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전사다

여행 이야기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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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4일, D-8일

여행 출발까지 이제 일주일 남았다.

생각할수록 그라나다에서 마드리드까지 렌터카로 6시간 넘게 운전해서 여기저기 들르며 가는 건 너무 무리한 방법일 거 같았다. 결국 3시간 40분 소요되는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다.

말라가에서 주변을 여유롭게 둘러보기 위해 하루 정도 렌터카를 이용하는 건 부담 없을 거 같아 우리 둘 다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았다. 경찰서에서 각각 9천 원씩 비용이 들었다. 국제운전면허증을 손에 든 것만으로도 삶이 좀 국제적이 된 기분이 들었다.



11월 중순부터 한 달 정도 지나면서 아침 운동은 제법 틀이 잡혔다. 몸이 더 건강하고 단단해진 느낌이 든다. 슬로 조깅으로 달릴 수 있는 종아리가 되었다. 보통 2만~3만 보 까지도 걷게 된다는 여행 기간 동안 잘 걸어 다닐 수 있겠지?

비행기에서 딴생각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집중할 수 있는 드라마도 남편이 열심히 찾아 놓았다. 라스트킹덤이라고, 시즌1을 다 보았는데 우리는 점점 그 세계 속에 빠져들었다.



출발 일자가 다가올수록 순간적으로 긴장감이 몰려오기도 하지만 마인드 컨트롤을 계속 해와서 웬만하면 괜찮을 것 같은 자신감이 생겼다. 남편도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면서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정신과 의원에 상담예약을 해주었다. 비상 상비약으로 신경안정제를 준비해 두면 훨씬 든든할 거라는데 나도 동의했다. 남편은 높은 하늘 위 비행기에서 둘이 드라마에 빠져서 보는 게 무척 기대된다고 한다.


이제 자잘한 준비물을 챙길 때다. 큰 통을 거실 한쪽에 두고 생각나는 대로 하나씩 넣기로 한다. 가방, 여권, 손톱깎이, 옷가지들.

라스트킹덤 속의 인물들처럼 나도 더 강건하고 대범해져야겠다 두려움보다는 기대와 설렘에 집중하며. 역사 속 영웅들의 삶 못지않게, 하루하루의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사의 용기와 투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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