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보는 연습
하루가 끝날 무렵, 나는 일기를 쓴다.
지난 일기를 들춰보면 아침부터 밤까지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내 마음의 소리와 몸의 신호는 자주 묻히고 억압된 많은 날들이 거기에 있다. 육아와 살림, 그리고 일과 공부 같은 핑계들로 말이다.
아무리 정신없이 바빠도, 내 몸과 마음은 늘 내게 중요한 메시지를 보내고 있는데, 그 신호들은 자주 내가 [해야 할 일]에 휩쓸려 지나쳐버린 많은 시간이 일기장에 남아있다.
그런 날들이 반복될수록, 어느 순간 내 안의 균형이 깨지고 있다는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불편한 감정, 이유 없는 불안함, 혹은 끝없이 밀려오는 피로감. 극심한 몸살... 그런 신호들이 모여 결국 몸과 마음이 나를 멈추게 했다. 그리고 그때야 비로소 나는 나를 돌보는 시간에 다시 집중하곤 했다.
우리는 종종 [오늘 너무 바쁘다]는 이유로 자기 자신을 돌보는 시간을 미루며 사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그것은 정말 시간이 없어서일까? 아니면, 바쁘다는 이유로 스스로의 마음을 무시하고 그냥 지나쳐버리는 건 아닐까?
하루에 5분, 10분이라도 좋다.
단 몇 분이라도 눈을 감고 숨을 깊이 들이마시거나, 좋아하는 차 한 잔을 마시며 잠시 멈추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어쩌면 우리는 바쁜 일상 속에서 자기 자신을 위한 시간을 가지는 것에 대해(거창한 것을 해야 한다는) 너무 큰 기대를 하는 게 스스로의 마음을 보지 못하는 장애물이 되는 건지도 모르겠다.
마음 챙김은 큰 변화나 눈에 띄는 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느끼고, 내가 겪고 있는 감정과 신체적 감각을 인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태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음 챙김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종종 감정을 무시하고, 몸의 신호를 외면하며 산다. 힘들어도 계속 달려가고, 불편해도 참아내고, 감정이 밀려와도 누르는 것에 익숙하다. [왜 이런 감정이 드는지 모르겠다]며 자신을 탓할 때가 많거나, [어차피 중요한 게 아니야]라고 자신을 느낌을 합리화하며, 감정의 신호들을 무시해 버린다.
하지만 그 작은 신호들을 외면할수록, 몸과 마음은 더 이상 자신을 속일 수 없게 된다. 그 강도는 점점 강해지고, 결국 그 신호들을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한 만큼, 번아웃 같은 정서적 고갈에 시달리게 된다.
마음 챙김 연습은, 그 신호들을 미리 감지하고 대응할 수 있게 된다. 몸이 피로를 느끼면 잠시 쉬어주고, 마음이 불편함을 느끼면 그 감정을 인식하고 이해하려 한다. 그렇게 자신의 상태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때, 몸은 스스로에게 힘을 주고, 마음은 다시 회복된다.
물론, 나도 여전히 잘 해내지는 못하는 날도 많다. 최근 뭔지 모를 불편감과 짜증이 올라왔을 때, 그 이유가 예기치 못한 일주일 전, 작은 사건이었다는 사실을 어제서야 깨달으며 실소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그 한 사람의 언행이 내 마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걸 인정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고 나니, 다시 나를 더 세밀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어제, 이곳에 이사 온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집 근처 산에 올랐다. 그동안 육아와 일, 공부의 핑계로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산이다. 산을 오르며 나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할 수 있었고 힘들어서 숨이 차고, 발걸음이 느려지면서도, 그 순간만큼은 다른 생각 없이 오로지 나의 몸과 마음에 집중하는 시간을 경험했다.
그리고 그것이 곧 마음 챙김이라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등산을 하며 몸의 감각을 느끼고, 숨을 고르며 호흡에 집중하는 동안, 내 머릿속 잡음이 완전히 꺼졌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언제나 큰 변화나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만, 내가 시도하는 작은 행동이 모여 나를 만든다는 사실은 잊고 산다. 하루의 작은 실천들이 나를 변화시키고, 결국 그 변화가 나의 삶을 이끌어 그만큼 내 인생이란 산을 더 울창하게 만들고 아름다운 색깔로 물들게 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다짐한다. 내 마음과 몸을 돌보는 시간을 놓치지 않겠다고...
그 작은 시간이 주는 변화를 믿고, 나만의 시간을 가져보자고...
그리고 어쩌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그런 시간을 스스로에게 선물하는 하루가 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