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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뜰날 Nov 06. 2024

아이는 자란다.

홀로 등교하던 날.



Unsplash의Angelo Pantazis


아침마다 아이와 손을 잡고 학교로 가는 길이 참 익숙하다. 작은 신호등 두 개와 큰 도로 신호등 하나를 지나,

어른 걸음으로 15분 정도 걷는 거리. 아이 걸음은 느리면 20분이 족히 넘는 거리였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아이 손을 잡고 함께 했던 그 길이 이제는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걸, 

나는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어제 등교 준비를 하며

"오늘은 혼자 가보는 거 도전해 볼까?"라고 아이에게 물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말이었다. 

평소처럼 "아니, 엄마랑 갈래"라는 답을 예상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는 곰곰이 생각하더니  그래보겠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손을 잡고 함께 가던 아이가 이제 혼자 가겠다고 하다니! 기쁘기도 하고, 동시에 마음 한켠이 뭔지 모르게 뭉클했다.


아이가 자란다는 건 정말 기쁜 일이지만, 동시에 그만큼 내 손을 놓아줘야 한다는 것을 안다.


그렇게 아이를 보내고 20분 정도 지나자, 교문에서 등교 알리미 문자가 왔다.

"ooo학생이 11/5 08:43에 교문으로 등교하였습니다." 


그 문자 한 줄이

"엄마, 나 학교 잘 왔어!"라는 딸아이의 말처럼 들려,  마음이 꽉 채워진 느낌이었다.


하교 후, 아이는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물과 간식을 챙겨 혼자 나갔다. 언제나 나와 함께 가자고 하던 놀이터인데 오늘은 혼자서 간 것이다. 


그 모습이, 아이가 정말 커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놀다 들어온 아이는 샤워 후, 예전에는 내가 도와주던 허리까지 닿는 자신의 긴 머리를 스스로 말리겠다고 했다. 한참 뒤에야 나온 아이의 머리카락을 보니 말끔하게 말리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나에게 도움을 요청하진 않는다.


예전엔 내가 손길을 보탰어야 했던 일이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해내고 있구나!

하지만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문득 시간이 너무 빠르게 가는 것만 같았다.


아이가 자라고 있다는 건 분명 행복한 일이지만, 그 과정 속에서 부모는 아이 옆에서 부모의 자리를 조금씩 지워나가야 한다는 걸 깨닫게 되는 것 같다. 


그렇기에 아이가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졌다는 건 정말 기쁘면서도 그만큼 내 마음속에서 무언가가 빠져나가는 것 같은 허전한 느낌도 동시에 존재한다.


저녁에 아이에게 물었다.

"오늘 하루 스스로 한 일이 많았지? 어떤 기분이었어?"


"스스로 잘해서 기분 좋았어. 뿌듯했어."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져서 정말 기특하고 자랑스럽다."


내 말에 아이는 뿌듯한 얼굴로 만족해하며 웃었다. 아이의 웃음을 보니 내 마음도 같이 따뜻해졌다.

렇게 오늘도 아이의 인생시계는 조용히 흘러가고 있구나...


오늘도 아이는 한 걸음 더 자랐다. 그 길을 따라가며, 나는 아이가 더 멀리 갈 수 있도록 언제나 응원하는 자리에 있어야겠다. 




시간이 지나면, 더 많은 것들을 혼자 할 수 있게 될 아이를 보며 나는 기쁘지만, 조금은 그리운 마음도 함께하게 되겠지..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아이는 혼자 가기도 하고, 또 어떤 날은 나와 함께 가기도 하겠지. 


너의 그 순간을 지켜볼 수 있는, 너의 엄마라서 참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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