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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Nov 01. 2016

[열여섯 ㅡ 성장앨범:편지16]

성장통 #part56


녀석의 열여섯 생일 선물을 고민하다

나는 결국 일을 크게 벌였다


예전부터 해야지 해야지 하며 미뤄둔

사진정리를 하기 시작한 것이다


16년...

어느새 시간은 녀석의 키만큼 훌쩍 자라고

폴더안의 사진들은 나를 감당할수 없는

기억의 바다로 밀어넣었다


속도는 더디고 감정은 넘쳐흐르고

일을 하면서 작업도 하려니

머릿속도 마음속도 엉망진창이었다



16년간의 시간들이 정말 영화처럼 펼쳐졌고

셀수조차 없는 사진들속의 녀석은

단 한순간도 소중하지 않은적이 없었다는 걸

일깨워주기에 충분했다


사진찍는 엄마!

때론 녀석이 짜증날 정도로 카메라를 들이댄 엄마를 녀석은 어떻게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지금까지 살면서 내가 한 일중에

녀석을 낳은일 다음으로 가장 잘한 일이라고 믿고싶다


포토북에 넣을 사진을 무작정 고르다보니

기억하고 싶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정리가 되질 않았다

페이지수와 비용을 생각하지 않을수 없으니

다시 맘을 가다듬고

한해에 두장씩 고르기로 결정했다

그래도 총 32장,

글과 함께 편집하면 페이지로는 64페이지

꽤 많은 분량이었다


수천장의 사진을 뒤적이며

고르고 고른 32장의 사진들,

엄마인 나에겐 보는 것만으로

눈물겹지만

사실 지금의 녀석은 이 포토북을 보고도

크게 감동하지 않을 것을 나는 안다

이런 감상적인 선물보다

아이돌 콘서트표가 훨씬 더 고마울

나이임을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작업을 하는 이유는

살면서 어느순간

너무나 힘들고 지쳤을때

이 책이 힘이 될수 있다면

녀석이 얼마나 사랑스런 존재였는지

또 가족들에게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았는지를

그래서 다시한번 용기낼수 있도록

그럴수만 있다면


밤마다 눈이 벌겋게 되도록 매달렸던

엄마의 마음은

그걸로 충분하다는 것을...


한장 한장 사진을 보며 글을 쓰는 동안

눈물이 자꾸 흘러 작업이 더 늦어졌다


성장통을 겪는 동안

못나고 부족했던 엄마의 모습에 대한 미안함과

자라면서 너무나 커다란 행복을 안겨준

녀석에 대한 고마움으로

모든 작업은 내게 새로운 추억이 되었다


녀석에게 보내는 16년 32장의 편지를 마치고

나는 큰 숙제하나를 끝낸 듯 홀가분해졌다


이제 곧 고등학생이 될 녀석,

어느덧 성장통 이야기를 시작한지 3년이 되어간다


매일같이 전쟁을 치르는 것이 힘겹다가도

곧 성인이 되고 철이 들어버릴 녀석을 생각하면

오리려 가슴이 아려오는건 왜일까



잠든 녀석의 머리맡,

마음속으로 전해본다




엄마딸로 와줘서 고마워!





글: kossam

사진: kossam & Ari

편집: kossam

포토북: story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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