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part 42
"이집은 중3 되니 좀 나아졌어?"
"무슨 소리~ 그분이 다시 온 거 같아!"
"ㅎㅎㅎ, 그래?"
"요즘 너무 잔다. 피곤하시대~"
"방학 때 그렇게 늦잠 자다 학교 다니려니 피곤도 하겠지"
"난 요즘 그놈 방에 안 들어간다"
"ㅋㅋㅋ 나도~"
"들어가면 혈압 올라~ 안 봐야지~"
"난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더만~
들어가면 양말, 속옷, 컵라면 먹은 거, 과자봉지, 먹던 빵~ 어휴ㅜㅜ"
"우린 초콜릿 까먹은 비닐종이!!!"
"어째 그럴까~ 그러다 벌레 나오겠다니까"
"지들은 괜찮다잖어~"
"엄마가 잘 거 아니면서 무슨 상관이냐 그러지~"
"난 학기 시작하니 스타킹 때문에 미쳐"
"그걸 말이라고~"
"벗어서 여기저기 구석구석~
샤워할 때 속옷이랑 스타킹 빨아서 널으래도 그렇게 말을 안 듣는다ㅜㅜ"
"우린 속바지랑 같이 벗어서 돌돌 말아놔~"
"진짜?ㅋㅋㅋ"
"정리하라 그러면 신을게 없음 하겠지 그런다니까~"
"그러게~ 신을게 없음 빨겠지~^^;;;"
"말이나 못 하면~~"
"우리도 그랬을까?"
"아마도?^^ 오래돼서 기억도 안나네~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그래도 우리 딸만 그런 게 아니니 위로가 되네~"
"그러게 말이다~"
지기를 만나
동갑내기 중딩 딸내미들 뒷담화가 한창이다
그래도 이리 수다를 떨다 보면
동병상련에 위로도 받고
속도 풀리니
우린 이렇게 힘든 시기를
웃으며 나눠가진다
요 시기의 녀석들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게으름이다
학교 다녀와 교복을 갈아입는 것
먹은걸 치우고
입었던 옷, 자기 방 정리하는 것 등은
전혀 중요하지 않고
하물며 지저분하고 어질러진 것에
불편함조차 느끼지 못한다
내버려 두는 것이 상책이라지만,
딸이다 보니 자기 몸 깨끗하게 관리하고 정리정돈 잘하게끔 하고 싶어 이것저것 자꾸 잔소리를 하게 된다
'언젠가는 하게 되려나
그렇게 안 키웠는데
보지 말고 참아야지'
다들 그런다고 하니
매일 도닦는 심정으로
참다가도
한 번씩 방문을 열면 그냥 나올 수가 없다
어느새 쓰레기며 빨래며 들고 나오는
내 모습을 보며 어떤 게 정답일까
또다시 고민에 빠진다
물론 전혀 그렇지 않은 녀석들도 있을 테고
더 심하게 문제를 일으키는 녀석들도 있을 것이다
어찌 보면 큰 일이고
어찌 보면 뭐 그 정도로 그러냐고 물을지도 모를 일이다
하지만 성장 터널 속 3년 차인
내게는 아직도 늘 순간순간이
숙제와 같이 머리를 아프게 한다
그래도
꼭 거쳐가야 하는 길이라면
지극히 평범한 녀석이라면
이렇게 친구와의 수다로 웃으며
풀 수 있는 성장통이라면
감사하고 감사하련다
오늘도
얼굴 한 번이라도 더 보고 싶고
목소리 한 번이라도 더 듣고 싶은
짝사랑 딸바보 엄마에게
녀석은 아직도 여전히 사랑스럽기에
중딩의 특권인
지독한 게으름마저
감사하며 지켜봐야겠다
게으른 녀석의 추천곡!!!
싸이ㅡ청개구리
http://www.youtube.com/watch?v=5VV1PEiM-6Q
글, 그림: koss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