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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 출발




해상 터미널

     

가까스로 마지막 남은 스페이스 익스플로러 표를 구입했다. 석양을 바라보며 200km를 올랐다가 내려오는 4시간짜리 상품이다. 이 상품에는 해상 터미널까지 자기 부상 열차 비용이 포함되어있지 않다. 자기 부상 열차 터미널은 쇼핑몰 지하에 있다. 관광객과 직원용으로 30분마다 3량씩 운행된다. 11km 떨어진 해상 터미널은 해저 터널로 연결되어 있는데 해안에서는 땅 밑으로 지나가다가 중간에 바닷속에 떠 있는 터널을 이용해 해상터미널에 접근한다. 바닷속은 볼 수 없다. 

해상 터미널은 바다에 떠 있는 구조물이다. 너무 가벼우면 작은 파도에도 출렁이고 너무 무거우면 가라앉기 때문에 속이 빈 콘크리트 구조물의 부력을 이용해 바다에 절반 정도만 떠 있다. 주변으로는 파도를 막을 수 있는 방파제가 설치되어 있다. 이 거대한 건물은 10만 km의 케이블과 연결되어 있는 지상의 구조물이다. 케이블은 해저에 고정되어 있는데 해상 터미널에서 케이블을 당기는 힘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놀랍게도 이 구조물은 움직일 수 있다. 폭풍이 몰아치거나 해일이 발생할 경우 케이블의 장력이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네 곳에 추진 장치가 있어서 동서남북으로 수십 미터씩 이동할 수 있으며 이 때는 해저터널이 폐쇄된다. 제 위치에서도 물을 넣고 빼서 위아래로도 움직여 장력 조절을 할 수 있다.     

지구포트

해상터미널에는 엘리베이터 출발 플랫폼과 관제시설, 유지보수 시설, 클라이머 격납고, 임시 발전 시설, 비상용 대피 시설 등이 자리 잡고 있다. 중형 크루즈 선박이 접안할 수 있는 접안시설이 있고, 화물을 싣고 내리는 항구가 있다. 한쪽에는 비상용 대피 선박이 항상 대기 중이다. 관제 시설의 상부에는 레이더 안테나가 있으며 항공기나 선박의 접근을 원천적으로 차단한다. 우주엘리베이터 인근은 비행 금지구역이며 비행기가 접근할 경우 EMP(전자기 펄스)를 쏘아 강제로 추락시킨다. 허가받지 않은 선박의 접근에 대비해 어뢰 20문이 설치되어 있기도 하다. 

해상터미널에는 관광객을 위한 대기시설로 작은 쇼핑몰과 음식점, 전망대가 있다. 전망대에 오르면 해상 터미널에서 출발하는 클라이머와 하늘로 끝없이 연결된 케이블의 모습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출발우주로


출발 시간이 되면 플랫폼으로 이동한다. 플랫폼은 5층으로 되어 있는데 관광용 클라이머는 3개 층만 사용한다. 지오스테이션 근무자들은 반대편 플랫폼에서 별도로 의료 검역을 받아야 하며, 간편 우주복을 착용하고 대기 중이다. 탑승전 관광객들은 휴대품 검사를 하는데 비행기와 마찬가지로 휴대 금지 물품의 경우 압수되어 돌아올 때 돌려준다. 4시간의 여행 중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교육이 20분 정도 이어지고 혈압과 맥박 같은 간단한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드디어 스페이스 익스플로러호에 탑승한다. 밖을 향해 동심원처럼 배치된 의자 좌석에 앉아 창밖을 본다. 아직 터미널의 플랫폼이 보이지만 잠시 후 안내 방송과 함께 홍보 비디오 영상이 창문에서 재생된다. 좌석 아래에는 방사선을 막을 수 있는 금속소재 옷이 담겨있고 비상시 산소 호스가 달려있는 우주복이 있다.  

"우주 엘리베이터에 탑승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파일럿의 음성이 흘러나오고 위급상황 시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영상이 재생된다. 승무원들은 안전벨트가 자동으로 매여졌는지 확인하고 승객들이 긴장하지 않도록 눈웃음을 짓는다. 화면이 다시 유리창으로 바뀌고 유리창의 구석에 현재 고도가 표시되었다. 

해발 0m. 

파일럿의 음성과 함께 클라이머가 천천히 출발한다. 건물의 엘리베이터처럼 창밖의 배경이 점점 아래로 내려가기 시작하더니 금방 해상 터미널을 벗어나 드넓은 바다가 보이기 시작했다. 고도는 빠르게 올라가다가 금방 km단위로 바뀌었다. 그리고 몇 분 후 시속 200km로 상승하고 있었다. 클라이머가 안정적인 속도가 되면 안전벨트를 풀고 이동할 수 있다. 승객들은 저마다 창문으로 다가간다. 까마득히 아래에 육지가 보이고 옆으로는 구름이 재빠르게 스쳐지나간다.     


아서 클라크는 우주엘리베이터가 건설되는 시기를 재미있게 표현했다. '누구도 이 아이디어를 비웃지 않은 시기로부터 50년 후'. 사람들은 이제 아무도 우주엘리베이터를 비웃지 않는다. 우주엘리베이터로 인류는 이제 우주로 나아가는 새로운 역사의 출발점에 있다.

어느덧 인도양 너머로 해가 저물고 있다. 발아래에는 붉게 노을이 지고 있고 하늘에는 별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검푸른 하늘 위로 끝이 보이지 않는 케이블이 선명하게 태양의 붉은 빛을 반사하고 있다. 이 케이블의 끝은 우주로 열려있다.

 파일럿의 음성이 들린다. 


"승객 여러분 이제 여러분은 우주에 들어섰습니다."



출발 우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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