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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소양 Apr 10. 2024

가을아 동생 어때?

어느 날 갑자기 집사가 되었습니다.


결혼 3년 만에 어렵게 아이를 낳은 절친은 육아로 매우 힘든 시기를 겪고 있었다. 그런 친구에게 시어머니는 빨리 둘째를 낳아야 한다며 부적까지 주면서 압박을 하기 시작했다. 


대학만 가면 모든 문제가 없어질 것 같았지만, 대학 졸업 후 취직의 문턱을 넘어야 했고, 어느 정도 혼기가 차면 결혼을 해야 했다. 막상 결혼을 하니 임신의 압박이 시작되었다. 아이를 낳지 않은 나는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포기를 모르시는 시아버지의 압박에 시달리며 주변의 안타까운 시선을 여전히 느끼며 살아가야 한다. "아무리 저희는 괜찮아요"라고 해도 "그렇게 마음 놓고 있다 보면 생길 거야"라며 위로 아닌 위로를 여전히 받는다. 사실상 아이를 낳지 않고 살아갈 다짐을 하고 있는 수준이지만.


나와 달리 임신과 출산을 겪은 절친이지만, 첫째를 낳고 나니 바로 둘째에 대한 압박에 시달렸다. 주변의 압박도 있지만, 외동인 아이가 외로울까 봐 친구 역시 둘째에 대한 고민을 했었다. 




나 역시 가을이를 키우면서 똑같은 고민을 수없이 했다. 처음 가을이를 입양하기까지도 5년 이상 고민을 했었는데 둘째라니! 남편은 가을이는 우리에게 처음이자 마지막 고양이라며 단호한 입장을 얘기했지만, 가을이를 보면 나 또한 둘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었다.


주변을 보니 대부분 집사님들은 2마리 이상을 키우시는 경우가 많았다. 키우기 편해서라기보다 외동묘는 외롭기 때문이라고 말씀하시기에 나도 마음이 흔들렸었다. 매일 같은 시간 기상해 하루종일 나만 쳐다보는 가을이기에 나도 마음이 흔들렸었다. 재미있게 놀아주지도 못하는 편인데 형제가 있다면 좀 덜 심심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서였다. 하지만 남편은 '저렇게 너만 보고 있는데 엄마의 사랑을 독차지하던 가을이가 형제가 생기면 더 속상해하지 않을까'라며 나를 말렸다. 


수의사님도 형제를 만들어주려면 동시에 비슷한 아이들을 한 번에 입양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또는 기존의 아이의 성향이 매우 순한 경우에는 입양이 가능하지만, 그렇지 못한다면 스트레스를 받고 합사가 불가능해진다고 말씀하셨다. 가을이의 경우에는 티브이에 고양이 소리나 강아지 소리에도 전혀 반응을 하지 않는다. 오직 내 움직임만을 보고 하루종일 쫓아다니기 때문에 의존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런데 합사라니 나도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매번 마음이 오락가락하는 것도 사실이다.




사람도 형제가 있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나 또한 언니와 사이가 좋지 못한 편이기에 우애가 좋은 형제들을 보면 부럽기도 하면서 형제가 많은 집에서는 부모의 사랑이 모자란 경우도 많이 봤기에 망설여졌다. 오직 내 욕심으로 가을이에게 형제를 만들어주고자 입양을 또 한다면 막상 껌딱지 가을이는 더 외로워 질지도 모르는 일이다. 오직 엄마의 사랑만 있으면 되는 가을이의 마음을 알아채지 못하고 함께 해주는 시간보다 물질적인 것으로 보상하려 한다거나 친구를 만들어주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에 둘째 입양은 포기하기로 했다.


사람의 욕심은 끝이 없다. 귀여운 가을이를 보고 있으면 아깽이 시절이 그리워 다시 둘째 입양을 생각하게 된다. 아무리 똑같이 사랑한다고 해도 하나의 사랑을 둘로 나눠야 하는 가을이의 입장을 고려해본다면, 단순히 나의 욕심을 채우기위해 둘째 입양은 절대 안된다.


그래서 꽤 까칠하고 예민한 엄마 껌딱지인 나의 반려묘 가을이는 계속 외동묘로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귀하게 살아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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