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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l 29. 2016

[이대 골목 번개 데이트]

성장통 #part54


며칠 전 브런치에 론니플래닛이 소개한

'이화여대 공방골목 투어' 를 보고

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들어

내 카톡에 공유를 해 두었었다



마침 오늘 일이 일찍 마무리될듯하여

나는 부랴부랴 이것저것 검색을 하며 녀석에게 외출 준비를 하라 일렀다


이런 날이 자주 오는 것이 아니라

오랜만에 친구를 불러 볼까

잠시 고민도 했지만

역시 나는 녀석과 데이트가

더 설레고 좋다


처음 계획은 대중교통으로 가려했는데

하늘도 비가 올 듯 어두워지고

날도 너무 덥고

결국 나는 또 차키를 들고 나섰다


둘 다 어쩌다 아침, 점심을 거른 채 아사직전이라 첫 목적지는 브런치에 소개된 파파노 다이닝으로 정했다

전화로 주차가 가능한 곳이 있는지 물었더니 이대 정문 쪽에 유료 주차장이 있다고 했다


주차비가 비싼 동네라 두 시간 정도를 계획하고 일단 식당으로 향했다




파파노 다이닝은 일식 가정식 전문이고

브레이크 타임이 있어 5시부터 저녁식사가 가능하다

뒷골목을 찾느라 잠시 헤맸는데

다섯 시 5분 전쯤 도착했더니

벌써 두 팀 정도 기다리고 있었고

소문이 났는지

이후로 순식간에 작은 가게가 만석이 되었다


나는 창가 자리에 앉고 싶었지만

사람들이 밥 먹는 걸 보는 거 싫다는 녀석 때문에 제일 안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녀석은 음식을 시켜놓고

배가 고프다며 동동거렸다

맛있어야 할 텐데 살짝 걱정하는 차에

다행히 음식이 나오는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았다


녀석이 고른 메뉴는

부타노 쇼바 야끼 & 오야꼬동

이름도 어렵다ㅡ.ㅡ;;;



시장이 반찬이라서~ 는 아니고

맛이 제법 괜찮았다

녀석은 행복한 얼굴로

숨도 안 쉬고 맛나게 먹는다

오늘 메뉴 선택은 백점!!!


식당 가득 모두가 행복해 보였다




그래도 일식은 일식인지라

먹고 나니 살짝 속이 느끼해졌는지

녀석은 바로 디저트를 찾았다


다음 목적지로 가기 전에

일단 근처 카페를 찾았다

나는 아이스티를 주문했고

탄산음료를 찾던 녀석은

아이스크림을 보더니

마음이 바뀌었다


나는 달달한 던킨도넛 복숭아 아이스티를 좋아하는데 이곳은 같은 가격에 맛도 비슷하고 양이 엄청 많았다(만족)


잠시 카페에 앉아 드라이아이스 컵에 넣어주는 아이스크림을 뚝딱 먹고

다시 지도를 살폈다





사실 LP를 볼 수 있는 레코드숍이 있다고 해서 구경이나 해볼까 찾았는데

가서 보니

두 평 남짓한 작은 가게에

15장 정도의 LP를 벽에 걸어둔 것이 다였다


잘 모르는 팝송 음반들이라

우리는 그냥 살짝 구경만 하고 나왔는데

마니아들은 그곳에서 음악을 들으면서 맥주나 음료를 마시기도 하는 모양이었다


살짝 실망하여 가는 길에

눈에 들어온 한 가게가 있었다

역시나 두 평남 짓

깔끔한 인테리어에 '추리소설 책방'

요즘 뒤늦게 추리소설에 관심이 생긴 녀석인지라 보자마자 쏙 들어간다


어린 시절 유명했던 추리소설부터

최근 신작들까지 양쪽 벽면을 가득 채운 추리소설들을 정리하고 계신 사장님은 중년의 여자분이었다

밤이 되면 살짝 무섭지 않을까

오싹한 기분도 들면서

이런 책방을 내는 것이 꿈이었을까 하는 의문도 생기고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최근에 녀석이 찾던 소설책이 떡하니 진열되어 있었고

같은 작가가 쓴 책들이 수십 권 함께 전시되어 있었다

"유명한 사람 인가 보네?"

"응~"

"사줄까?"

"정말?"


원하던 책을 들고 녀석은 인사까지 깍듯이 하면서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섰다


골목 여행에는 이렇게 뜻밖의 일들이 일어나는 재미가 있다





사실 공방 골목이라 소개된 곳에는

작은 숍들이 옹기종기 생겨나면서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가고 있었지만

딱히 우리 눈을 사로잡는 곳이 없어

살짝 실망했는데

다행히 몇 가지 작은 볼거리에

다행히 녀석에게 면은 세운 셈이었다


"오늘 많이 덥진 않네?"

녀석의 기분이 좋아 보인다

더울까 봐 걱정을 많이 했는데

걸어 다니기 괜찮은 날씨다

빗방울이 간간히 보였지만

우산을 쓸 정도는 아니었다


우리는 마지막에 

론니플래닛 브런치에 소개된 

'돌돌 베이커리'에 들러

빵을 사기로 했다

늦은 오후라 그런지

아쉽게도 품절된 제품들이 많았다


작고 귀여운 식빵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녀석은 쵸코 식빵이 없다며 속상해했다

3+1이란 말에 잠시 망설였지만

둘 뿐인 우리 집엔 하나가 적당하다


치즈 식빵 하나 녹차 타르트 하나를 사고

나오려는데 젊은 제빵사 오빠가

녀석에게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기면

선물로 준다며 크림 소라빵을 보여준다

"가위바위보 잘하잖아, 해봐~"

"잘 못하는데~~"

"그래도 해봐~"

수줍음 타던 녀석은

당당히 이겨서 선물을 받아왔다


작고 귀여운 식빵은 정말 부드럽고 맛이 좋았다

담엔 쵸코식빵, 우유식빵 등등

종류별로 사와야겠다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신발 세일한다고 붙여놓은

가게에 들어가고 싶어 졌다

"우리 구경하자~"

쭉 둘러보니 굽 낮은 샌들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얼른 신어보니 제법 괜찮아 보였다

"엄마 휴가 갈 때 이거 신을까?"

이상하면 절대 못 사게 하는 녀석인데

아무 소리 없으면 합격이다


19000원에 샌들 하나 득템!

기분 좋은 마무리였다





주차비는 늘 아깝지만

집에 갈 땐 꼬망이가 최고다


5만 원짜리 한 장 들고

계획한 오늘 번개 데이트는

주차비와 샌들 충동구매로

2만 원 정도 적자가 났지만

나는 만족스러웠다


녀석과 손잡고 걸어 다니고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은

내게 제일 행복한 일이기 때문이다


공방골목투어는

별로였지만

식당과 빵집, 서점과 카페는

한 번쯤 추천해주고 싶은 코스다


참고로 근처 메가박스에 영화를 예매하면

주차비도 절감하고

좀 더 풍성한 데이트가 될 수도 있을듯하다




녀석과 나는 영화 대신

집에 와서 요즘 유행하는 볼케이노 치킨을 시켜놓고 밥까지 비벼먹으며

"W"를 시청했다


나는 방학 동안 녀석과 짬나는 대로

오늘처럼 좋은 시간을 가져볼까

열심히 생각하고 궁리 중이다


오늘스스로 칭찬하며

또 녀석에게 감사하며

이른 잠을 청해본다




글, 사진: kossam


딕펑스ㅡ 비바청춘(출처:유투브)

https://youtu.be/j-yy72uyZ_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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