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7
12월 12일, D-20
12월 들어 여행 날짜가 하루하루 다가오면서 불안한 생각들이 인다. 게다가 국가 계엄 사태까지 벌어지는 바람에 우리 여행에 대한 불안감도 더해졌다. 다행히 계엄은 빠르게 해제되었지만 내 뇌의 불안 회로가 가동하기 시작한 듯,
‘둘이 갔다 오라 할걸. 나는 여행 가고 싶지도 않은데 괜히 간다 그랬어.’
가서 헤매고 불편하고 당황스러울 일들이 자꾸만 나를 뒤로 잡아끈다. 준비도 하나도 안되어 있고.
자꾸 여행 가방이 마음에 걸렸다. 해외에서 보름이면 아무리 간단하게 챙긴다 해도 옷이며 잡다한 필수품들을 넣을 가방을 각자 하나씩은 갖고 가야 한다. 여행 가방을 검색하다가 마음에 드는 스타일의 가방을 발견했다. 탄탄해 보이고 여행자의 느낌이 드는. 십만 원이 훌쩍 넘는 가격이어서 사이즈며 색상이며 여러모로 따져보고 후기도 살펴보느라 눈이 빠지는 듯 아팠다. 며칠 동안 더 찾아보고 고민하다가 마침내 가방을 주문했다. 약간 큰 사이즈의 기내용 백팩 하나와 같은 회사에서 나온 보조 가방 하나. 결단을 내린 것이다.
가방을 주문하고 나니 비로소 뭔가 틀이 잡히는 느낌이 든다. 구체적인 여행 일정에 대해 찾아보고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볼 마음이 든다.
언제부터였을까? 나는 가방을 좋아했다. 마음에 꼭 드는 가방을 보면 계속 머릿속에 그 가방이 맴돌며 설렜다. 가끔은 결국 다시 가서 사 오기도 했다. 잘 못하는 솜씨지만 집에 있는 천으로 가방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마음에 꼭 드는 가방을 메면 어디든 자유롭게 떠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아직 내 이상형의 가방을 만나지는 못했다. 이번에 내 이상형의 가방을 만날 수 있을까? 이상형의 가방인지 아닌지는 써봐야 안다.
어쨌든 이상하게도 내 여행의 시작은 가방이다. 여행 일정을 소개해 주는 유튜버들의 안내도 이제야 귀에, 눈에 쏙쏙 들어온다. 남은 시간 동안 나도 열심히 공부해서 모처럼의 여행을 잘 준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