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narcos Nov 20. 2021

탄소중립과 탈원전, 그 참을 수 없는 모순

요즘 금융시장의 핫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다. 전 세계 중앙은행들이 코로나 사태 이후 막대한 돈을 풀면서 주식이나 부동산 원자재 시장으로 흘러들어 가격을 끌어올렸다. 게다가 에너지 대란까지 터지면서 천연가스, 석탄, 원유와 같은 원자재도 치솟았다. 이런 에너지 대란 이면에는 지구 기상이변이 한 몫을 하고 있는데, 사건의 단초로는 평균 풍속이 초속 11m 이상에 풍력으로 최적이었던 영국 북해 풍력단지가 기상이변으로 바람이 멎어버리면서 급기야 유럽 전체 발전량 중 13%를 차지하던 풍력 비중이 5% 로 뚝 떨어져버린 것이다. 풍력발전 감소는 에너지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여 서유럽 에너지 대란을 불러일으키고 러시아 천연가스와 국제유가를 폭등시키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이처럼 세계는 유례없는 이상기후로 큰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구 한편에는 물 폭탄이 쏟아지고 다른 편에서는 고통스러운 무더위와 가뭄이 이어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닌게 유례없는 한파와 혹서가 번갈아 닥치면서 이상기후를 실감케 하고있다. 기후변화로 시작된 경고는 이제는 기후위기로 넘어와, 과거 과학자나 예언자들이 지구온난화로 멸망한다는 미래가 당장 눈 앞에 다가올지도 모르는 현실이다. 결국 탄소중립이라는 화두는 지구인의 공멸을 막기위해 새로운 글로벌 경제질서로 떠오르면서, 얼마전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 를 통해 각국에서는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강화하기도 하였다.


우리나라의 탄소 배출 감축 목표는 2030년까지 40%로 상향했고, 이를 위해 원전 비중을 낮추고 신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을 높이기로 하여 2034년까지 원전은 현재보다 8기 석탄화력을 19기 감소할 계획이라고 한다. 그리고 에너지 중점분야에 원자력발전은 물론 없어졌기도 하거니와 차세대 원전이라 불리우는 SMR 원전 계획도 빠져있다. 기존에 기저부하 역할을 해온 원전 &석탄을 줄이고 이를 신재생에너지로 메꾸겠다는 심산인데, 많은 전문가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원자력이나 화력은 기저부하 (base load) or 중부하 (intermediate) 설비로 상시운전을 통해 안정적인 전원공급용이고 LNG나 신재생은 수요조절용으로, 에너지원의 성격이 서로 다르기에 대체하기에는 무리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나 신재생에너지는 특성상 인위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전기용량이 많기 때문에 기저부하로는 부적합하여 보통 첨두부하 (peak load)로 활용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화력발전을 폐기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긴 하나, 그것을 대체할 대안도 나와있지 않는 상황에서 그저 신재생에너지로 채우면 되겠지 하는 현실성 없는 숫자놀음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 것이다. 딴에는 수소·암모니아 기반의 '무탄소발전' 같은걸 갖다 붙여놓긴 했는데, 이것도 2035년까지 상용화 추진을 위해 기술개발 단계에 불과하다. 기술개발이 완료된다 하더라도 착공하여 상업가동 기간을 고려한다면 수년간의 텀이 생길건 불보듯 뻔하다. 향후 전기차의 대중화나 산업 고도화에 따라 전력 수요는 늘어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것을 버리고 불안한 에너지원과 불확실한 에너지원을 담보로 에너지 계획을 잡아 놓은건 참으로 모순적이다. 


탄소중립 목표 달성을 위해 원전 대신 신재생에너지만 고집할 경우 전력난 등 온갖 부작용은 불보듯 뻔한 처사이다. 국내 지리적 특성상 신재생에너지는 채산성이 떨어져 결코 주 에너지원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풍력발전은 초속 11m가 넘어야 경제력 있는 전력 생산이 가능한데, 세계 최대 해상풍력단지가 들어설 전남 신안 앞바다는 풍속조차 초속 5m 안팎에 불과하고 바람의 방향 조차 영국의 북해처럼 일정하지가 않다. 태양광 발전 역시 야간이나 구름 꼈을 때 전기를 생산할 수 없어 효율성이 떨어지기에, 미국·중국이나 중동처럼 일조량 넉넉한 광대한 땅을 가진 곳에나 적합하지 한반도와 같이 일조량이 불규칙한 곳에서는 상시가동이 불가능하다. 더구나 현재 기술수준으로 목표하는 신재생에너지 발전량의 절반 정도를 태양광으로 채우려면 서울시의 6배 or 제주도 2배 정도 면적이 필요하다. 대한민국에 그럴만한 땅 덩어리가 없으니 온 산을 벌거숭이로 만들어 되려 산림을 훼손하게 만드는 꼴이다. 패널 수명은 15~20년으로 폐기 처리까지 고려한다면 친환경의 이름이 무색하게 패널 중금속 문제로 골머리 썩힐 것이다. 여튼간에 우리는 어느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에너지 수요가 중요한 산업 집약 국가인데, 하루에 몇시간 잠깐 돌아가는 에너지원에 의존해 한가하게 공장을 돌릴 수는 없는 형편인건 자명하다.


탈원전 포퓰리즘 망령으로 전력난을 심각하게 경험했던 유럽의 여러나라에서는 탄소감축을 위해 원자력 발전은 불가분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오히려 투자를 대대적으로 늘리고 있는 실정이다. 석탄대란으로 호되게 당한 중국정부도 2035년까지 581조원 투입해 최고 150기 원자로를 추가 건설할 계획이라고 한다. 온실가스 배출 상위 1~5위 국가 (중국·미국·인도·러시아·일본) 가 유엔에 제출한 '2030년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 보고서에 '탄소 저감에 원전을 활용하겠다' 고 밝힌 것을 보면, 결국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원전 활용은 글로벌 공식이 된 셈이다. 반대로 한국은 지난 정부가 작성한 NDC에 반영돼 있던 원전 관련 내용을 삭제했다. 뭘 믿고 이러는 걸까???


아마 그들은 기술보다 정치이념을 신봉하기 때문일 것이다. 원전산업은 원전마피아들과 결탁 되어있는 적폐집단이라서 납품 비리도 심하고 전문가들이 주장하는 원전 효율성도 적폐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불과하므로 들을 필요가 없다는 식이 주된 논리이다. 물론 후쿠시마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가 전해준 충격도 크긴 하겠지만, 한국형 원전은 이와 구조가 다른 가압수형으로 충분한 내진설계가 돼있을 뿐만 아니라 전 세계 300기 이상 가동 중으로 인명사고가 난 적은 없다. 게다가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원전 자체의 문제가 아닌 대지진과 쓰나미로 외부전력 공급망이 침수되어 노심을 식힐 냉각수 펌프가 중단됐고 핵연료 붕괴로 인해 방사능이 유출된 것이 문제의 핵심이다. 그러면 재난시 대응할 수 있는 원전 관리시스템을 개선해야지, '원전은 해로운 새니 없애야 한다' 식의 마오쩌둥식 공산당 사고방식으로는 나아갈 수가 없다. 납품 비리도 마찬가지다. 그건 어느 산업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비리이며 제도개선이나 법적장치를 통해 막아야지, 그게 무슨 원전산업에만 있는거 마냥 얘기하는 것도 잘못됐다. 하지만 그들은 현정권 들어 늘어난 중국산 태양광 납품 비리나 태양광 보조금 먹튀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있다. 


후쿠시마의 망령에 벗어나기 위해 여러 선진국에서는 차세대 원전으로 SMR을 주목하고 있다. SMR은 300MW급 이하의 출력을 갖는 소형 원자력발전소를 말하는데, 원자로-증기발생기-냉각재 펌프-가압기 등의 설비를 하나의 통안에 넣어 일체화 시켜 모듈화를 통해 부품을 공장에서 규격 생산해 조립할 수 있도록 돼있다. 글로벌적으로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미국 Nuscale 이 있는데 2029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내서는 걸음마 단계이고 정부에서는 입으로만 떠들어댔지 구체적인 계획도 없는 상황이라 SMR로 향후 전력수급을 대체하기에는 요원한 상황이다. SMR에 대해서는 장밋빛 전망이 넘쳐나긴 하지만, 일부에서는 대형원전을 대체하기 보다는 이를 보조하는 정도에 그쳐야 한다는 경계섞인 조언도 있긴 하다. 그럼에도도 경제성과 안전성을 고루 갖춘 SMR은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미래 에너지 게임 체인저임은 분명하다.



이런 기술적 진보를 도외시 하고 정치적 논리로 에너지 정책에 접근하려는 정치인들 보면 안타깝다. 인류의 번영을 위해 나아가야할 방향이면 거기에 선과 악을 나누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화마가 휩쓸고 간 현장을 보고 불은 적폐고 나쁘니 인류는 불을 포기하고 원시시대로 되돌아가자는 것이나 다름 없는 얘기로 들린다. 정상적인 사고를 가졌다면 불을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 화재 발생을 예방해 피해를 줄이는게 우선이 돼야 하지 않겠는가? 현실에서도 보면 그런 꽉 막힌 이념 논리로 세상을 바라보는 인간들 보면 대화조차 하기 싫은데, 그런 것들이 정치판까지 기어들어와 에너지 백년대계를 망쳐놓는 것을 목도하니 그냥 화가 난다.


        

작가의 이전글 <생각하는 힘 노자인문학> 북리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