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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ream Mar 13. 2024

< 탐색 >

이렇게 살아도 되네 5편

    

 남편은 주말에 시내에 나가 거리에서 초상화를 그리고, 나는 내 업라이트 피아노를 열어 피아노 조율을 연습했다. 남편이 벌어오는 만큼의 생활비를 나도 곧 벌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하면서.

 하지만 다시 잡은 조율 공구들은 낯설고 괜히 피아노만 망가뜨리는 것 같았다. 답답한 마음에 전에 다니던 조율 학원에 연락해 보았더니 연습하러 와도 좋다고 친절하게 말해 주었다. 하지만 조율 일은 그 사이 많이 쇄락해 있는 걸 알 수 있었다. 학원 안에는 연습하는 학원생도 많이 안 보이고 그전 같은 활기를 느낄 수 없었다. 

 학원에 같이 다녔던 동료들 중에 조율을 잘하고 열심히 했던 몇 사람이 그 일을 하고 있었다. 조율만 해서는 수입을 올릴 수 없어 피아노사에 소속되어 운반과 조율을 같이 하고 있다고 했다. 그 마저도 디지털 피아노의 보급으로 피아노 조율 일은 많이 줄었다고 한다.

 내가 피아노를 들 수 있을까?  

 심지가 약한 탓도 있겠지만 피아노 조율이 여전히 궁극의 꿈이 아닌 나에게 피아노사에 소속되지 않고 순수하게 조율사로 살아남아 보겠다는 투지를 불태울 만한 의미는 없었다. 또 한 번 피아노 조율을 그만두었고 나는 진정한 백수가 되었다.

 ‘내 투지를 불태울 만한 건 뭘까?’  


 집에서 대백플라자가 가까워서 문화센터를 기웃거렸다. 대학에서 자유선택으로 수강하면서 내 평생의 일로 삼아도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던 사진 수업도  들어보고 바느질도 재미있어서 퀼트를 배우기도 했다. 늘 조금 해보다가 말았던 영어를 제대로 공부해 보려고 큰맘 먹고 꽤 비싼 수강료를 내고서 영어 강좌에 등록도 했다.

 하지만, 제일 예민하던 시기에 보낸 2년 5개월의 공무원 생활이 뭔가 나 자신으로 향하는 길을 잃게 한 듯, 꿈은커녕 순간순간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도 알 수 없었다. 남편이 제안하는 대로, 또는 그저 끌리는 대로 살뿐...... <다음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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