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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까비 Aug 16. 2020

노견 까비, 동물병원 다닙니다

Scene3. #입원

Scene3. #입원



서울대학교 동물병원은 입원 환자에게 하루에 1시간의 보호자 가족 면회 시간을 준다. 면회실도 따로 있다. 환자의 안정 차원에서 당연한 처사라 생각한다. 응급실에서 크리스마스 1박 2일을 보낸 까비는 그대로 내과 환자가 되어 입원하게 되었다. 입원실에 들어가기 전 수액 링거를 한쪽 다리에 치렁치렁 단 까비와 최대한 같이 시간을 보냈다. 혈압이 지나치게 높은 까비는 수액조차도 잘 들어가지 않아, 때마다 수의사를 불러야 했다. 안고 토닥토닥 재우려 해도 낯선 곳을 마주한 까비의 눈빛은 불안해 보였다.  


시간이 다 되어 까비를 수의사 선생님께 안겨드렸다. '엄마랑 누나랑 형아, 어디가?' 하는 벙찐 표정의 까비를 들여보내 주고 돌아섰다. 진료시간이 끝나 환견과 보호자들이 돌아간 동물병원은 어둑어둑하고 공간이 텅 빈 듯이 느껴진다.




우리 가족이 다 같이 면회실에서 나올 즈음에, 어둠이 드리워진 아래층에서 흐느끼는 목소리 들렸다. 입원실은 동물병원 3층에 위치해있고, 진료실은 2층에 있다. 2층에서 나는 소리였다. 내 또래의 어떤 여성이 여기저기 방황하며 통화하는 것이 보였는데 우는 것 같았다.


"복막이 터졌대. 아까 (진료실 옆에 있는데) 수술 동의서 받는 것 같더라고. 엄마랑 여자분 둘이 온 것 같던데 엄마가 잠깐 편의점 간 동안 막 울면서 계속 영상통화하더라고. 이름이 단비래. 아유, 너무 작던데. 애기가 조막만 하던데. 영상통화하면서 계속 '단비, 사랑해.' 하더라고. 복막 수술이 잘 안 된대."


내가 잠시 자리를 비운 동안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았던 엄마가 전해주었다. 왜 울면서 영상 통화를 하는지 너무 알 것 같다. 내 마음이고, 우리 가족도 다 같이 느끼는 마음이다. 아픈 동물을 가족으로 둔 이들은 모두 같이 울 것이다.  

 



까비를 입원실에 맡기고 온 우리는 돌아오는 길에 스스로를 도닥였다. 우리 까비 괜찮을 거야,라고 밥 잘 먹고 밤새 잘 자기를 기도했다. 말을 하지 못하는 가족을 집과 떨어진 곳에 두고 오는 길은 회색빛 후회로 온통 짙게 마음을 누른다. 진작에 큰 병원으로 올 걸, 여러 곳을 전전해서 괜히 아이만 더 힘들게 한 건 아닐까.


까비는 여태껏 입원을 여러 번 했다. 서울대 병원에서만 한 것도 아니다. 동물 관련한 유명 TV 프로그램에 나오는 수의사가 있는 병원도 찾아가 보았다. 우리 집에서 엄청나게 멀었지만 혹시라도 명의이지 않을까, 유명하니까 우리 까비를 구해주지 않을까 하는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개인병원은 수의사가 많지 않아 입원을 시켜도 밤에는 걱정이 떨어지지 않는다. 수의사가 퇴근한 시간 동안 아이들은 입원실에 밤새 혼자 있어야 한다. 진료를 시작하는 새 아침까지가 두렵다.

엄마는 아이를 키워보면 안다고 했다. '원래 아이들은 밤에 아프거든.'




까비가 입원했다는 사실은 면회 갈 때보다 그 다음날 실감이 난다. 면회를 하고 돌아오는 저녁에는 그래도 수의사 선생님이 있는 병원에 있다는 사실이 조금 안도감을 준다. 까비가 집에 없을 때 못했던 일을 몰아서 하기도 한다. 구토한 이불과 옷을 빨고, 밤새 케어하지 않아도 되니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잔다.

그렇지만 다음 날 출근하러 집을 나서면, 까비의 존재를 확인한다. "누나 금방 갔다 올게, 조금만 기다이고 (기다리고) 이써(있어)~~"라고 인사하려는 자리에 까비가 없다. 어렸을 때처럼 촐랑촐랑 뛰어오지는 못해도 어슬렁어슬렁 걸어와서 나가는 나를 쳐다보던 까비가 보이지 않는다. 아무 말 없이 문을 닫으면 상실감이 온다.



앞으로 이 출근인사를 또 할 수 있을까,

착착착착 하고 강아지 발톱이 바닥에 닿는 경쾌한 소리를 또 들을 수 있을까,

집에 돌아왔는데 까비가 없는 우리 집을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면 어쩌지,

나와 동생이 일하는 동안 엄마는 까비의 빈자리를 느끼지 않을까


하는 딱히 답은 없고 생각만 무거운 노오란 미세먼지 같은 안갯속에 출근을 한다.



다음 날 퇴근 시간에 맞추어 바로 동물병원 면회실로 갔고, 가족과 만났다. 면회 시간에 맞추어 나온 까비는 우리를 보고 엄청 흥분했다. 꽐꽐꽐 짖어대는데 또 혈압이 위험한 수준으로 올랐다. 안정을 위해 최대한 행동을 작게 보이려 애쓰는데도, 보면 반가워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낸다. 그래도 녀석은 다행히 밤새 잘 먹고 잘 쌌다고 했다. 물약 냄새, 똥 냄새가 섞이고, 입 주변에 밥 먹은 찌끄레기를 잔뜩 붙인 녀석은 그래서인지 꼬랑내가 엄청났다.

아프면 몸에서 나는 냄새.


사람이나 동물이나 아프면, 아픈 티가 난다.




까비의 하루 경과를 알려준 수의사에게

조심스레 어제 복막 수술을 한 단비의 소식을 물었다.

수술이 잘 되어 입원 중이라고 했다.

까비에게 입원 친구가 생겼다.




면회실의 까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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