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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Mar 21. 2024

충전이 필요할 때.

체력

 


"오늘 얼굴이 너무 안 좋다!"

아침에 만난 아이 친구 엄마가 말했다.

마스크로 가린 상태에서도  컨디션이 쉽게 들켰다.


"피곤하네요. 오늘따라."




Unsplash의 Gabrielle Henderson

오전 9시 30분.

두 아이가 학교와 유치원에 가고 다시 집에 들어오는 시간.


평소에는 계단 오르기를 하거나 어떻게든 실내 자전거를 타려고 한다. 

운동이라기보다 피로에 쌓인 몸을 깨우는 첫 번째 행동이다.

피곤하더라도 그렇게 몸을 움직이고 나면 땀이 나기 마련이고

샤워를 하고 나오면, 

맑은 정신이 되어 대체적으로 기분이 좋아진다.


그런데 오늘은 도저히 눈이 떠지질 않는다.

눈꺼풀의 반은 감겨있는 것 같고, 몸은 물에 젖은 빨래처럼 축축 쳐진다. 

봄 날씨라 햇살은 따뜻한데 내 몸은 한기가 느껴졌다. 


저질 체력인 나에게 몸에서 한기가 느껴지는건 

체력이 방전이 되기 전, 깜빡깜빡 거리며 충전이 필요하다는 몸의 신호다.


이 신호를 무시하면 며칠 내로 체력이 방전되어 꼭 몸살이 나고, 한참이나 쉬어야 겨우 원래 상태로 돌아오는 것을 이미 여러 번 경험했다. 


[어떻게 쉬어 볼까] 나를 위한 쉬는 시간을 무조건 만들어야 한다.


잘 쉬기 위해서는 어질러진 집안도 쌓여있는 설거지와 빨래도 무시하는 힘도 필요하다.

(물론 나는 이것만큼은 매우 자신있는 사람이다!)


샤워기를 틀고 욕조에 물을 받았다. 쏴~ 하고 나오는 샤워기의 물소리에 좋아한다. 

물줄기가 떨어지는 소리만 듣다 보면 머리가 비워지는 느낌이 든다. 

찰랑찰랑 욕조의 거의 끝까지 따뜻한 물을 받았다. 

슬그머니 들어가 물에 몸을 충분히 담그며 욕조에 기대 누웠다. 

내 몸의 긴장이 풀리고 몸속까지 노곤해지는 기분이 든다.

그렇게 몇 분이고 몸을 기대어 있는다.

얼마쯤 지나면 이마와 콧등에 송골송골 땀이 맺힌다.


많이 더워지거나 오래 있으면 몸이 더 처지기에 

이만하면 됐다 싶을 때 욕조에서 나온다. 

물기를 닦고, 장미꽃 향이 나는 바디로션을 발랐다. 

얼마 전 친구가 사준 생일 선물이었는데, 향이 참 마음에 들어서 이 향기만으로

내 몸이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거기에 수면 잠옷까지 입으면 마음까지 포근해지는 기분이다.

추위를 많이 타는 나는 3월에도 부들부들한 이 촉감을 놓칠 수 없다.

머리를 말리고 그대로 침실로 가서 암막커튼을 치고, 침대 속으로 들어간다.


편안하고 포근하다. 

이제 이대로 눈만 감으면 꿀잠을 잘 수 있을 것 같다. 


아, 휴대폰을 무음으로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지.




Unsplash의 Beazy

얼마나 잤을까. 시계를 보니 어느새 2시간이 지나있다.

눈을 뜨고 몸의 감각을 느껴본다. 

오전에 느낀 눈꺼풀의 무거움과 몸이 쳐졌던 몸이 많이 가벼워졌다.


충전 완료!


오늘 오후의 시간을 잘 충전된 몸으로

아이들과 다시 만나고 놀이터에서 충분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저녁에 예정되어 있는 일들도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다.


어쩌면 도저히 못할 것만 같았던 일들이 쉬워지는 비결은

잘 쉬는 힘에서 나오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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