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야기 6
11월 25일, D-37일
분명하다. 내 뇌의 작용 방향이 개선되고 있는 게.
백화점은 공기가 답답하고 다니다 보면 출구가 멀어져서 종종 폐쇄 공포증을 일으키곤 했다.
그런데, 어제 딸 외투 사러 백화점 갔을 때는 거뜬히 넘겼을 뿐 아니라 밥까지 맛있게 먹었다. 이 정도면 비행기 기내식도 잘 먹고 잘 소화시킬 수 있을 지도. 좁은 좌석에 앉아 음식을 먹으면 체할 것 같기도 하지만 17시간 비행에 아무것도 안 먹을 수는 없잖은가.
백화점에서 나오기 위해 지하 주차장에 내려가야 했다. 올 때는 나와 딸이 미리 내리고 남편이 혼자 주차를 하고 올라왔다. 전 같으면 입구에 나가서 남편이 차를 갖고 나올 때까지 기다렸겠지만 나는 훈련을 선택했다.
지하 아래층으로 내려갈수록 공기가 무거워지고 점점 갑갑함이 커졌다. 빨리 차를 타고 나갔으면 싶은데 이날 따라 남편이 차를 금방 찾지 못해 조금 헤매었다. 넓은 주차장에 차도 아주 많아서 마침내 우리 차를 찾아 시동을 걸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다. 게다가 빠져나가는 차량 운행이 정체되어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유독 좁고 낮고 어둑한 대구 반월당 지하주차장을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자 .
‘어, 이건.......’
하며 당황한 뇌가 위험 모드를 작동시킬락 말락 하고 있었다.
나는 심호흡을 하며 코끝 숨의 들락거림에 집중했다. 심장이 두근거렸지만,
‘괜찮다, 괜찮아. 곧 나갈 거야.’
몇 번을 되뇌었다. 마침내 오르막 끝에 막 어두워지고 있는 바깥 하늘이 보였다.
‘휴우, 거 봐 괜찮잖아.’
남편과 딸은 내가 그러고 있는 걸 눈치챘을까?
어쨌든 난 분명히 전보다 더 나아졌다. 내 뇌의 회로가 작동하는 방향을 점점 더 잘 제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