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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Apr 10. 2016

[중딩의 벚꽃엔딩]

성장통 #part 44



설거지를 하고 있는데 거실 바닥에 드러누워 냥이 두 마리랑 뒹굴거린다


"엄마 나 꽃구경 가고 싶어"

"언제?"

"금요일 아니면 토요일~

밤도깨비 야시장도 열린대"

"어디? 여의도?"

"응~"

"토요일은 외가에 가야 하니 안되고,

내일은 엄마 일이 아홉 시나 끝날 텐데~"

"힝~ 그럼 다 끝날 시간이잖아ㅜㅜ"

"그럼 어쩌지?"

"담주부터는 시험기간이라 놀지도 못하는데"

투덜투덜 입이 쭉 나왔다


요즘은 일이 많아서 주말도 제대로 쉬지를 못하는 싱글맘에게 녀석은 늘 숙제로 남는다

맛있는 거 사주고 예쁜 옷도 사주고

같이 영화도 보고

여행도 꽃구경도 같이 가고픈 마음

간절하지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이 좀처럼 나지를 않는다


"그럼 가언이랑 갔다 올래? 내일 학원가나 물어봐~"

"그럴까?"

그늘진 얼굴에 다시 화색이 돈다

"대신 숙제랑 할 일 미리 해놓고 가야 해?"

"응~~"

나는 또 조건을 다는 잔소리쟁이 엄마가 된다

녀석은 신이 나서 카톡을 한다


곧 시험기간이다

중3이라 마냥 풀어줄 수만은 없지만

순간순간 마음이 짠하고 안쓰럽다


꽃구경이라도 하고 맛있는 거 사 먹으면서

이 봄을 느낄 권리가 녀석들에게도 있다는 생각이 들면서 나는 쿨한 엄마가 되기로 한다


일관성 있는 엄마로 살기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녀석이 해야 할 일을 마치면

뭐든 할 수 있게 해주자

마음먹지만

녀석이 다 못하고 떼를 쓰면

가끔씩 져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


엄한 엄마로 살자

녀석의 훈육을 위해서 조금은 나쁜 엄마로 살자

그러다가도 야단맞고

지친 마음 달래 줄

아빠의 존재가 없는 녀석에게

나는 두 가지 역할을 다 해줄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지곤 한다


그래서 안쓰러운 맘 잠시 접어두고

상황이 마무리되고 나서

다시 미안하다 말하고 안아주거나


아니면 정말 어쩔 수 없이 조건을 달면서라도 녀석에게 져주는 경우도 있다


내게 녀석은 늘 어려운 숙제다






"가서 엄마 대신 사진 많이 찍어와~"

"응~~"

"맛있는 것도 많이 사 먹고~"

"응~~"

"사람 조심, 차조심!"

"알았어~"


친구랑 벚꽃길을 걸으며

신이 났을 녀석을 상상하며

잘한 거라고 스스로 다독거린다


둘이서 이어폰 하나씩 나눠 끼고

좋아하는 버스커버스커의

벚꽃엔딩이라도 듣고 있으려나



궁금한 마음에 카톡을 보내본다

'재미있어? 사람들은 많고?'

대답 대신 사진이 날아온다

녀석들 사진도 없고

꽃 사진도 거의 없고

날아온 건 모두 음식 사진들이다





웃어야지~

많이 먹고 쑥쑥 커라

사랑한다 이놈들!


아~~ 나도 꽃구경 가고 싶다





버스커버스커 ㅡ 벚꽃엔딩

https://youtu.be/tXV7dfvSefo




글: kossam

사진: daye & ga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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