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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l 27. 2016

[좋은 엄마? 나쁜 엄마?]

성장통 #part53

부제: 중딩의 레인보우


녀석과 나는 방학에 한 번씩 머리를 하러 간다


워낙에 예쁜 자연갈색을 타고난 녀석은

늘 친구들의 부러움을 지만

그래도 반곱슬이 싫다며 늘 찰랑이는 스트레이트를 하고 싶어 했었다


그런데 이번엔 방학하기 전부터 뭔가 수상한 바람이 불었다

머리색을 바꾸고 싶은 모양이었다

책상 위 달력에 '염색'이라고 적어놓은 녀석은 꼭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달 만에 다시 돌려놓아야 하는 중학생 신분이라

미용실 가서 비싼 염색을 하면 비용도 아깝고

여러 번 손을 대야 하니 머리카락 손상은 말할 것도 없을 테고

대부분의 엄마들은 반대하는 입장에 서있다


또 아직은 어린 녀석들이

탈색을 하고 색을 입힌 채 다니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부모들도 있을 것이다




요즘 중학생들은 옷이나 신발뿐 아니라

화장하기와 머리손질 등

외모에 지대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중학생이었을 때도 그랬겠지만

지금의 녀석들과 비교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때만 해도 염색이나 화장은

일명 날라리라 불리던 친구들의 전유물이었고

부모님께 말도 못 꺼내고 몰래 하거나

들키면 사달이 나던 시절이었지만

요즘 이 녀석들은 당당하게 요구하고 당당하게 누린다


동영상을 보고 열심히

메이크업 연습을 하기도 하고

녀석의 친구들 중엔 메이크업도 셀프 염색도 수준급인 녀석들도 있다

화장품도 틴트는 기본이고

섀도에 마스카라까지

엄마들보다 더 다양한 제품들을 소지하고 있다


어려서부터 무대에 자주 섰던 녀석은

화장도 해볼만큼 해봤고

옷이나 머리스타일도

남대문 동대문 다리품 팔던 엄마 덕에

늘 동네 패셔니스타라는 얘길 들었었다





그래서인지 다행히 녀석은 메이크업에 크게 관심이 있는 편은 아니지만

외모에 신경을 많이 쓰는 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나이라고 하니

나는 그런 쪽으로는 심하지만 않으면

귀엽게 봐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처음엔 돈이 아깝다는 이유로

염색약을 사서 친구가 해주기로 했다며 얘기를 꺼냈다


나는 탈색을 해서 밝은 색으로 하고 싶다는 말에 조금 걱정도 됐고

헤어숍을 운영하는 친구 말이 애들은 뿌리 염색은 가능하면 안 하는 게 좋다고 해서 어차피 할 거면 전문가가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 말라고 해야 하나

당연히 그것부터 생각했다


하지만 그러다 보면

녀석은 또 왜 안되냐며

온갖 이유를 대면서 따질 것이고

서로 억지 쓰며 논쟁을 벌이다

큰소리가 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렇게 되면

녀석이 이겨서 하게 돼도 속상하고

내가 이겨서 안 하게 돼도 속상할 일이었다



결국 내가 내린 결론은


쿨~~~ 한 엄마가 되는 것이다


차라리 멋지게

엄마가 나서서 해주면

생색도 좀 내고

한 달 동안은 약발도 좀 가겠지 하면서

녀석의 손을 잡고

친구의  헤어숍으로 갔다


무슨 색으로 할지 어느 부분을 할지

이모랑 의논해서 하라고 얘기하고는

나는 볼일이 있어 나갔다가

마칠 때쯤 데리러 갔다

머리를 감고 수건을 푸는데

정말 깜짝 놀랐다


'휴... 쿨한 엄마 한번 되기

무지 힘들다'


속 머리만 색을 입혔는데

녀석의 갈색 머리 사이사이로

오색찬란 형광 컬러가

눈앞에 펼쳐졌다


자세히 보니

묶으면 잘 보이지 않도록

바깥쪽 머리는 그대로 두고

뿌리도 1센티정도 남겨뒀다


첨엔 놀랐지만

전체적으로 탈색을 하지 않은 게

마음에 들었고


그래

이왕 하는 거 특별하게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원 풀었어? 마음에 들어?"

녀석은 대답 대신 환하게 웃었다


저렇게 웃는 얼굴 보려고

내가 여기에 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녀석은

친구들에게 빨리 자랑하고 싶어서

셀카 찍어 보내고

다음날 만날 약속도 잡는다


※다이소에서 빗자루와 깔맞춤ㅡ.ㅡ;;;;; (녀석이 친구들과 놀다가 카톡으로 보내온 사진)



이런 나,

                         좋은 엄마일까 

                         나쁜 엄마일까


이해 못하는 부모들도 분명 있을 것이다

비난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반대하는 이유를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부모가

과연 있을까


나는 다시 되묻는다


물론 모든 것을 다 허용할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을 다 하지 말라고 할 수도 없다


녀석들은 하루가 멀다 하고 쑥쑥 크고

하고 싶은 것은 점점 더 많아진다


선을 그어 조심해야 하는 것과 절대 하지 말아야 할 것을 알려주는 반면

크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면

한번 해보고 싶어 하는 것은

하지 말라고 해서

그 마음을 더 키우는 것보다

오히려 오픈해서 부모의 허락하에

해볼 수 있게 해주는 것이

더 낫다고 믿는다




자꾸 보니 예쁘다

묶어도 예쁘고 풀어도 예쁘고

한달이지만

맘껏 행복하렴


나는 오늘도

햇살 아래 반짝이는

녀석의  

기꺼이 응원한다




글, 사진: kossam & Daye


※머리만 찍느라고 이쁜 녀석 얼굴이 없다~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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