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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ssam Jun 28. 2017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08]

혼자서도 잘해요

2017년 4월 15일


뜻하지도 않게 서공예에 수석으로 입학한 녀석은

내심 어깨가 많이 무거웠나 보다


영화전공은

시험을 잘 봐야 한다며 걱정이 늘어졌다


옆에 없으니 자연스레

녀석의 학습에 간섭을 할 수 없어

나는 좋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다


사실 녀석은 계획이란 것과 거리가 멀었다

지극히 우뇌 성향이 강한 녀석은

늘 벼락치기 공부를 한다


늘 스케줄을 짜서 움직이는 나와는

정 반대인 녀석이라

중학교 3년 내내 우리는 늘 전쟁통이었다


완벽주의자인 엄마 때문에 숨 막히는 녀석과

뭐든지 즉흥적인 녀석 때문에 답답한 내가

3년을 무사히(물론 이전 성장통 브런치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아무 일 없이는 절대 아니다ㅡ.ㅡ;;;)  잘 견뎌낸 것만으로도

기적 같은 일이다


서공예(서울공연예술 고등학교)에 가면서 학원이나 과외는 쉽지 않은 현실이었다

교육비도 문제였지만

방과 후 수업과 행사와 과제가 워낙 많은 학교라

시간을 내서 공부를 하는 것이 힘든 상황이었다


다행히 서공예 학생들 대부분이 실기 위주의 입시를 준비하기 때문에 지필 시험이 말 그대로 교과서 위주로 나온다고 하니

녀석은 걱정반 자신감반 혼자 공부를 시작했다

매일 피곤하고 졸려서 학교 가서 수업은 제대로 듣는지

집에 늦게 오는 날이 많은데 공부가 되려는지 수학은 엄마랑 싸우면서도 늘 도움을 받던 녀석인데 힘들진 않은지

여전히 나는 걱정이 한가득이었다




시험 두 주 전 녀석을 보러 서울에 갔는데

책상 위에 스케줄러가 눈에 띄었다

슬쩍 열어보니 나름 시험 계획을 세운 모양이었다


진작 혼자 하게 뒀어야 하나

나는 지난 시간들이 후회되기도 하고

녀석이 기특해서 미소가 지어졌다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나는 마음 가득 만족스러웠다


'이제 혼자서도 잘하는구나

다 컸네 엄마 딸'


다른 학교에 갔다면 없었을

선생님들과 친구들에 대한 부담감을

부디 노력으로 이겨내고

노력한 만큼 결과도 있을 거라 믿는다


시험 전주 수학 공부를 하겠다고 집에 온 녀석은

쑥스러운 듯 말한다

"엄마, 내가 친구들한테 수학 가르쳐줬어"

"네가? 별일이네~"

"그치? 신기하지?

교과서에서만 나오면 잘할 수 있어"

서공예 가길 잘했지"

"ㅎㅎㅎ 그래~^^;;;"


수학은 녀석이 제일 싫어하는 과목이었다

잘하고 못하고 수준과 결과보다

중학교 이후 처음 보여준

스스로 하려는 의지와 노력이

엄마 눈에 예쁘게 쏙 들어와 앉았다

신통방통 딸바보 본성이 불쑥 올라온다


며칠 후 녀석은

상기된 목소리로 내게 좋은 소식도 전해줬다




이 브런치를 쓰고 있는 지금은

녀석은 기말고사를 며칠 앞두고 있다

두 번의 시험을 합산하여 결과가 나오니

아마도 첫 시험보다 부담이 더 크겠지만

나는 이번에도 잘 해낼 거라 믿는다


아이들은 믿는 만큼 성장하나 보다


얼른 시험이 끝나서 마음 편히 잠 한숨 푹 자길...



글:kossam



※초등학교때 몇년간 꾸준히 했던 영자신문 리뷰를 학교에서 하고 있다면서 보내온 문자
※엄마한테 자랑하려고 녀석이 보내온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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