기계들을 물려주셨다. 마을 회관 건물을 마을에 정식으로 임대하여 새로 칠을 하고 목공기계들을 정리해 넣으며 작업장의 기본 틀을 갖추었다. 


 이렇게 해서 2007년,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은 우리들의 꿈을 담은 목공디자인 공방 ‘꿈꾸는공작소’를 열었다. 꿈꾸는공작소는 무대 소품과 그림이 있는 디자인가구, 축제장 설치물을 제작하며 서서히 공방의 면모를 갖추어갔다.

 다음 해의 일거리와 수입을 예상할 수 없는 불안정한 경제 상황이긴 마찬가지였지만 우리의 노력이 조금씩 쌓여 가면 언젠가 큰 힘이 되리란 믿음으로 생계의 전환기를 맞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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