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통 #part55
일하는 엄마라 늘 저녁이 부실한 우리 집,
여느 중딩들처럼 고기를 좋아하는 녀석이지만
어려서부터 크게 가리는 것 없이
주는 대로 잘 먹는 편이었다
그래도 엄마가 가끔 요리를 하는 날이면
괜히 문을 열고 나와 부엌 앞을 서성거린다
녀석이 특별히 좋아하는 엄마표 메뉴는
닭볶음탕, 불고기 월남쌈, 떡볶이, 미역국, 부추전, 카레, 된장찌개, 김치찌개, 특제 토스트
.............................................ㅡ.ㅡ;;;
생각하다 보니 겨우 이것밖에 급 반성을 하게 된다
카카오스토리 소식받기 중인
Tv 집밥 백 선생에서 팽이버섯구이를
보는 순간 갑자기 녀석이 떠오르면서
이걸 꼭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터도 사고 베이컨도 사고 팽이버섯도 사고
레시피엔 없었지만 냉동실에 있던 냉동새우도 몇 마리 넣고 (조롱이떡도 넣으면 좋겠다 생각)
유독 버섯 중에 팽이버섯을 좋아하는 녀석은
저녁상을 차리기도 전에 들썩거리더니
이 별것 아닌 반찬 하나에
맛있다를 연발하며 밥 한 공기 뚝딱 비웠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녀석은 팽이버섯구이를 계속해달라고 졸라댔다
"베이컨 남았잖아~ 해줘~"
"버섯이 없어~"
"사오믄 되지!"
"구찮아~ 담에~"
"힝~ 지금 먹고 싶어~"
"그럼 가르쳐 줄테니까 담엔 네가 해볼래?"
"응! 가르쳐줘~"
워낙에 이쪽으론 영 재능이 없어 보이는 녀석이라
미각은 뛰어난데 손이 어설프고 꼼꼼하지 못해서
뭘 하려고만 하면 실수 연발에 주방은 엉망진창
쉬운 것만 가르치기도 쉽지가 않다
이제 겨우 할 수 있는 건 라면, 비빔면, 짜장라면~~^^;;;
요리는 타고난 성향이 중요하다는 결론~
그래도 이건 좀 쉬운 편이라
한번 도전해보기로 했다
"일단 엄마가 하는걸 옆에서 보고
사진도 찍고 기록도 해놔!"
"그래야 나중에 엄마한테도 만들어 줄거아냐~"
"걍 엄마가 해주면 돼지~"
"이그~ 나중에 꼭 요리 잘하는 남자한테 시집가! 알았지?"
버섯 손질부터 양념 넣는 양, 팬에 넣는 순서, 불의 세기 조절, 조리 시간 등등
베이컨을 쓰고 비닐을 처리하는 것,
요리 후 뒷정리까지
그러면서도 녀석은 다른 때와 달리
열심히 듣고 있었다
마지막 멘트를 보고
빵 터졌다
Tip; 파인애플과 곁들여 먹으면 좋음
맛있는거 먹을때가 제일 행복한 나이
치킨과 라면을 제일 사랑하는 나이
버섯(팽이외에 다른 버섯도)을 좋아하는 녀석이라
나는 녀석이 좋다
식탁에 돼지고기 넣은 김치찌개 하나만 놓아도
하루종일 맛있게 먹어주는 녀석이라 다행이다
늘 바쁜엄마라 미안
늘 아홉시, 열시가 저녁시간이라 미안
그래도 하루종일 오늘 저녁은 뭘 먹나 하는 생각으로 가득한걸 녀석은 알까
직접 요리를 해서 먹으라는 뜻이 아니라
같이 얼굴보고 얘기하고 싶어서 였다는걸
녀석은 알까
글: kossam
사진: Da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