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kossam Sep 09. 2017

[초보 고딩엄마의 분리불안 극뽁일기 10 ]

서공예 체육대회

2017년 5월 26일


큰 맘먹고 하루 휴가를 냈다


녀석을 고등학교에 보낸 건지

유치원에 보낸 건지

거의 한 달에 한 번씩 행사가 있고

대부분 부모 참여 행사라

나처럼 지방에 사는 직장맘들에겐

아쉬운 일들이 자꾸 생긴다


참관수업 때 못 뵈었던

담임쌤 얼굴도 뵙고 싶고

서공예 체육대회(일명 서육대^^;;;)가

볼만하다고 해서

하루를 온전히 비워두었던 나는

아침 일찍 카메라 장착하고

목동 경기장으로 향했다


고등학교 체육대회를 목동 경기장까지 빌려서 하다니 얼마나 대단한지 내심 기대되었다


경기장에 들어서니

아이들은 벌써 나와 이런저런 준비들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에서

딱 하루 메이크업과 헤어의 자유가 있는 날

반별로 형형색색 티를 맞춰 입고

여학생들은 연예인은 저리 가라 할 만큼

화려한 차림들이었다

풀 메이크업에 독특한 머리장식들

티셔츠를 리폼까지 한 과감한 녀석들은

거의 3학년쯤 되어 보였다

곳곳에 티브이에서 보았던 얼굴들도 섞여 있었고

나는 진짜 아육대(아이돌 체육대회)를

보러 온 듯 두리번두리번 신이 났다


진은 여러 가지로 우려가 되어

단체사진과

나름 열심히 꾸미고 갔으나

가장 평범해 보였던 우리 집 녀석 사진만

올리기로~~~




본격적인 경기가 시작되고

아이들은 저마다의 경기에 집중하고

응원도 열심히 했다


햇살은 따가웠지만

하늘과 초록 잔디가

그림처럼 예쁜 날이었다




녀석은 방송반이라

하루 종일 스피커 지킴이로 임명되었다

비싼 스피커가 망가지면 안 되기 때문에

밥도 스피커 옆에서 먹어야 하고

경기도 거의 참여하지 못한다고 했다

선크림도 안 바르고 모자도 없이

뜨거운 해를 그대로 받고 있어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스피커 옆에서 응원도 하고

간간히 와서 놀아주는 친구 선배들과

그래도 녀석의 표정은 밝아보였다


덕분에 녀석의 사진도 거의 스피커와 함께다ㅡ.ㅡ;;;





엄마들과 경기가 없는 녀석들은

스탠드에 앉아서 구경도 하고 응원도 했다

아는 얼굴이 많지 않아서

어색하고 낯설었지만

곧 서로 인사도 하고 사진도 찍고

얘기도 나눌 수 있었다


반면 임원진들의 수고는 대단했다

엄마들이 마실 커피부터

아이들 점심과 간식, 아이스박스 음료에

과일까지 준비했다

서울에 있었으면 좀 거들었을 텐데

미안한 마음마저 들었다


점심 이후 잠시 담임쌤을 뵐 수 있었는데

녀석이 학교에선 너무 잘하고 있다며

걱정 말라고 하셨다

어느 부모라도 같은 마음이겠지만

문제가 없다는 말 한마디가 어찌나 위안이 되는지

첨으로 엄마품을 떠난 녀석이라

하루도 맘 편할 날이 없었고

녀석도 낯선 환경 혼자 적응해 내느라

힘들었을 텐데

선생님의 그 한마디에

그저 감사하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담임쌤은 뭔가 자유로움 속에 엄격함을 갖추신

카리스마도 있으시고 인자함도 보이는 그런 분이셨다

이래저래 오길 잘했구나

마음이 놓였다


그래

엄마 앞에서만 짜증둥이에

어리광쟁이지

저렇게 제 할 몫은 거뜬히 잘 해내는

기특한 녀석인데

믿고 응원해줘야지




오후의 시작은 서육대의 하이라이트

퍼레이드로 문을 열었다


서공예 치어리더 공연과

연영과 동아리의 난타공연을 오프닝으로 하여

이어진 퍼레이드는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반별 장기자랑 같은 것이었다

연영과 / 실무과 / 실음과 / 무미과

각각 전공을 살려 준비한 공연들은

어쩌면 학예회같이 보일 수도 있지만

개성 있고 끼가 넘치는 서공예 학생들의 모습들을

그대로 보여주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

그중에 준비가 조금 미흡한 반들도 보였지만

2, 3학년들 중에는 상당히 수준 높은 공연을 보여준 반들도 꽤 있었고

시험에 방과 후로 바빴을 텐데 틈틈이 열심히 준비했을 녀석들이 기특하고 대견했다


내년에도 다시 와서 성장한 녀석들의

모습을 보고 싶은 생각이 들만큼

좋은 시간이었다





학생과 학부모 계주와 줄다리기 등

경기가 계속 이어졌고

학부모 대 선생님 발야구 경기에 참가해 마음에 드는 여행 파우치 세트도 건졌다

줄다리기와 달리기는

다음날 몸상태가 어찌 될지 너무나 잘 알고 있기에

끝까지 자리를 지키고 나가지 않았다


녀석의 유치원 체육대회 이후

이렇게 적극적인 참여행사는 처음이었지만

큰 아이들을 둔 부모들에게도

가끔은 이런 자리가 필요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몸으로 같이 부대끼고

고등학생 아이들의

이렇게 입시와 상관없이 친구들과 웃고 떠드는 자유로운 모습들과

준비한 경기와 공연에 임하는 진지한 모습들을 한꺼번에 볼 수 있으니

긴 시간 힘들었지만 그만큼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나는 생각한다



개성과 끼가 넘치는

녀석들과의 하루는

멋진 추억과 함께

커다란 에너지로 내게 남았다

충전 완료!!!



글ᆞ사진: kossam

 예쁜 아이들의 초상권 보호를 위해

사진 캡처(불펌)는 자제해 주시기 바랄게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