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참석자는 모두 20대로 이제 직장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는 새내기 사원들이었다. 첫 시간 서로를 익힐 겸 자기소개 시간을 가지면서 꿈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를 발표하게 하였다. 새내기 사원들의 꿈은 대단했다. 어떤 사람은 직장생활을 병행하면서 유튜버가 되기 위해 준비 중이고 장르 분석과 영상제작실도 마련했으며, 현재는 편집기술을 배우고 있다고 한다. 또 어떤 사람은 직장생활로 종잣돈을 마련하여 자기 사업을 하는 게 꿈이라 한다. 또 다른 사람은 ‘부자’가 꿈이라고 적었는데 놀란 것은 동일하게 '부자'라는 맥락으로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나는 이들 20대들이 생각하는 부자는 얼마의 돈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지 궁금해 물어보았다. 그들의 대답은 백억 대라고 대답하기도 하고, 유튜버가 꿈인 사람은 천억 대를 말하였는데 놀랍게도 그 의견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요즘 로또가 당첨돼도 백억 대는 불가능하다던데, 부의 기준이 이렇게까지 높이 올라가 있다는 것에 새삼 놀라게 되었다. 이들 새내기 사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들의 꿈이 세월 흘러 중견사원이 돼도 똑같을까? 아마 결혼을 하고 아이를 양육하며 정신없이 살다 보면 잊히거나 규모가 상당히 작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자의 꿈을 이야기하며 행복해하던 새내기 사원들의 표정이 지금도 생각이 난다. 그런데 나는 그들의 꿈을 맘껏 응원해 주기보다 왠지 안쓰럽게 느껴졌다. 아마도 그들이 말하는 부자가 되는 길은 그렇게 잘 작동되지 않는다는 것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한 행복의 방법은 생각지도 못한 결함이 많고 또 계속해서 행복해질 것이라는 예상도 자주 빗나간다는 뼈아픈 경험을 수 없이 해보았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에 대한 이해를 과거에는 대부분 부(富)와 연결 지어 생각했지만 요즘은 그렇지만도 않은 것 같다. 일상에서 소소한 행복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행복의 가치를 물질이 아닌 다른 것에 두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아졌기 때문이다.
쾌락(pleasure)과 즐거움(enjoyment)을 구분하라
인간의 행복에 주목하는 긍정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lyi)는 쾌락(pleasure)과 즐거움(enjoyment)을 구분하고 있다. ‘쾌락(pleasure)‘은 결핍 욕구의 충족에서 오는 쾌감이지만 ‘즐거움(enjoyment)’은 존재 욕구에 따르는 쾌감이다. 그러니까 ‘쾌락’은 돈으로 살 수 있는 것들에서 오는 즉, 멋진 자동차, 분위기 좋은 식사, 값비싼 옷이나 가방 등 소유했을 때 편리함과 안락함을 누릴 수 있는 것들이다. 이러한 쾌락은 생물학적이나 사회적으로 형성된 환경에 의해 기대 수준이 충족되었다고 의식할 때 느껴지는 쾌감이다. 칙센트미하이는 이러한 쾌락은 인간의 삶의 질을 구성하는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 자체만으로 행복을 가져오지는 못한다고 하고 있다. 그러니까 멋진 자동차를 사면 1년이 행복하고 좋은 집을 사면 3년이 행복하다는 말에 공감이 가는 이유가 이 때문일 것이다. 또 많은 여성들이 옷을 사고 또 사는 이유는 결핍 욕구를 옷을 사는 잠깐의 순간 채울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그 옷을 입고 외출하는 그 때 만큼은 불행을 해소시켜주지만 그 쾌감은 쉽게 잊히며 다시 결핍 욕구가 자극되고 결국 모든 과정을 반복하기 때문이다.
‘즐거움(enjoyment)’은
'보람 있다'라고 말하는 일들이다.
한편 ‘즐거움(enjoyment)’은 어떨까? ‘즐거움(enjoyment)’은 존재 욕구에 따르는 쾌감으로 자아를 성장시켜준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자아를 성장시켜주는 것을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자면 ‘재미있다’라고 말하기보다 ‘보람 있다’라고 말하는 일들이다. 보람 있는 일들에 대해 당장 떠오르는 것은 자원봉사를 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거나 어떤 창작물을 창작했을 때 느끼는 쾌감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즐거움(enjoyment)’에서 느낄 수 있는 쾌감은 결핍 욕구의 충족에서 오는 쾌감과는 다르며 만족을 느끼는 시간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지속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즐거움(enjoyment)’의 쾌감인 보람 있는 일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내가 스스로 나에게 무엇인가를 해내 보인 것이고, 스스로 나 자신에게 장하다고 여겨지는 기쁨을 누려보았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일까? 바로 ‘나’이다. 진심으로 내가 나 자신에게 장하다고 여겨질 수 있도록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이 가능하려면 내가 아주 잘할 줄 알아야 하는 일이어야 한다. 내가 아주 잘하는 것은 누구보다 열심히 할 수 있으며, 힘들어도 중도에 포기할 위험도 크지 않아 당연히 성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내가 잘하는 것이 무엇일까? 당장 찾아보아야 할 일이다. 신이 인간에게 적어도 한 가지씩은 반드시 주었다는 그것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이 내게 주신 나만의 독특한 장점, 나만의 경쟁력 그것이 무엇인지 아느냐의 질문 앞에서 명쾌한 답을 내기란 쉽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수많은 청소년들의 진로 고민이 시작되며, 마지못해 다닌다는 수많은 직장인들의 고민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한 본질적인 문제가 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언젠가 찾을 수 있겠지 라는 막연한 기대로 남겨두기에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야속하기만 하다.
“내가 잘하는 것?” 이 고민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쉽게 답을 구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단번에 해결하려고 하기보다는 천천히 생각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보다 쉽게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은 나만의 ‘흥밋거리 위주로 찾는 것!’이라고 조언하고 싶다. 일단 재미있어 보이고, 왠지 한번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것 말이다. ‘흥밋거리’는 요즘같이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는 마음만 먹으면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만약 ‘흥밋거리’를 찾기 어렵다고 생각된다면 다음 장에 소개될 흥미를 위주로 찾는 방법 편을 참조해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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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흥밋거리’를 찾았다면 배움을 시작하면 된다. 무언가를 학습한다는 것은 배움의 신비를 맛보게 한다. 이런 배움의 신비가 보람 있는 경험을 하게 하고 이것이 나의 존재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즐거움(enjoyment)’의 쾌감을 선사하기 때문이다.
학습의 행복감을 느끼고 싶다면 지금 당장 나만의 ‘흥밋거리(enjoyment)’를 찾아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