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르만 헤세의 '크눌프'
크눌프는 세상을 자유롭게 떠도는 방랑자입니다. 헤세의 작품을 여러편 읽어왔지만 가장 헤세다운 캐릭터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크눌프는 3편의 단편집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바로 '초봄', '크눌프에 대한 나의 회상', 그리고 '종말'입니다.
그때였어요.
크눌프가 연신 고집을 부렸다.
제가 열네 살이고 프란치스카가 절 버리고 떠나버렸던 그때 말입니다. 그때만 해도 전 여전히 무언가가 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그 이후 제 안의 무엇인가가 고장났던가 망가져버렸던 거죠. 그때부터 전 아무 쓸모 없는 인간이 되어버렸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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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오직 네 모습 그대로의 널 필요로 했었다. 나를 대신하여 넌 방랑하였고, 안주하여 사는 자들에게 늘 자유에 대한 그리움을 조금씩 일깨워주어야만 했다. 나를 대신하여 너는 어리석은 일을 하였고 조롱받았다. 네 안에서 바로 내가 조롱을 받았고 또 네 안에서 내가 사랑을 받은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나의 자녀요, 형제요, 나의 일부이다. 네가 어떤 것을 누리든, 어떤 일로 고통받든 내가 항상 너와 함께 했었다.
'종말'의 마지막 부분에서 크눌프가 죽기 직전 신과 대화하는 내용입니다. 자유롭고 아름답게 인생을 즐기며 살았다고 생각해왔던 크눌프가 삶의 마지막 순간에 삶에 대한 회한에 젖어 신에게 하소연하는 부분입니다. 하지만 신은 그런 너의 모습조차도 나에겐 필요한 것이었다라고 이야기하죠.
세상에 모든 이들이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으면 그 곳은 불행한 사회라고 하더군요. 서로가 다른 곳을 바라보고 다양한 것을 추구해야 결국은 건강한 사회가 된다고 합니다. 그 말인 즉슨, 이 사회는 다양한 이들의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역할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겠죠.
고등학교 시절, 내가 가장 사랑하던 작가 헤르만 헤세의 콜렉션을 구매했습니다. 재독을 한다는게 생각보다 쉽지 않네요. 올해 목표는 '헤르만 헤세 작가 작품 모두 읽기'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